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한일 외교장관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및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를 풀어갈 방안을 찾는다.

외교부에 따르면 방중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방침이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전 진행되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별도의 양자회담 자리를 마련한다. 두 장관은 회의 참석을 위해 전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한일 외교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에 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 장관은 지난 20일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 의제와 관련해 “어려운 상황이고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등에 대해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이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목록) 한국 배제 현실화를 막을 계기가 될지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야겠지만, 참 어렵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간다”고 답했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가졌다. 두 장관은 약 3주 만에 다시 만나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

그동안 한일 사이에는 갈등 국면의 확산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일 직접 비난을 삼가며 대화 용의를 분명히 전달했고,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삼성전자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 신청을 2차로 수용했다.

다만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번 만남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한국 측은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위시한 일본의 통상 압박에 합당한 근거가 부재하며, 자유무역주의에 반하는 조치를 철회하라는 방침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와 더불어 일본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 한국이 제안한 양국 기업의 기금 조성안을 바탕으로 외교적 협의를 통해 대안을 찾자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는 예정대로 이뤄진다고 응수할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통과시켰으며, 오는 28일 정식 발효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재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대북 정보 공유 차원에서 2016년 체결된 지소미아는 연장 거부 의사를 표하지 않는 한 매년 자동 갱신된다. 한국이 지소미아 폐기를 원할 경우 오는 24일까지 이를 일본 측에 통보해야 한다.

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고노 외무상에게 지소미아 재연장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관해 강 장관은 전날 출국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정부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거리를 뒀다.

이와 관련해 고노 외무상이 강 장관에게 전달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입장에 따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최종 판가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오전 고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3국 협력방안을 다지기 위한 논의를 나눈다.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은 3국이 번갈아 개최하고 있으며 이번에 9번째를 맞이했다. 3국 외교장관회담은 2016년 8월 도쿄 회담 이후 약 3년 만에 열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3자 회담 의제와 관련, “지역정세 전반과 양국 간 현안이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한반도 비핵화 추동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장국인 중국이 오는 12월 개최를 개진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와 관련해 의제, 시기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여겨진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서 한일중 외교장관들은 3국 협력 현황 평가와 발전 방향, 주요 지역 및 국제 정세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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