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만두’에 이어 이번엔 ‘기생충 알 김치’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한성식품의 김순자 사장은 골머리가 썩을 지경. 20년 동안 청춘을 받쳐 ‘김치 외길’을 걸어온 자신이 ‘불량김치를 만드는 죄인’처럼 비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식약청은 기생충 김치 리스트 내용을 발표했다. 리스트에는 ‘한성식품’이란 이름도 물론 올라와 있다. 이에 여기저기서 ‘거래를 끊겠다’는 통보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1986년 6월 창업 이래 20여 년간 피땀 흘리며 가꿔온 크고 작은 3,000여 곳의 거래처가 한순간에 등 돌리는 순간인 셈이다. 현재 한성식품의 김치 생산라인 공장은 모두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500명의 임직원과 여기에 딸린 식솔들은 거리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일부 신문과 방송은 연방 ‘기생충 김치를 어디에 팔았느냐’는 식으로 거래처를 추궁하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이에 질세라 ‘서슬푸른’ 항의로 한성식품 관계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성식품은 식약청 발표 전만 해도 국내에 김치산업을 태동시킨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한성식품은 김치를 집에서 담가먹던 시절에 ‘사다 먹는’ 김치를 선보여 오늘날 매출 50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종가집’ 브랜드의 두산식품이 ‘포장김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면, 한성식품은 ‘급식·식당’ 김치 부문에서 1등을 달리는 업체다. 미니롤보쌈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인삼포기김치 등 신개념의 김치를 선보이면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의 특허경진대회에서 금상을 휩쓸기도 했다.

청와대와 국회, 유명 호텔, 대형백화점과 할인점, 홈쇼핑 등에 납품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성과가 뒷받침된 까닭이다. 김 사장은 자신이 ‘불량김치를 만드는 죄인’처럼 비치게 된 데는 정부의 졸속행정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기생충 알 김치 파문이 발생한 후, 국내 식품관련 연구소를 모두 찾아다니며 기생충 알 검사를 의뢰했지만 어느 한 군데도 명확한 검사방법과 기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 또한 중소기업 스스로 기생충 검사를 할 장비나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조사·발표한 정부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김치의 잔류농약, 대장균 등 위해 성분 여부를 상시 검사해 왔고 주요 원재료인 배추, 무 등도 강원도, 충청도 등 산지 계약재배를 통해 파종시부터 관리를 하는 등 나름대로 식품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 당혹스럽다”며 “하지만 현행의 시스템으로는 식약청의 기습조사에 걸리지 않을 김치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생충 전문가들은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 알 모두가 미성숙 상태여서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번 만두파동에서 보듯 이름이 거론된 기업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치파동을 계기로 정부는 모든 식품의 위생점검을 강화하는 등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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