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너리스크로 홍역을 앓던 기업들이 이번에는 밥그릇 전쟁으로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삼성, LG, SK 등 빅3 대기업들이 설전을 벌이면서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들 기업은 소송은 물론 상대 회사를 겨냥해 쓴소리도 마다치 않고 있다. 감정싸움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또한 최고경영진의 만남에서도 화해의 물꼬를 트지 못해 결국 누군가 하나는 져야 끝나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들 기업의 물고 물린 감정싸움에 대해 조명해본다.

 `배터리 기술유출` `TV 품질` 등 갈등 심화…법정에서 시시비비 가릴 듯
 일각에선 “다국적 기업들 쫓아오는데 집안싸움” 비난 여론도 있어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다툼은 한국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이들의 싸움은 대외적 악재 속에서 내부 싸움으로 비치면서 해당 기업의 해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립의 잘잘못을 떠나 비난 여론까지 거세지면서 이들을 비난하는 여론도 뜨겁다.

일각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맹추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끼리의 싸움은 `집안싸움`으로 비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LG 수사 의뢰로 SK 압수수색

우선 이번 대립에서 공교롭게도 접점을 이루고 있는 곳은 LG그룹 계열사들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전쟁을 치르고 있고 LG전자는 삼성전자와 8K TV의 품질을 두고 설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산업기술유출 수사팀)는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LG화학이 지난 5월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 담당 직원 등을 서울경찰청에 형사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에 제소했고, 국내에서도 비공개로 형사 고소했다.

LG화학은 이날 자료를 내고 "경쟁사의 도를 넘은 인력 빼가기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다량 유출돼 더는 내버려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수사를 의뢰했다"며 "SK이노베이션은 채용 면접 과정에서 LG화학의 세부 기술 등을 묻는 등 조직적·계획적으로 영업비밀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LG화학 출신) 인력 채용은 유감이나 워낙 지원자가 많았다"며 "(기술 유출과 관련해선) 최첨단 배터리 소재인 NCM811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우리의 기술력이 우수함을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나 근거는 차고 넘친다"고 반박했다.

이어 "소송으로 인한 손실과 인적·경제적 고통이 매우 큰 만큼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존중해 달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소송에 맞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이달 초엔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혐의로 LG화학을 맞제소했다.

LG 제공 세에 삼성 정면 대응

LG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연일 설전을 이어오고 있다. 두 기업은 8K TV 기술을 놓고 같은 날 설명회를 열면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LG전자는 지난 17일 LG트윈타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자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4K TV와 삼성 QLED 8K TV를 나란히 전시해 화질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8K는 ‘진짜 8K’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연에서 두 TV 모두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는 영상을 틀었지만, 삼성 QLED TV로는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LG전자는 삼성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CM) 값이 지난해 제품은 90%였지만 올해는 12%로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호준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연구소장 전무는 “경쟁사(삼성전자) 패널이 시야각에서 LG전자 대비 좋지 않아 시장에서 꾸준히 논쟁거리가 됐다”며 “올해 나온 삼성 TV의 시야각이 지난해보다 좋아졌고, 이를 보완한 데 따른 부작용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서초구 서울 R&D 캠퍼스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용석우 상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8K 화질 설명회’를 열어 LG전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LG전자가 강조하는 cm 값에 대해 8K TV 기술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M은 1927년에 발표된 개념으로 초고 해상도 컬러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도 2016년 CM값을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 QLED 8K TV는 국제표준기구(ISO)가 규정한 해상도 규정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독일 화질 인증기관 VDE의 인증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