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쇼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단순한 실수에 의한 오류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12월23일 중간발표를 통해 “황 교수의 연구데이터 조작은 진실성이 중요한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강조하며 황 교수의 중징계 방침을 시사했다. 조사위 발표 하루전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황 교수는 조사위 발표이후 교수직을 사퇴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줄기세포 논란이 황 교수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급기야 검찰수사로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도 황우석 파동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야권은 청와대와 정부측에 책임론 및 인책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일각에서는 ‘권력형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어 황 교수 파동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전투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성탄절 연휴 하루 전날인 12월23일 오전 11시. 온 국민의 시선이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발표장으로 쏠렸다. 논문이 조작됐고, 황 교수의 중징계를 시사한 조사위의 발표에 국민들은 허탈감과 함께 또한번 충격에 휩싸였다.서울대가 의뢰한 DNA 조사결과 여부 등 최종결과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황우석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황 교수가 서서히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자 문책론 급부상

황 교수의 추락은 청와대 및 정부 책임론으로 비화되면서 관련자 문책론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황 교수를 적극 지원해 왔던 이른바 ‘황금박쥐’ 사단이 문책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금박쥐는 다름아닌 황 교수-김병준 청와대정책실장-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일컫는다.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대 발표이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이들 황금박쥐 사단과 주무장관인 오명 과학기술부 부총리 등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참여연대, 녹색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시민과학센터 등으로 구성된 생명공학감시연대는 성명을 통해 “황 교수의 논문 조작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이번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박기영 보좌관, 김병준 정책실장, 오명 과기부 장관 등도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이들은 그동안 황 교수에 대한 적극적 후원자를 자처하면서 각종 정책적 지원을 쏟아낸 장본인”이라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검증조차 없이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지원한 데 대한 비난과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이들 관련자들은 윤리문제, 논문 오류 의혹 등이 처음 제기된 이후 지금까지 황 교수를 지지하는 스탠스를 유지했고, 자체 검증이나 윗선 보고 등도 무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인 박 보좌관은 황 교수의 적극적 후원자임을 자처하면서 수백억원대 정부 지원금 등 각종 정책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또 황 교수 연구의 윤리 문제나 논문 진위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대통령에게 왜곡 보고하거나 아예 묵살한 의혹을 받고 있다.오명 부총리도 안일하게 사태를 관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 교수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금은 차치하더라도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데도 황 교수를 두둔했던 것. 실제로 오 부총리는 논문 진위 논란이 한창 불거지고 있던 12월8일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황 교수를 방문, “이 분야 전문가들이 다 검증한 내용을 잘 모르는 제3자가 남의 얘기를 듣고 검증하려 하는 것은 안 된다”며 황 교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형 음모론 등 파문 확산

정치권은 관련자 문책은 당연한 것이고 더 나아가 ‘권력형 음모론’ 등을 제기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를 압박하고 있다.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황 교수 사태와 관련해 22일 성명서를 내고 국정조사와 특검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황 교수 사태에 숨겨져 있는 노무현 정권의 정치·경제적 음모에 대해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 의원은 또 “노무현 정부는 황 교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며 “2004년 총선에서 황 교수에게 전국구 비례대표 1번을 강권한 것은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이 의원은 특히 황 교수 논문 진위 논란에 현정권 실세와 그 측근들이 ‘황 교수 신화’ 만들기와 ‘황 교수 죽이기’ 음모에 절묘하게 동시에 개입하면서 자신들이 관련된 국가적 권력형 대형 비리들을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도록 기획한 정황적 증거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황우석 사태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나머지 안기부 도청수사, 이건희 등 삼성 비자금 사건, 이광재 삼성채권수수 사건, 오포 비리, 윤태식 게이트 등 현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대형 비리사건들이 절묘한 타이밍 속에서 일거에 묻혀버렸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따라서 이 의원은 “황 교수 사태와 관련해 거대한 ‘권력형 음모’가 개재되었을 개연성이 강하다”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같은당 김석준 의원은 23일 현정부가 ‘황 교수 노벨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작동했다가 중단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김 의원은 이날 모 라디오에 출연해 “이 프로젝트팀에는 과학기술분야 인사 외에 외교관 등 고위공직자까지 관여했다”며 “심지어 국가 고위관계자가 황 교수를 스웨덴의 노벨상 위원회 책임자에게 소개한 일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에 청와대 인사들이 대거 관련됐고,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관련자 문책과 국정조사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특히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전과정에 청와대 등 현여권 거물급들이 대거 연루돼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황 교수가 국민과 전세계 과학계를 상대로 무모한 조작극을 감행했을 때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란 논리다. 현정부 정관계 거물급들과의 사전 조율 내지는 암묵적 교감하에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황우석 파동’ 후폭풍이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를 겨냥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황우석 신화’를 주도하며 국민들을 열광시켰던 황 교수는 결국 좌초할 것인지, 또 정치권으로 확산된 황 교수 사태가 여야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황우석 ‘덫’에 걸린 여야 대권 주자들여야 옹호론자들 ‘황우석 몰락’에 ‘침묵’내지 ‘돌변’

황우석 박사의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이 ‘조작’된 것이라는 서울대 진상조사위의 중간발표가 나온 지난 23일. 국민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황우석 옹호하기에 급급했던 차기 대권주자들도 말의 ‘덫’에 걸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등 여야 대권주자들은 소장 과학자들이 DNA 지문 조작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도 황 교수 옹호발언을 계속했기 때문이다.특히 정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나라당 한 의원이 현정부 고위공직자들이 황 박사 노벨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작동하다 중단했다고 폭로까지 해 더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정황상 여권 대권 주자들도 이번 사태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두 주자를 겨냥 직격탄을 날렸다.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 후보로 황 박사 영입을 시도한 정 장관은 18일간 칩거생활을 마치고 서울대에 첫 출근한 황 박사를 찾아가 ‘친구로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우리의 희망으로 보호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는 등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반면 김 장관은 ‘국익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생명공학 관련부서인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이번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한 형편이다.한편 황우석 ‘광팬’을 자처한 한나라당 손학규 경기도 지사의 모습도 안쓰럽다.그는 ‘황우석과 황우석 연구팀을 해치는 사람들은 배격하고 격리시켜야 한다’고 감정적 발언까지 내뱉은 바 있다.

하지만 그후 논문 조작이 현실로 들러날 시점에선 “황 교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일이 어렵지 않겠냐”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박 대표도 황 박사가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병문안을 하는 등 적극 옹호 입장을 보였었다. 박 대표는 한 강연에서 “황 교수 문제까지 이 사회는 이념적으로 풀고 있다”며 “보수·진보로 편을 갈라 이념 잣대로 재단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색깔론을 제기하며 옹호했다.평소 황 박사와 ‘호형호제’사이라는 이 시장도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 그는 사적으로 전화를 걸어 “바깥에서 어떤 얘기가 들려오든 신경 쓰지 말고, 실험에 몰두해 그 결과로 모든 것을 보여달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몰락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적극 옹호했던 차기 대권후보자들이 ‘침묵’을 지키거나 ‘돌변’하는 모습은 국가경영을 하겠다는 인사들의 자질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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