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갑작스러운 금강산 지구 내 4841억 원의 남측 재산 처분 통보에 현대아산의 곤혹스러움 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재산의 법적처분을 단행하겠다며 남측 인력의 전원 철수를 요구했다. 이 정부 들어 남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북한은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보낸 전통문에서 “조치에 응하지 않거나 재산을 파손시킬 경우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는 발전기 등의 중요 설비를 반출하거나 해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통일부는 “법적, 외교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 하겠다”고 밝혔지만 공허롭기 그지없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해외관광객 유치에 나서자 중국에 금강산 관광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 될 때까지 북한은 매년 1800만 달러, 한화 194억 원의 현금을 받아 챙겼다.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쓰여 온 이 돈줄이 막히자 북한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측을 압박해온 터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기업들의 재산을 이 지역 관광 사업에 뛰어든 외국회사들에 팔아넘기겠다는 속내가 읽혀지지만, 실상은 우리 측 관광재개를 얻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정부는 외교채널을 풀가동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통제 불능의 ‘망나니’로 고립시켜야 할 시점이다. 그러자면 북한의 무도한 이번 행위가 국제사회에 널리 퍼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남북관계에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겠지만 무도한 망나니 행위에 융통성을 나타낼 수는 없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남측 사과요구에 움쩍도 않는 북한정권이다. 북측은 관광객 피살 사건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신변보장의 전제조건을 외면한 채 관광재개를 요구하는 억지를 부리면서 오히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의사가 전혀 없는 남측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강변해 왔다.

김정일이 중국 방문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하고, 북미 대화 재개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급변하는 정세에 남북 사이는 더욱 풀기 어려운 긴장국면의 연속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라 남북 간의 신뢰가 필요했다.

오늘의 남북 사태는 북한 길들이기에 주력해온 이 정부 책임이 없지 않다. 대화다운 대화를 유도 했어야 옳았다. 북한이 금강산을 국제시장에 내놓는다 해도 남북한 분쟁의 시한폭탄을 짊어지고 사업에 뛰어들 외국 기업이 몇 없다. 남측관광객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돈 벌 처지는 못 된다.

몽니 부리는 북한 행동에 남한 국민은 지칠 대로 지쳐있는 마당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내건 대북지원 마저 여론의 지지를 잃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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