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할인에 흔들리는 ‘갈대 고객’

[요기요의 쿠폰]
[요기요의 배달음식 할인 쿠폰]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치킨 쿠폰 5000원에 배달비 무료네요. 요기요가 배민에 비해 인터페이스가 좀 불편해도 쓰려고 배민에서 갈아탔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달앱 사용 후일담에 담긴 내용이다. 제값 주고 음식 배달해 먹으면 ‘호갱님’이라는 말에 어떤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할지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의 요기요만 하더라도 소비자 유치를 위한 이색적인 광고‧홍보에 열중인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각 사가 꺼내 든 할인 쿠폰은 마치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한 ‘비장의 무기’처럼 보인다. 이에 반응하듯 소비자들은 저마다 가격 할인 정보를 공유하며 배달앱 사이를 오가고 있다.

배달앱, 소비자 유치 위한 할인 경쟁...소비자, 실시간 쿠폰 정보 교류도

네이버, 카카오, 쿠팡, 위메프 후발주자 출격...“차별화 전략 필요할 것”


음식점 전화번호를 찾아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 불편 없이도 몇 번의 터치에 맛집 음식을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 심지어 배달음식의 대표격인 치킨, 족발, 짜장면 외에도 스테이크, 브런치 메뉴, 케이크 등 베이커리 및 후식메뉴도 주문해 먹을 수 있게 됐다. 잘 분류된 음식 메뉴 카테고리와 편리한 배달 받을 위치 정보 등록, 배달 받는 데 소요되는 예상시간까지 ‘친절하게’도 알려주니 적응만 한다면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배달앱 이용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 명이었지만, 올해는 2500만 명으로 무려 29배나 급증했다. ‘배달 강국’의 위상은 당분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전망이다.

할인에 할인에, 또 할인

업계의 움직임에 배달앱 시장 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한 상태다. 각 사들은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거나, 이색적이고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반향이 큰 것은 바로 ‘쿠폰’ 경쟁이다. 배달앱을 활용해 음식 주문 시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는 가격 할인 쿠폰은 소비자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배민은 얼마 전 일주일간 치킨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치킨 0원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는 선착순 1만 명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행사 마지막 날 주문이 몰려 평일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기요도 같은 날 일주일간 오후 5~9시에 음식을 주문하면 최고 9000원까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행사를 벌여 배민과의 전면전에 나선 사례도 있다.

경쟁사들의 파격적인 쿠폰 이벤트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에는 각 배달앱이 꺼내 든 쿠폰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소비자들은 등재된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앱에 접속해 음식을 주문한 후일담을 나눴다. 한 커뮤니티상에 할인 쿠폰 정보를 게재한 A씨는 “마이리틀 셰프 게임 깔고 한 스테이지만 클리어하고 미션을 완료하면 쿠폰이 메일함에 들어온다”며 “게임 아이디당 할인 쿠폰을 1회 받을 수 있고 중복 사용도 할 수 있어 과정이 귀찮지만 유용하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고, 댓글 중 상당수는 정보 공유에 고마움을 표하며 쿠폰을 받기 위해 게임에 동참하겠다고 썼다.쿠폰 할인 행사를 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민과 요기요 둘 다 할인을 하지 않아 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폰 경쟁을 하지 않은 때로 돌아갔지만, 쿠폰 없이 선뜻 주문하기에는 찝찝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은 “항상 쿠폰 할인을 하고 있긴 한데 만족 할 수 없는 수준”이라거나 “그동안 너무 쿠폰을 퍼준 탓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폰 경쟁이 무분별한 소비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C씨는 “가끔씩 배달앱을 활용해 음식 주문을 하고 있지만,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주요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로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 편하지만은 않다”며 “음식을 주문해 먹을 생각이 없다가도 할인해 준다는 내용의 이벤트가 반복되면 괜히 소비하게 된 적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배달앱 기업들의 이 같은 쿠폰 경쟁은 좀처럼 식지 않을 전망이다. 요기요는 올해 마케팅 투자 비용으로 지난해 2배 이상인 1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배민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운 비용을 할인 행사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후발주자 역습 노리나

배달앱 브랜드의 양대산맥 격인 배민과 요기요를 제외하고도 신규 기업들의 배달앱 시장 출격 소식은 다수 소비자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기존 오픈마켓 형태를 띠던 브랜드가 배달 서비스 출시에 나서거나, 국내에서 배달앱 출시 카드를 꺼내든 우버 등의 해외 기업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배달 주문 시스템을 구축했고, 쿠팡과 위메프도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쿠팡과 위메프는 배민과 요기요 등 선발주자들의 배달앱 시스템과 다소 유사한 모습인 만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지난 4월 서울 일부지역에서 시범 운영에 나섰고, 서비스 지역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홍보를 위한 광고에도 나서며 출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위메프 역시 기존에 운영하던 픽업주문 서비스에 ‘맛집배달’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후발주자들이 과연 배민과 요기요의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차별화한 전략이 아니라면 도태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서비스가 정식 출시하기도 전 연관검색어에 ‘쿠폰’ 키워드가 생겨나기도 했다. 기존 배민과 요기요 소비자들이 할인 쿠폰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쿠팡이츠도 쿠폰 홍보의 길을 피할 수는 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존의 업체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오고 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보 경쟁에 나서는 듯 배달앱 회사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할인쿠폰에 대한 부담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각 사에 긍정적인 결과만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새롭게 출발한 후발주자들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은 지난해 3조 원 규모를 돌파했다.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배달앱 시장이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다양하게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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