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초박빙의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안철수 교수의 선거판 직접 지원 여부가 크게 주목 받았다.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후보를 지원할 경우 한나라당 나경원, 무소속 박원순 두 사람 중에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나경원 43.2% VS 박원순 53.8%로 격차가 10%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어느 여론조사에 나타났다.

응답결과를 살펴보면 40대 이하에서는 박원순 후보 지지율이 월등히 높았고, 50대 이상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교수가 함께 선거지원에 나설 경우엔 안 교수가 판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내로 급속하게 좁혀지는 초접전 양상을 보이게 된 원인은 한나라당이 전개한 폭로전이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경원 상승세는 연전연승 무패의 선거여왕으로 불린 박 전 대표가 발 벗고 선거운동 전면에 뛰어들어 강남· 북 가리지 않고 서민권역을 공략한 전과임에 역시 틀리지 않는다. 그 추세로 나간다면 박원순 후보가 역전패 당할 가능성이 심도 있게 점쳐졌다. 박 후보를 총력 지원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이 아주 어색해 보였다.

박원순의 민주당 입당 선언을 끝까지 이끌어 내지 못하고 선대위에서 얼굴만 내비치다 박 후보가 이기면 시민정당에 민주당을 봉헌하게 됐고, 박원순이 패하면 당의 존재감을 잃게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거지원에 따른 지지층 결집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판국에 민주당 체모가 말이 아니다.

‘박근혜 대세론’이 ‘안철수 신드롬’보다 위력적인 결과에 안절부절 못한 민주당이 체신 없이 안 교수에게 선거지원에 나서줄 것을 읍소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안철수 교수 등 ‘제 3세력’의 정치실험을 실패로 몰면 ‘박근혜 대세론’은 시민단체를 타넘고, 민주당을 뛰어넘을 것이기 때문에 박원순 보다 민주당이 더 초조해진 처지다.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박원순 후보 진영에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정당들, 야권의 모든 시민단체가 몰려와 화려한 진용을 자랑했다. 선거종반 그에 모자란 민주당이 안철수 교수의 유세를 직접 요구한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박원순은 이미 민주당의 후보”라고 말하지만 “박원순 후보를 민주당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 사람도 그였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딜레마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단체의 돌풍이 확인되고 곧바로 야권 통합의 지각변동이 일어나 민주당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각 변동 속에서 민주당이 전락할 위험성에 대한 민주당 당원들의 불안이 깊다.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은 “안 원장은 박 후보가 나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한 책임이 있다”며 안 원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안 원장이 박 후보를 지키고 국민의 열망이 타오를 수 있도록 불쏘시개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런 민주당의 몸부림에 관해 이미 시민정당에 민주당의 봉헌의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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