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시 100% 환급? 만기 후 10년 뒤 환급… 소비자 피해 속출 

홍정석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장이 지난 3월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조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과 후속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홍정석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장이 지난 3월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조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과 후속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신유진 기자] 상조회사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조상품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상조회사의 폐업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 과대광고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상조회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협회가 둘로 나뉜 만큼 이들에 대한 역할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상조회사는 오너리스크도 지적 받는다. 일요서울은 ‘연속기획-상조회사의 그릇된 관행’을 통해 문제점 및 해법에 대해 알아본다. 

가전제품 결합한 상조 상품, 피해 입어도 법적보호 받지 못해
공정위 “소비자 피해 초래하는 사항들은 선제적 조치 할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 6월 2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상조업체 보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최근까지 등록 말소 및 취소 처분을 당한 경우를 포함해 폐업한 상조회사는 183개 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조회사의 폐업으로 인한 피해자는 53만4576명에 달했고 보상 대상 금액은 이들이 납입한 금액의 절반인 3003억 원으로 집계됐다.

결합 상품의 그늘과 피해

상조회사 폐업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제는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상조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계약 유지를 위해 보험업계에서 쓰던 만기 환급형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상조 상품에 가입하는 상당수 소비자는 ‘만기 시 100% 돌려준다’는 이유로 상품에 가입한다. 하지만 다수의 상조회사 상품은 기존과 달리 만기 이후 최대 10년이 지나야만 100% 환급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읽고 상품에 가입하기보다 모집인의 설명 또는 광고 일부만으로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상품에 가입한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소비자는 상품에 가입하면서 ‘만기 후 일정 기간 경과’가 아니라 ‘만기 직후’부터 납입금 전액을 환급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선수금 100억 원 이상인 50개 업체 중 19개 상조업체의 59개 상품이 이처럼 만기 후 최소 1년에서 최대 10년이 지나야 100% 환급을 해 줬다. 실제 상조업계 1위 업체인 프리드라이프의 ‘프리드396플러스A’와 ‘프리드498플러스’도 만기 후 10년이 지나야 100%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상품은 만기를 390개월, 즉 32년 6개월까지 설정했고 추가 기간까지 고려하면 100%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금 이슈로 인해 소비자의 해약 신청이 급증하면서, 소비자의 해약 신청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추정된다.

상조회사는 공정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가전제품 등과 결합한 상조상품을 활발히 판매하면서, 만기 후 계약을 해제하면 상조 납입금 100%와 가전제품 가액에 해당하는 만기 축하금까지 지급해 주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 납임금은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 상조회사가 만기 전 폐업하면 상조 납입금의 절반밖에 보상받지 못하며, 심지어 남은 가전제품 가액에 대한 추심까지 발생할 수 있다.

만기 후 환급 받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소비자가 증가할수록 사실상 상조회사는 폐업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 소비자에게 받은 납입금보다 더 큰 금액을 환급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만기 100% 환급이라는 조건으로 소비자를 대규모 유치했다가 만기가 도래하자 몰려드는 만기 환급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한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폐업한 에이스라이프의 피해자는 4만466명으로 피해 금액은 약 114억 원이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신규 소비자들은 계약서, 가입신청서 또는 약관에 명시된 ‘계약의 해제 및 해약 환급금’ 조항의 해약 환급금 관련 내용을 가입 전 반드시 확인하고, 가입목적과 가입자 연령 등을 고려해 장래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 소비자들은 만기 후 계약을 해제해 환급 받을 목적으로 가전제품 등과 결합한 상조 상품에 대한 가입을 신중히 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 없애야…

특히 가전제품 등 결합 상품 구매만을 목적으로 상조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행위와 이를 이용해 단기적으로 소비자 및 현금 확보에만 매진하는 상조회사의 행위가 결합할 때 상조회사의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은 악화한다. 이로 인해 상조회사가 영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폐업하게 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이어진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상조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중·대형업체로 개편된 상황에서, 위와 같이 만기 연장, 과도한 만기 환급금 약정 등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항들은 선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8월 중으로 재정 건전성 지표와 관련한 용역을 발주해, 그 결과를 토대로 법령 개정 및 제도 개선에 반영하고 과도한 만기 환급금 약정 시 유사 수신 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필요시 수사 기관에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선납식 할부거래업자는 고객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으면 최소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하고, 폐업 등으로 영업하지 못하면 보전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중 30만3272명은 보상금 2047억 원을 보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비율은 금액으로 68.1%, 보상 건수는 56.7%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폐업한 상조업체 피해자 23만1304명은 납입한 선수금 50%에 따른 보상금 956억 원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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