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에 들어서는 순간 강 변호사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로비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20분여를 기다렸을까. 간신히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 변호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부님 복장’을 한 채 ‘빙그레’웃으며 나타났다. “살이 좀 빠진 것 같네요?”라는 말에 그는 “모르겠어요. 줄였다 뺐다 하니까”라며 웃었다. 짧게 끊어 툭툭 내던지듯 뱉어내는 말투가 무척 인상적이었으며 묘한 매력이 뿜어져나왔다. 강 변호사는 다소 ‘까탈스러운’ 성격일거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웃음이 많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인터뷰 도중 다리를 흔들거나 명함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호탕하게 웃는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처럼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그는 행정고시 합격 후 다시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 검사의 길을 걸어왔다.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탄탄대로를 걸어온 전직 검사님이기에 취재전 적잖은 부담이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와 인터뷰 약속을 잡기까지 적잖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 상대하느라 일을 못하겠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음껏 물어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강 변호사는 인터뷰 중 ‘윤락녀’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자를 나무라며 ‘성매매여성’으로 불러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강지원에 대한 오해풀기


강 변호사는 유독 크고 굵직굵직한 사건을 많이 맡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그가 담당하고 있는 큰 사건만 대충 짚어봐도 유영철 피해자 가족 소송건, 밀양 여중생사건, 최진실씨건, 수능 시험 변론건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편견이 따라다닌다. ‘이슈화되는 큰 사건만 맡는다’, ‘일반인의 의뢰건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언론을 너무 의식한다’는 식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만 골라서 한다거나 특권층의 권익보호에만 치중한다는 느낌을 풍겼던 것도 사실이다.특히 그는 최근 최진실씨 사건으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강 변호사는 최씨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사건을 맡기 전 공익적인 사건을 우선시한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사회에 얼마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공익성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그는 최씨 변호건에 대해 “최씨 개인이 아닌 여성에 대한 변호”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초기에 최씨의 무료 변론을 하기로 했던 사안으로 비난도 있었다. “세간의 안좋은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주저없이 “그렇다” 고 대답했다.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잘나가는 연예인을 무료변론하는 것은 유명인에 대한 특혜’라며 못마땅해하더라는 것이다. 기사의 말도 일리가 있다싶어 수임료를 밀양사건 피해자돕기에 쓸 것을 제안했고 최씨도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여론이 좋지않자 최씨사건을 밀양사건과 연계시킨다는 일부의 수군거림에도 그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그는 최씨와 사적인 친분이 전혀 없다고 한다. 최씨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여성인권 차원에서 맡아야 할 사안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무료 변론도 자청했다는 것이다.

강변호사는 최씨 사건을 “가정폭력을 당한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전 ‘최씨와 밀양 여중생이 같은 처지’라고 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의 취지는 양측 모두 사회의 편견에 멍든 약자로서의 여성이라는 의미였던 것. “최씨는 가정폭력의 피해자, 밀양 여중생은 성폭력의 피해자로 둘 다 사회적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비슷한 점이고, 다른 점은 양측의 배경이다.” 그에게 최씨 개인의 경제적인 입지나 유명세 등은 무의미했다. 그가 밀양사건과 최씨사건을 동일한 범주로 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씨 사건은 2월 중순경에나 법정 결론이 날 것 같다”는 그는 밀양 여중생 사건으로 화제를 돌리면서 돌연 인상이 굳어졌다.

그는 밀양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며 분노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 변호사에게서 밀양사건 피해자의 근황에 대해서도 간단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밀양사건의 한 피해자는 결국 지난 1월3일 밀양을 떠나 모처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며 “10분 간격으로 자살충동을 느끼는 심각한 상태”라 전했다. 강 변호사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튀는 변호사와 인간적인 변호사가 그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가 내려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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