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 대한민국 전역이 온통 축제 판이다. 김치 축제에 떡 축제, 커피 축제에 이르기까지 전국 도처에서 잔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역축제는 1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990년 75개에 불과하던 지역축제가 지방자치 시행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IMF 때 잠시 주춤한 뒤 계속 늘어났다. 물론 지역축제를 통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이다.

그러나 지역축제의 현실은 행사 주관을 이벤트 회사에 떠맡겨 가수 불러다 노래자랑대회를 방불케 하고, 난장 브로커들에게 장소를 팔아먹고 놀자판으로 전락시키기가 일쑤다. 이걸 자치단체장의 공약실천과 치적으로 내세운다. 그 지역의 경제규모나 재정 상태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예산을 쏟아 붓고 거꾸로 생색을 내는 한심한 정경을 빚고 있다. 지역축제의 대부분이 예산낭비의 적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가 도심 스포츠 광장에서 가수들이 쇼를 하며 젓갈 몇 통 파는 게 마포나루 축제가 될지 모르겠다. 지역 주민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관광객이 감동과 독창성을 느낄 수 있는 지역 한마당 축제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항상 표를 의식하고 사는 정치인들은 지역의 유권자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지역축제는 최고의 기회로 부상한다.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축제 한마당을 열어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이미지를 보이고 다음 선거에 표를 얻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나은 기회가 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축제로서 주제가 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문화가 허약하고 특색 없는 축제가 생산하는 것은 ‘거대한 술판’ 뿐이다. 축제문화는 실종되고 상술만 넘쳐 난다. 축제는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유용했다. 지역민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의미가 컸다.
이를 기화로 생겨난 온갖 축제가 세금만 축내는 불편한 잔치로 전락해 버린 꼴이다. 오로지 단체장의 치적경쟁 때문이다. 정체성 없는 판박이 축제다보니 안방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 모으려고 가수 불러 공연하고 사람 불러 밥 먹이는 일이 되풀이 되는 현실이다.

예산낭비에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과 공금횡령, 분식회계가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화합을 빌미로 한 지역축제가 복마전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해마다 1000개가 넘는 지역축제에 절반 이상이 참가인원 1만 명을 못 채우는 깡통축제가 되고 있다. 세금낭비가 점입가경이다.

올해 남원 춘향제 제전위원장을 맡았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축제는 전시행정”이라고 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축제는 허망하다는 얘기다. 주산지가 아닌 곳에서 똑같은 농산물 축제가 다반사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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