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문제 더 커지기 전에 방지했어야”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81회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출연했다.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촬영된 이날 방송에서는 하 의원의 일본 대북밀수출 사건 진상 공개 뒷이야기와 함께 무역보복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졌다.

 

“문제 발단은 법원의 징용 판결, 법원은 법원대로 판결할 수 있다”

하태경, 日 ‘전략물자 북한 반출’이라는 무역 보복 명분 무력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일본에 의한 무역보복 공격에 맞서 ‘문재인 정부의 구세주’로 불리고 있다.

하 의원은 최근 일본이 한국산 전략물자의 북한 밀수출을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일본에서 불화수소 등의 전략물자를 북한에 여러 차례 밀수출한 사실 등을 공개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 의원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센터(CISTEC)로부터 입수한 ‘부정수출사건 개요’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 1996년~2013년에 30건 이상의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북한에 수출한 전략물자 중에는 핵 개발이나 생화학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하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1996년 오사카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수소와 불화수소산, 불화나트륨이 각각 50㎏씩 선적돼 북한으로 불법 수출된 사실이 일본 당국에 적발됐다. 불화수소(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이지만 사린 가스의 합성 원료로도 쓰일 수 있다.

일본이 밀수출한 전략물자 중 3차원측정기가 리비아 핵시설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하 의원은 “핵개발 시설에 사용되는 3차원 측정기가 북한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로 두 대가 수출됐는데 한 대가 2001년 11월 리비아 핵개발 관련시설에서 발견됐다”며 “일본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싱가폴을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갔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북한의 핵무기개발·생물무기에 이용될 우려가 높은 직류안정화전원, 주파수변환기, 동결건조기, 탱크로리 등이 북한에 밀수출돼 적발된 사실도 확인됐다. 대형 탱크로리가 북한으로 불법 수출되기 직전 적발되기도 했다.

주파수변환기는 2003년 8월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넘어갔다. 항공기에 적재해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불법 수출된 것이다.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직류안정화 전원도 2003년 태국을 경유, 북한으로 불법 수출됐다. 동결건조기는 대만을 경유해 북한에 부정 수출됐다고 하 의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대북(對北) 밀수출은 일본 현지 민간기업이 주로 한 것으로 하 의원은 추정했지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밀수출 기업의 설립이나 운영에 관련 있는지, 불법 수출에 직접 개입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서 제기하는 한국의 대북전략물자 밀수출설과 같은 음모론과 별개로 일본의 전략물자 대북 밀수출 사실이 확인된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장된다.

하 의원은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셀프 블랙리스트 국가를 자인한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인 지난 12일에는 일본이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 중국 등 친북 성향 국가들에도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를 밀수출하다가 적발된 사실을 공개했다.

하 의원은 일본 경시청이 지난해 발표한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 등 부정 수출 사건 목록’을 입수·분석한 결과, 일본은 2017년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유도전기로를 이란 등에 밀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도로’는 코일의 유도 전류를 열원으로 삼아 전자 유도작용에 의해 전기 에너지를 열로 변환해 이용하는 전기로다. 핵무기 개발 등에 이용할 수 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일본 현지 기업인 야스이 인터텍 주식회사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유도로에 해당하는 제품인 ‘진공 흡입 가압 주조기’ 등을 경제산업상의 승인 없이 이란과 중국, 태국 등에 밀수출해 행정처분(수출금지 3개월)을 받았다.

일본은 또 유엔(UN)의 대북제재가 실시된 2006년 10월 이후로도 대량살상무기 물자를 밀수출해 16건이 적발됐다.

이 밖에 일본 기업인 IMV 주식회사는 2010년부터 5년간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으로 전용될 수 있는 진동시험장치 제어용 프로그램을 중국에 밀수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다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무역경제협력국장의 명의로 적절한 수출 관리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경고서만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의원 [뉴시스]
하태경 의원 [뉴시스]

하태경 “전화 안 왔다”

박종진 “재치‧센스 없다”

 

박종진 앵커는 방송 시작과 함께 하태경 의원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혹시 전화 받았나?”라고 물었다. 하지만 하 의원은 “이럴 때 대통령이 한 번 전화를 해주는 것도 국민 단합을 위해 괜찮은 것 같은데, 정무수석 전화도 안 왔다”며 아쉬워했다.

