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염증 난 세력들, 우리당으로 모여들 것”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힘싸움 중인 가운데 지난 4월 시작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좀처럼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는 최고위원회 불참을 이어가며 손 대표의 퇴진을 주장하고 손 대표는 지난 8월 20일 바른미래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손학규 선언’을 통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에 일요서울이 지난 8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을 만나 당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들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 [사진=방태윤 기자]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 [사진=방태윤 기자]

-“혁신위 개입, 당 봉합하는 촉진제 역할 할 것... 신뢰 축적하는 과정 필요해”

임재훈 사무총장은 손학규 대표 측의 당권파로 분류되지만 그는 비당권파 측도 방법이 다를 뿐 당을 위하는 마음이 모두 같다며 내홍은 대화를 통해 봉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최근 정계개편이 시작되며 바른미래당을 향한 다른 정당의 통합 제안을 경계하며 다음 총선에서도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나갈 것을 확언했다.

-손학규 대표가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학규 대표가 ‘추석 전까지 당 지지율 10% 미만 시 사퇴’를 표명했다. 그 기조는 당이 혁신을 이뤄 한 방향으로 나가게 될 때 여론 지지도가 오르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지난 4.3 보궐선거 이후에 우리 당이 단 일주일이라도 제대로 일했다면 나부터라도 손 대표의 리더십 부재와 약속 파기에 대해 질타하며 퇴진을 촉구했을 거다. 우리 당이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추석 전에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가 최고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다. 대화의 접점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현재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를 보이콧하는 의원들은 당을 위하는 마음은 같지만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최고위 불참이 가장 효과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최고위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물밑으로 협상 중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면 추석 이후에 흔쾌히 복귀할 거라고 생각한다.

-유승민·이혜훈 의원의 혁신위원회 개입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두 사람의 소신과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이분들의 행위는 당을 위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우리 당의 현주소인 거 같아서 안타깝다. 그래서 우리 당의 양 계파가 진지하고 열린 자세로 근본에서부터 신뢰를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우리 당이 나아갈 진정성 있는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에 당 내홍을 봉합하고 회복하는 촉진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화를 많이 했지만 파트너로서보다는 서로를 정치적 목적과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불신으로 변해 당의 파열음이 극대화됐다. 이제는 우리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대화의 시점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사진=방태윤 기자]
[사진=방태윤 기자]

-당에서 ‘손학규 선언’ 이행 TF가 구성됐다. TF가 당 혁신 과제도 수행하는 것인가.

▲총선기획단은 당의 공식 기구이기 때문에 출범을 위해서는 최고위 의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당권파 의원들이 최고위를 불참해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 구성하지 못했다. 우리 당이 다른 당에 비해 총선준비가 늦었기 때문에 TF팀을 만들어 총선 준비를 시작하고 이후 당이 화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최고위에서 총선 기획단으로 전환해 탄력 있게 총선을 준비할 예정이다.

TF팀에서는 총선 준비전략과 인재영입 등 총선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나중에 총선기획단으로 전환할 때 본격적으로 선거 전략을 내실 있게 적용해 선거 활동의 탄력을 재고할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손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은 구태정치의 복귀, 평화당·대안정치와의 통합은 지역정당 퇴락이라고 발언했다. 당에서는 어떤 빅텐트를 구상하고 있는가.

▲기본 전제가 우리 당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손 대표가 평화당·대안정치와의 통합도 없다고 명시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우리 당을 향해 보수통합의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잠꼬대 같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당이 가야 할 길이 반드시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강의 길을 갈 거다.

거대 양당의 담합과 공생관계를 중화시킬 수 있는 역할이 반드시 제3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기 국회와 국정감사가 끝나면 민주당에서 능력은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인물, 한국당의 양심적인 인물 등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염증이 난 세력이 바른미래당 중심으로 모여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빅텐트’다.

-인재개발위원회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리 당이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재를 많이 영입하면 국민들이 우리 당을 달리 볼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정치를 하고 있지 않지만 지역에서 나고 자라면서 활동해 신뢰와 인덕을 형성하는 지역 토착형 인재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우리 당이 터 준다면 정치권에서 분위기 쇄신이 있을 것이다. 당이 안정화된다면 인재를 영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젊은 인물로 구성된 혁신위가 실패했다는 물음에) 혁신위가 출범 후 첫 번째 과제를 손 대표의 퇴진으로 삼았다. 우리 당의 개혁과제가 다양한데 6주 내지 7주의 기간으로 출범한 혁신위가 첫째 주는 현실적인 개혁과제들을 다루고 두 번째 주에는 강도를 높여간 후, 혁신의 최종 도착점은 손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퇴진이라고 주장했다면 당원들로부터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을 거다.

그런데 반대로 손 대표 퇴진을 첫날부터 논의했기 때문에 당원과 대다수의 당직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손 대표가 청년 정치인을 외면한 게 아니고 개혁과 혁신의 과정에서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당권파가 보는 정계개편의 시점과 다음 총선을 전망한다면.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국정감사에 돌입하게 되면 우리 당 의원들이 당내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때문에 국정감사 이후부터 당의 진로설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부상해 연말까지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총선이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3년이 끝나는 시점이다. 따라서 정권 심판론이 대두될 것이다. 현재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로 인해 레임덕이 시작됐다. 또한 외교·안보·경제 문제로 국민에게 상당한 실망을 주고 있다. 우리 당이 갈리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돼 다음 총선에 도입된다면 우리 당의 의석이 더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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