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日 중간자 역할 안 해놓고 이제와 비판하면 안 돼”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야기된 한일 양국 관계가 급랭 기류에 휩싸였다. 일본은 지난달 28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다는 시행령을 강행했다. 이에 맞서 한국 역시 일본을 백색국가서 제외 조치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를 종료하는 강수를 뒀다. 강대강 대치로 비화된 한일 관계가 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한일의원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중진의원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일요서울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나 최근 한일관계 현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국회 한일의원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중진의원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일요서울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나 최근 한일관계 현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 “아베 총리 ‘속마음’은 군국주의 부활 꿈꿔”

일요서울은 경색 국면에 빠진 한일 관계 현안과 이에 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일의원연맹회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중진의원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강 의원은 최근 한일 관계에서 가장 큰 이슈인 지소미아 종료 사태에 대해 “일본은 논리적으로 자기모순에 빠졌고, 한국은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서 제외할 때 (우리나라가) 안보 우호국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가) 안보 비우호국 내지는 적대국이라는 말인데, 그런 나라에 (군사) 정보를 넘겨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논리적으로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라며 “안보의 핵은 군사정보인데 안보 우호국이 아니라고 한다면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하는) 지소미아는 당연히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정세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지소미아 연장이 불가피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안보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이상 안보의 핵심요소인 군사정보를 주고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막고자) 일본에 ‘한국을 안보우호국에서 제외한 것을 철회하라’고 주장했었다”며 “하지만 일본은 끝까지 철회 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러니 우리로서는 지소미아 자체가 모순이고 수용하기 어려웠던 거다”라고 부연했다.

이와 별개로 강 의원은 지소미아가 지닌 불합리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라며 “2년 전 지소미아가 체결될 당시 강력 반대했다”고 밝혔다. 또 “심지어는 반민족적이고 망국적인 협정이라고까지 주장했다”면서 “심지어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했었다”라고 술회했다.

그가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하며 이를 체결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지소미아는) 다른 나라와의 군사정보보호협정과는 다르게 일본이 정하는 모든 정부관계기관이 (우리나라에) 와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당시 오바마 정부가 지소미아 체결을 강력하게 주장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후 한미일 상호 관계를 고려해 2년 동안 지속돼 왔다는 견해다.

이번에도 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게 이번 결정이 일본과 양국관계뿐만 아니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한국에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검토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강 의원은 “미국은 그런 얘기(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비판하는 것)를 하면 안 된다”라며 “미국이 주도해서 지소미아를 체결했기 때문에 그들이 나서서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걸 철회하도록 하고, (이로 인해) 한국이 지소미아를 유지하도록 중간자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이어 “미국은 말로만 하고 (한국을 백색국가서 배제한 것에 대해) 일본에게 강하게 압박준 건 하나도 없다”며 “미국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다”라고 일갈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한미가 이견을 보이는 것을 두고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강 의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가 있는 한 일본보다 한국이 더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한미동맹 관계에 균열은 가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한국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될 당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회는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막기 위해 강 의원을 비롯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등 초당적인 방일단을 꾸려 일본을 찾았다.

강 의원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이들은 일본 측에게 ‘한일 관계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원하고,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일 관계가 파국을 맞았을 땐 일본에게 모든 책임이 있으며 이 같은 조치는 잘못됐다’는 취지의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은 협상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밀어붙였다. 강 의원은 이 같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의 기조에 대해 “처음부터 의도를 가졌던 것”이라고 봤다.

흔히들 일본인들은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모습)를 지녔다고 한다. 아베 내각 역시 겉으로는 ‘한국은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 ‘국제법을 안 지키는 나라’라며 반한(反韓) 감정을 선동하지만 그 기저에는 군국주의적인 대일본제국 부활에 대한 야망이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과거에는 한일 간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논쟁하면서도 경제 문제까지 전선을 확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아베 내각은 경제 영역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라며 “남북 간 평화체제가 무르익어가니 ‘한민족 위험론’을 갖고서 일본을 군사적으로 재무장하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 평화법 개정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는 야망에 차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에 분노한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민간 차원의 저항운동을 펼치고 있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는 일제의 불법 강점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며 “(이로 인해)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악몽 같은 걸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간이 흘러 한일 간 많은 문화 교류, 민간 교류가 있고 (양국이) 정치적으로 밀접해지면서 그런 상처가 많이 아물어지고 있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일본이 ‘경제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기습 도발을 하니 다시 옛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해 강 의원은 그는 “우리는 늘 마음이 열려 있다. 일본과 대화할 마음이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간을 갖고 봐야 한다”며 “양국 정치인들과 정부 당국자들이 대국적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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