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우 임원들에게 23조358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은 대그룹이 왜 붕괴되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이 아쉽다는 생각입니다.”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현 대주그룹 홀딩스 대표)이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 파악이 안된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에 따르면 대우그룹은 과거 타그룹을 인수해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러나 인수한 기업 중 소비재 산업을 다루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자동차, 기계 등 기간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정부에서 반 강제적으로 부실기업을 떠맡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면서 “이 경우 한쪽이 인수하기에는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두 그룹의 오너가 50%씩 비용을 분담해 왔다. 사실상 정부에서 부실을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그룹만 봐도 그렇다. 그에 따르면 대우그룹의 부실은 과거 때부터 세습된 것이다. 40조원에 달하는 부실은 80년대부터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마지막 사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은 부실의 책임을 김우중 회장과 대우 계열사의 일부 사장에게만 씌웠다”면서 “김 회장은 차치하고서라도 계열사 사장은 전임 사장의 부실을 떠안은 죄밖에 없다. 일부 사장은 취임 후, 회사상황 파악하다가 징역 5년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결을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데 대법원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대우 사태는 정부에서 부실을 강요한 만큼 일정 부분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분식회계 지시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김 회장이 모든 부분을 지시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같은 내용을 지시할만큼 회계지식이 풍부하지 않다”면서 “‘모사’라기보다는 ‘과실’로 해야 맞다”고 덧붙였다. 책임 소재를 가리자면 정부뿐만이 아니다. 당시 금융기관이나 회계법인에도 책임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김 회장의 지급보증만 있으면 무조건 대출이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금융기관의 이같은 모습이 대우의 부실을 키운 것 같다. 회계법인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분식계산 예측이 가능한 만큼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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