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약세' vs 민영화 추진 위해 주가 부양 총력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잇단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가 약세에 따른 대비라는 분석과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손 회장은 올해에만 다섯 번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지난 1월 지주사 전환 후 정부의 조속한 민영화 추진을 위해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사주 5000주 사들여... 올해에만 다섯 번째
  그룹 실적·기업가치 자신감, 주주 친화 정책 의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26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올해 들어 다섯 번째로, 이로써 총 6만3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미래 성장 잠재력에 확신 얻은 듯

손 회장의 연이은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잠재적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의 과도한 불안감으로 답보 상태에 있는 주가에 대해 CEO로서 책임경영 및 부양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함으로써 우리금융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여건의 어려움으로 인해 본질가치 대비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손 회장이 하반기 경영성과와 종합금융그룹 조기 구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올해 지주체제로 전환한 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 승인을 받아냈고 25일에는 국제자산신탁과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은행 M&A에 활발히 나서는 중이다. 또한 이번 상반기에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시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국내외 경제 여건의 어려움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손 회장은 또 한 차례 자사주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 5월 홍콩·일본지역 CEO IR의 성과로 상반기 중 외국인 지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해, 이달 24일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30.36%에 이르렀다"면서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이어가고자 8월 하순 무렵에도 미국 및 캐나다 지역의 중장기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외국인 보유율 끌어올리는 데도 한몫

손 회장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 보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지난 6월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 주식의 외국인 보유율은 30.02%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의 외국인 보유율이 30%를 넘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2014년 11월 민영화를 위해 지주사를 해체하고 우리은행과 합병하기 전후에도 외국인 보유율이 30%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13일 우리은행에서 사명을 바꿔 재상장했는데, 당시 보유율은 27.51%였다.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하면 우리금융의 외국인 보유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리금융의 주주 구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중에선 하나금융지주가 70.13%로 가장 높고,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67.42%, 67.41%로 비슷하다.

우리금융은 전체 주식의 18.4%를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고, 이 외에는 7대 과점주주가 27.22%, 국민연금이 9.29%, 우리사주조합이 5.36% 등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주식 자체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적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의 주가부양 노력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사주 사들이는 금융권 최고경영자, 또 누구

금융사 최고 경영자들이  공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29일 차남규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사주 5만주, 여승주 대표이사 사장이 자사주 3만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차남규 부회장은 자사주 18만4000주, 여승주 사장은 자사주 9만8650주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 주가가 실제 회사 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했다"며 "차 부회장과 여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해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2016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2016년 2월과 8월, 2017년 11월, 2018년 11월 등 총 4차례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해왔고, 그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자사주 2536만5602주를 보유 중이다. 향후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도 주식스왑이 가능한 구조다.

또한 신한금융이 지난해 지주 출범이래 첫 자사주 매입(2000억원)에 나섰고, 하나금융도 지난달 2008년 이후 11년만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지난해 금융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올들어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주가부양 및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해외 기업설명회(IR)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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