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점포·창업기획 허와 실-①]소자본 창업의 민낯
[단독][점포·창업기획 허와 실-①]소자본 창업의 민낯
  • 양호연 기자
  • 입력 2019-09-06 19:09
  • 승인 2019.09.06 20:07
  • 호수 1323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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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비용 3000만 원 팔 할은 거짓?...창업자는 ‘봉’
창업박람회 [뉴시스]
창업박람회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획일화된 유통시장에 혀를 내두르던 창업자들도 ‘유명 프랜차이즈 이름값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속설에 눈길이 가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2~3000만 원이면 창업할 수 있다”는 등 민심을 유혹하는 프랜차이즈의 과대·허위 광고가 난무하는 창업 시장에 극심한 우려를 나타냈다.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만 보고 덜컥 창업에 나섰다가 큰 낭패를 봤다는 후일담도 적지 않다.

소자본 외치던 가맹본부...별도공사 명목 추가 비용 요구

개설비용 지원·혜택·면제 홍보...개설 위해 은행 대출까지 알선

#1. 주부 이모씨(55)는 경력단절 여성도 어렵지 않게 창업할 수 있다는 내용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 광고를 봤다. 가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지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25평대 맥주집 창업이 가능하다니, 주저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점포 오픈을 두고 가맹본부와 상담하니 예상과 달리 만만치 않은 창업비용이 필요했다. 해당 브랜드가 광고하는 창업비용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만 해당할 뿐, 익스테리어(돌출간판 등 외부 공사) 비용은 별도로 든다고 했다. 철거비용과 화장실 공사비용은 물론, 냉난방기, 음향기기, 포스 등 영업에 필요한 필수 항목도 모두 불포함 사항이었다.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상담 현장을 나와야 했다.

#2. 퇴직을 앞둔 직장인 최모씨(59)는 3000만 원에 돼지 껍데기 전문점을 창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광고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퇴직금을 투자해 작은 식당을 열고,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 모씨 역시 창업의 꿈은 한순간에 수그러들었다. 해당 사가 공시한 3000만 원은 현재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업종 변경 시에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간판갈이’ 시 해당하는 비용이며, 신규 창업 시 두 배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만 했다.

공시 대비 ‘두 배’ 이상

실제로 펍 프랜차이즈 업계 1세대로 잘 알려진 A 프랜차이즈의 창업 개설 비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공시 비용만으로 가맹점을 개설하는 데는 무리가 따랐다. 해당 업체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5평 규모의 가맹점을 개설하기 위해선 7970만 원(VAT 별도)의 창업 개설 비용이 필요하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는 가맹비와 교육비, 인테리어 기본공사, 간판, 판촉홍보물, 주방 집기 및 기물, 가구, 수제 맥주 설비 등에 해당했다. 공시비용 한편에는 ‘별도비용’의 명목이 불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해당 업체가 ‘별도비용’으로 책정한 항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A사에 따르면 냉난방기와 음향기기, 철거비용, 소방비용, 전기증설, 화장실 등이었다. 또한, 돌출간판과 외부공사의 항목도 있었는데, 이는 쉽게 말해 점포 외부에 소진되는 비용은 전부 창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맹점 오픈 이후에는 가맹점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로열티도 지불해야 했다. 개설 비용에 포함된 가맹비와는 또 다른 항목이다. 이외에도 계약 해지 시 변환되기는 하지만, 계약이행보증금 300만 원도 부담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동일 조건에서 가맹점을 오픈하는 데는 대략 1억5000만 원~2억 원 정도의 개설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 창업일 경우 점포 면적 등이 15평에서 더 줄어든다고 해도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A사 뿐만이 아니었다. 카페 프랜차이즈 B사 역시 가맹비와 교육비 1000만 원 면제 혜택을 제외하고 4080만원으로 개설 비용을 홍보하고 있지만, 로열티와 별도공사 항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심지어 개설 비용에 포함된 인테리어와 간판, 가구 비용도 가맹본부가 협력업체를 선택·결정 후 견적을 ‘내봐야 안다’는 식이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인테리어와 물품 등 여러 업체와 협력해 비용이 책정되는 만큼 프랜차이즈 브랜드마다 홍보하는 개설비용은 홈페이지나 광고상에 공시된 대로 이뤄질 수만은 없는 현실”이라며 “브랜드마다 창업자를 우선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경기로 소자본 창업을 원하는 예비창업자들이 많은 만큼 개설비용이 적은 것처럼 보이게 공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혜택의 ‘눈속임’

이 가운데 다수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창업자 유치를 위한 홍보과정에서 ‘지원’ ‘혜택’ ‘면제’ 등의 카드를 꺼내 든다. 심지어 일부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업무협약을 맺은 은행권의 대출까지 알선한다. 실제로 음식점 프랜차이즈 업체 C사만 하더라도 ‘가맹비 없음’이나 ‘교육비 면제’ 등을 전면에 내세워 창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이 ‘눈속임’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구모씨는 “한 카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 준다는 소식을 들어 문의했더니, 매장 면적이 10평까지인 경우에만 지원해 준다고 안내 받았다”며 “이마저도 2년 동안 브랜드를 유지하고 본사의 물류만을 사용한다는 내용의 특약조건을 내걸었고, 그렇지 않으면 일체 비용을 배상해야 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커피 머신 등 설비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해 눈속임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다수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거래 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이 당사의 식자재 및 주류, 물류만 사용하도록 조건을 내걸고, 이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운영 구조다. 자체 식품회사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도, 제3의 물류업체나 식자재 유통회사에 위탁해 공급받고, 그에 따른 일부 수수료를 취한다. 때로는 유통업체로부터 가맹점 계약 건에 따라 ‘백마진’ 형태의 인센티브를 지원받는 것도 공연한 사실이다.
 

상생 협력 가능할까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Brand)는 5741개로 2017년 프랜차이즈산업 매출은 우리나라 명목GDP(1730조 원)의 6.9%를 차지한다. 이는 2016년 대비 2.7% 증가한 119.7조 원 규모다. 이 중에서 가맹본부가 차지하는 매출은 52.3조 원(44%), 가맹점은 67.4조 원(56%)으로 집계됐다. 비율상 가맹점이 높다지만, 사실상 1개 가맹본부와 1개 가맹점의 비율을 따져보면 판도는 뒤바뀐다. 연평균 매출액은 가맹본부당 144억 원, 가맹점당 2.8억 원 수준이다.

한편,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원하는 이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한다는 이들이 59.2%로 집계됐다. 이어 생계수단이 마땅치 않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한다는 이들은 11.5%로 조사됐다.

최근 정부는 산업부를 비롯해 관계부처가 합동해 ‘2019년도 가맹사업 진흥 시행계획’을 수립·시행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고, 상생협력 기반 강화, 가맹본부-가맹점 동반성장모델 육성에 나선다는 것이다. 생계형 창업이 가맹본부 이익을 위한 ‘광고 문구’에 그치지 않고, 상생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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