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4학년생이 대학교 4년 학비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됐다.

미국 전역이 이 소년 때문에 난리다. 주요 매체는 물론이고 시골 언론까지 이 뉴스를 다루고 있을 정도다. 


특출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다. 한국의 누구처럼 어린 나이에 논문을 쓴 천재여서도 아니다. 그는 그저 초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그런 소년이 어떻게 대학교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걸까.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외곽의 소도시 알타몬트 스프링스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인 이 소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학 풋볼(미식축구)팀의 티셔츠를 입는 날인 지난 2일 테네시대학 티셔츠를 입고 등교하고 싶었다. 그러나 테네시주도 아닌 플로리다주에서 테네시대학 티셔츠를 구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종이에다 대학 로고를 손으로 그린 뒤 이를 테네시대학 상징색인 주황색 티셔츠에 붙였다. 


초등학교 4학년생이 대학교 로고를 손으로 그려봤자 얼마나 잘 그리겠는가. 글씨도 삐뚤삐뚤하고 색칠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를 본 학교 담임선생은 그러나 소년의 ‘특별한 아이디어’에 감동해 칭찬을 해줬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소년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점심시간 소년의 티셔츠를 본 여학생들이 놀려대자 그는 낙담하고 말았다. 그는 울면서 교실로 돌아왔다.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 안타까웠던 담임선생은 진짜 테네시대학 티셔츠를 사 주기 위해 소년의 사연을 담은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담임선생의 글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마침내 테네시대학 당국도 소년의 사연을 접하게 됐다. 총장 대행이 트윗에서 학생의 대학 사랑에 감명받았다고 소개했고 대학 측은 즉각 이 소년에게 대학 기념품을 보냈다. 이어 이 대학 공식 기념품 매장은 소년이 그린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정식 발매하기도 했다. 티셔츠 수익금 일부는 따돌림 방지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테네시대학은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이 소년이 대학생이 되는 2028년 테네시대학에 입학할 경우 4년간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불하겠다고 12일 발표했다. 소년의 애틋한 대학 사랑에 대한 보답 차원이었다. 


테네시대학은 이 소년 덕에 4년간 지급할 장학금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이게 미국이다. 이런 사소한 일화가 뉴스가 돼 고작 초등학교 4학년밖에 안 된 소년이 대학 진학을 보장받고, 더욱이 대학 4년을 공짜로 다닐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집세가 없어 쫓겨나 가족과 텐트나 모텔 로비 등을 전전하면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40여 개 대학에서 합격통지와 함께 300만 달러의 장학금을 제안받은 한 10대 흑인 학생의 사연도 미 전역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학들은 환경을 탓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굳은 의지를 높게 산 것이다.

 
이렇듯 미국 대학들은 각양각색의 사연으로 학생들을 뽑는다. 


반면 한국 대학들은 어떤가.


진짜 실력과 특혜 여부를 떠나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의 경우처럼 어떤 대학은 고등학교 시절에 논문을, 그것도 영어로 쓸 줄 아는 학생을 뽑는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어디 조국 장관 딸만 그렇겠는가.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스펙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들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 입시생들은 수능은 물론이고 수시입학용 스펙 쌓기에 사활을 걸여야 한다. 


이러니 기상천외한 스펙 쌓기 편법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 소년이 단지 대학 사랑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놀림을 당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4년간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겠다는 대학.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 흑인 학생에게 총합계 300만 달러의 장학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대학들.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학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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