국방부가 병영 내 구타나 집단 따돌림의 왕따 행위, 병사 상호간 명령, 지시를 금지하는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전군에 하달하고 나서자 이를 냉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병영문화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 아니냐” “군기 쑥 빠진 군에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느냐”는 반응이 커지는 상황이다.

같잖은 처방으로 도대체 군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병사 상호간 명령이나 지시를 없애 기강과 위계질서가 무너질 경우 군 본연의 역량과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맹목적으로 따를 경우 군대기강이 무너지고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이 불가피해 보이는 것은 폭언 등에 의한 인격모독의 판단기준이 모호해 피해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해 주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위계질서가 생명인 군에서 병사 간 명령과 지시가 인정되지 않으면 군 본연의 전투력은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 국방의 의무에 따라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 불안한 심정을 생각해서는 이번 국방부 조치가 이해되는바 있지만, 사실을 놓고 보면 기존의 군인복무규율이나 육군이 규정해 놓은 육군 병영생활 행동강령과 내용상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1987년에 구타와 가혹행위 근절지침을 처음 마련한 뒤 94년에 사고예방 규정, 95년 병영문화 혁신안, 2005년 병영문화 혁신안 보완, 2009년 자살예방 종합 시스템, 2010년 언어폭력 근절 등의 대책을 추진했었다. 예전부터 군의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병영문화를 혁신 시킨다는 국방부 대책이 나왔다. 그렇다고 특별나게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

병영문화를 혁신 시킨다는 대책이 예전부터 있던 군인 복무규율과 유사한 것이면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군 기강만 흔들어 놓기 십상이다. 말로는 군인 인권신장 및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이번 법안이 만들어졌다지만 현실적인 눈으로 보면 실효성에 대한 의문뿐 아니라 모양새마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법안까지 만들어 군복무 방식을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모양새나, 신세대 장병들의 나약한 심성에 군 당국이 동화되는 현상이 시대 탓만 하기 어렵다. 일련의 군 관련 사건들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이후에 안보의식을 강조했던 결연한 목소리와 대조되는 현상이었다. 군 일각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자유롭게만 성장한 젊은 세대가 군대 조직에 적응치 못하는 이유로 돌렸다.

3군 수뇌부의 동조하는 입장이 뚜렷했다. 그래서 군의 기강과 질서유지를 위한 과학적인 대책마련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해법이 계급사회의 병사 상호간 명령이나 지시를 금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해 전 교사 체벌 말썽이 일어나자 교육당국이 일체의 학생 체벌을 금지시켰다. 이후 교권의 추락하는 과정을 국방 책임자들이 똑똑히 봤을 것이다.

우리 교실의 위엄과 교사의 권의를 지킨 건 군, 사, 부 일체 문화의 질서였다. 학생들 배움의 열망을 지켜주지 못하는 학교 교육제도는 국가장래를 어둡게 한다. 군의 질서와 사기를 지켜주지 못하는 군 제도는 국가 현상을 위험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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