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챙기기로 새인물 부재 시 총선 필패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 ‘혁신’을 내세우며 전폭적인 현역 물갈이를 예고했다. 내부 반발이 심해 공천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대로 혁신 없이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선다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은 지난 3월 인재영입위원장에 이명수 의원을 임명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황교안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느 때보다 새 인물 찾기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한국당이기에 일각에서는 인재영입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가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가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혁신’ 외치지만 돌고 돌아 ‘올드보이’... 인재영입 ‘판’ 새로 짜나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음 총선 공천기준 관련 “현역 의원의 물갈이 폭을 크게 해야 된다는 의견이 혁신위에서 많이 나와서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현재 한국당 의원들은 집권 정당으로서 자당 소속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맞이하고 정권도 뺏겼고 책임이 크다”며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당에 해를 끼쳐 당 이미지나 총선 결과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도 삽입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공천안에는 정치 신인에게 50%, 청년·여성에게 40%의 가산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대로 탈당·공천 불복 전력이 있는 의원에게는 30%를 감점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 위원장은 정치 신인에게 50%의 가산점을 부여할 시 현역 의원의 공천 탈락 가능성에 대해 “대전제는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다음 총선을 이기는 공천”이라며 “현역 의원이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일 다음 총선 공천룰 원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치 신인은 공천심사 때 10~20%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받고, 여성에 대한 가산점은 최고 25%로 상향했고 청년·장애인 등은 최대 25%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은 전원 경선을 원칙으로 했다.

당내 계파 잡음에 ‘친박 색채 빼기’ 돌입

민주당과 한국당의 공천안을 보면 한국당의 개혁 의지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청년·정치 신인 등에게 큰 폭의 가산점을 부여해 젊은 층과 새로운 인물을 당으로 수혈해 ‘꼰대정당’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공천안을 확정한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내부 반발에 부딪혀 아직 공천안을 확정짓지 못했다. 한국당이 이렇게 개혁을 원하는 이유는 최근 당 주요직을 둘러싼 계파갈등 논란과 홍문종 의원의 탈당이 한몫했다. 이를 의식한 건지 황 대표는 최근 ‘친박 색채 빼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 14일 취임 6개월 만에 비서실장과 대변인 일부를 교체하는 당내 인사를 단행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이헌승 의원에서 김도읍 의원으로 교체됐다. 민경욱 대변인이 물러나며 김명연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 김성원 의원과 이찬수 충남도당위원장이 대변인으로 새로 임명됐다. 전희경 대변인은 유임됐다. 친박계인 이 비서실장과 민 대변인을 교체한 것이다.

이번 인사는 과다한 업무와 다음 총선 대비 지역구 관리 등에 따른 조정으로 알려졌으나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최근 지지율 하락과 당내 잡음을 정리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 논란 등이 제기되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에는 “나는 친박에 빚진 게 없다. 우리 당에 친박·비박은 없다. 내가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을 가지고 이 당에 왔냐”며 “보수우파를 살려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黃 “총선 압승 위해 인재영입 필요”

한국당은 지난 3월 일찌감치 인재영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위원장 자리에 이명수 의원을 임명했다. 황 대표는 지난 6월 13일 24명의 인재영입위원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총선에서 압승하려면 변화와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완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는 인재영입이다. 변화와 혁신의 능력도 뛰어난 인재들의 역량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원들에게 “전국 어디든 인재가 있다면 쫓아가서 만나 달라”고 주문하며 “필요하다면 삼고초려, 오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 달라”고 당부했다. 황 대표는 다음 날인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대표 취임 후 우리 당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이끌어 갈 인재 발굴과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인재와 함께, 변화와 함께,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0일 한국당 희망 영입대상에 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KBO) 국제홍보위원과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이 떠들썩했다. 이를 두고 한국당에서는 추천 대상에 불과하다며 실명 공개에 난감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이슈된 인물 중 한국당으로 공식 입당한 사람은 아직 없으며 이제는 하마평마저 잊힌 모양새다.

한국당은 민주당보다 발 빠르게 위원회를 구성해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한국당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황 대표가 이명수 위원장을 신뢰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보여준 게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한선교 사무총장이 사퇴할 당시 이 의원은 계파 색채가 옅어 이진복 의원과 함께 사무총장 최종 후보까지 올랐지만 인재영입에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최종 낙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재영입 전략 등을 듣기 위해 일요서울이 이 위원장 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지역구 방문 등 일정이 많아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들었다.

인재영입 소식이 없자 황 대표가 직접 나섰지만 이마저도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떠오르는 인사라는 평가다. 한국당은 지난달 12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미디어특위 공동위원장으로 18일에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황 대표의 언론·홍보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했다.

길 전 사장은 뉴스 보도와 인사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해임됐고 김 전 사장은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당이 줄곧 ‘혁신’을 외치고 황 댛표가 “변화와 혁신에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다르게 올드보이들이 한국당으로 모이고 있다.

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구태정치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인재영입을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 인물들 말고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말해 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 전략을 수정해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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