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 인터뷰

서기원 대표 [사진=황기현 기자]
서기원 대표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최근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조은누리양 실종 사건은 온 국민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던 조양이 산에서 홀로 귀가 중 자취를 감춘 지 11일 만에 발견됐다. 시를 비롯해 군경, 각종 단체 회원들까지 나서 조양의 무사 귀환을 위해 땀을 흘렸다. 다행히 조양은 무사히 돌아왔고,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보며 다른 의미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실종 아동의 부모들이다. CCTV의 보급과 기술의 발전으로 대한민국의 실종 아동 귀가율은 99.56%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연 4만 명에 달하는 실종자가 발생하고, 560여 명에 달하는 장기 실종 아동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실종아동찾기협회의 서기원 대표를 만나 대한민국 실종 아동 문제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들어봤다.

“예산 지원 못 받아 사비 털어 협회 운영”
“법 개정·강화될 때마다 보람 느껴”

지난 7일 오후 서울 신정역 인근 실종아동찾기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서 대표는 스스럼이 없었다. ‘실종아동찾기협회’의 시작을 묻자 서 대표는 “저도 1994년도에 딸 아이를 실종 당했다. 딸은 당시 초등학교 4학년, 만 10살이었다”라며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서 대표의 딸은 전북 남원시 항교동 집 앞 놀이터에서 놀던 중 사라졌다. 서 대표는 딸을 찾기 위해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전부 뒤졌다. 사창가도 뒤졌다. 나름대로 팀까지 꾸려 수색을 이어갔지만 성과는 없었다. 전국에 있는 아동보호시설 4700여 개에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온 곳은 4~5군데에 불과했다. 서 대표는 “그때 (아동 보호) 시설에 들어온 아이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시설에 가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랬다”고 전했다. 그렇게 전국을 헤매길 5개월, 어느새 서 대표가 쓴 돈은 1억 원이 훌쩍 넘어갔다. 그때 서 대표는 생각했다고 한다. ‘못 찾는 거구나. 대한민국에 있는 시스템으로는 못 찾는 거구나’


딸을 찾는 것을 포기한 건 6개월여가 지난 1994년 10월이었다. 서 대표는 이후 딸을 찾다가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서 대표는 “가출한 애들을 많이 만났다. 초등학교 3~4학년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더라”라며 “당시도 신앙생활을 할 때여서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이런 걸 보여주신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에 아이들을 하나 둘 집으로 데려왔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데려온 아이들과 정을 붙이고 살다 보니 ‘이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소년가장돕기청년회’였다.


이때를 즈음해 ‘실종아동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조짐을 보였다. 서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력은 열매를 맺었다. 지난 2005년 실종아동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된 것이다. 그러나 서 대표는 만족할 수 없었다고 한다. ‘법’만 제정됐을 뿐 실종 아동 수색을 위한 인프라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 대표와 뜻을 같이 하는 실종 아동 가족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전국실종 아동인권찾기협회’라는 단체를 만들고 활동에 나섰다.

관련법 개정에 신기술 도입까지…

‘실종아동찾기협회’의 공식적인 출범은 2010년 2월이다. ‘전국실종 아동인권찾기협회’로 활동한 2008년부터 약 2년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서 대표는 발족 당시 2~3년 임기만 채운 뒤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경찰 등에서 배포하는 실종 아동 전단에 실리는 아이들이 매번 같았던 것이다. 서 대표는 “포스터 속 아이들이 묘하게 58명, 한 장에 들어있는 아이들만 계속 나오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경찰과 보건복지부에 ‘실종 아동은 400~500명가량 되는데 왜 계속 똑같은 아이들만 나오느냐’라고 물었더니 대답을 제대로 못 했다”라며 “알고 보니 ‘실종아동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14세 이상 아이들은 전부 가출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종이 아닌 가출로 등록될 경우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 서 대표는 “법을 개정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관련법을 50개가량 입법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실종 아동의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서 대표는 “청소년들 가출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가출이 실종,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개정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출한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져주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또 ‘실종아동찾기협회’는 경찰과 연계해 실종 신고 서류를 제작하고, 수색·수사를 1년에 4회 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필요시 실종 아동의 부모가 경찰에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 국립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서 개발한 얼굴변형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뛰었다. 서 대표는 “경찰 등에 프로그램 도입을 요구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할 테니 예산을 달라고 했고, 1억2000만 원의 예산 지원을 약속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3년 6월 서 대표는 5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그런데 2014년 예산을 받기 위해 찾아온 서 대표에게 복지부는 3000만 원을 내밀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이 돈으로 사업을 하시려면 하고, 아니면 내년으로 미루시라’고 하더라”라며 “이미 직원을 뽑아놨기에 일단 3000만 원을 받아와서 나머지는 제 돈으로 충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마저도 사업 보고 후 1000만 원은 환수해갔다고 한다. 서 대표는 이때 가지고 있던 집과 돈을 처분하고, 은행 대출까지 생겼다.

‘다큐멘터리’ 통해 가족 찾은 사람들

서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장기 실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각 지방경찰청에는 장기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지만 인력 부족이 극심한 상황이다. 서 대표는 “보통 한 팀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실종 아동 등 다양한 사건을 맡는데, 많아야 5~6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사실상 1명이 한 분야를 전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대표와 ‘실종아동찾기협회’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서 대표는 “누군가는 그(장기 실종) 사건을 봤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알리는 것”이라며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국에 입양된 아이를 찾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다큐멘터리를 본 장기 실종자가 직접 경찰서를 찾아 가족과 만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 대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큐멘터리 제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서 대표는 ‘실종아동찾기협회’가 ‘고인물’이 되지 않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 대표는 “최근 10여 년간 가장 많이 강화된 법이 실종 아동에 관한 법률이라고 하더라.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물은 고이면 썩는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 힘들더라도 협회를 이끌어갈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 나 역시 남은 일생은 목사로서 할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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