박 앵커는 재차 “안 왔나. 당연히 올 줄 알았다. ‘고맙다’라고 얘기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 의원은 “비서실장 정도라도 아니면 안보수석 정도라도(왔으면)”이라고 말하자 박 앵커는 “재치도 없고 센스도 없다”며 “(만약 전화가 왔다면 지지도가) 확 올라간다”고 말했다. 하 의원도 “그러면 점수 딴다”라며 동조했다.

박 앵커가 하 의원에게 대통령이 전화를 왔냐고 물은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의 무역 보복 초기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하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일본의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북한 반출’이라는 무역 보복 명분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이 문제의 발단은 법원의 징용 판결이다. 법원은 법원대로 판결할 수 있다”라며 “문제는 이것이 외교분쟁이 되니까 문재인 정부가 더 커지기 전에 미연에 방지를 했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었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이번 무역 보복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데 반해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과의 관계가 과거와 달라졌음을 감지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이다.

 

“아베 보복 너무 과해”

“좌우 합작해야 한다”

 

하태경 의원은 “아베의 보복이 너무 과하다. 대한민국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거다. 반도체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다”며 “보수도 이럴 때는 더 급하고 더 중요한 것이 일본의 반도체 보복을 같이 막는 거다. 좌파건 우파건 간에 좌우합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 의원은 “마치 그때랑 똑같다. 구한 말에 고종이 밉다고 봉건잔재 청산하자고 하고 흥선대원군 밉다고 일본하고 손잡으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거다. 그러면 안 된다”며 진보‧ 보수세력이 이념을 떠나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밉다고 계속 문재인 대통령만 공격하면 (안 된다). 국민들이 볼 때는 나라 결딴나게 생겼는데 해법을 찾고 일본이 우리를 공격하는 명분을 없애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볼 때 한국당 보수는 대한민국 살리는 보수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만 미워하는 보수다, (라고 판단한다면)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당 저렇게 가면 무조건 집권 못한다. 영구적으로 집권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부당한 경제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동 직후 발표된 공동 발표문에 따르면 청와대와 여야 5당은 “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데 정부와 여야는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야 당대표는 정부에 대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제보 받은 거 아냐”

“우수한 비서진들이 찾았다”

 

이날 방송에서 박종진 앵커는 하태경 의원에서 기자회견 자료를 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물었다.

박 앵커는 먼저 하 의원에게 제보 받은 것인지를 물었다. 하 의원은 “제보 받은 건 아니다. 자체 우수한 비서진들이 찾았다”고 공을 돌리며 “대정부 질의를 준비할 시간에 딴짓하다 발견했다”고 웃었다.

사실 하 의원이 발견한 일본 안전보장무역정센터의 ‘부정수출사건개요’, 경시청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 등 부정수출 사건 목록’ 등은 이미 공개돼 있는 자료였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의원실에서 하 의원과 비서진 등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박종진 앵커는 하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고는 “일본은 북한이 핵무기 만드는 데 일조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는 메이드 인 재팬이다”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게 산케이신문 2009년 기사다”라며 “산케이신문이 우리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북한 핵무기는 메이드 인 사우스코리아다’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자기네 2009년 신문에 ‘북한의 핵무기는 메이드 인 재팬’이다”라고 썼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일본과 얽힌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하 의원은 “원래 산케이, 요미우리가 나를 좋아했다. 국회 들어오기 전에는 북한 인권, 북한 정권 치부를 폭로하는 데 앞장섰다”며 “내가 가면 (기자회견할 때) 일본 언론이 쫙 들어왔다. (심지어) 내가 쓴 책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잘 팔렸다”고 말했다.

한편 박 앵커는 이번 폭로로 “일본에서 입국금지 떨어진 거 아니냐”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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