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복당이냐? 신당 창당이냐?... 속마음은 ‘신당행’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바른미래당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하태경 최고위원에게 ‘직무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런데 손학규 대표가 징계를 고수하자 비당권파에서는 탈당 등의 강수를 두는 등 향후 행보에 대한 구상에 돌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가능성도 점치고 있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 무당층도 늘어나면서 비당권파 앞에 놓인 선택지는 적잖게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모두 ‘유승민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유 의원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승민 의원은 신당 창당, 한국당 복당, 잔류냐의 기로에 서 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인사들을 이끌고 탈당을 결행해 신당을 창당하고 향후 정치적 환경을 살펴본 뒤 보수 통합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당에 남거나 한국당에 입당하는 등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연 유 의원은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뉴시스]

-하태경 징계 바미당 내분...15명 의원 “중대한 결단 내리겠다” 탈당 시사

-정치권 A씨, 유승민 독대 “유 신당창당행에 무게둬”

바른미래당은 지난 4.3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과 선거법 개정 등을 놓고 당 내분이 시작됐다. 특히 내년 총선을 누구의 깃발 아래, 누구와 함께,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느냐의 근본적 고민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가 한국당에 복당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중도개혁정당을 자처했지만 중도의 모습도 개혁의 모습도 보여 주질 못했다. 선거제 개혁 등을 놓고 국민의당·바른정당계는 사사건건 부딪쳤고 의원들 생각은 제각각이다. 당 내분이 일어날 때마다 기자들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에게 한국당에 복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가는 (한국당과) 함께하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유승민-추경호 회동설에 지역구 내에서 ‘복당’ 거론

유 의원의 한국당 복당설과 수도권 출마설이 거론됐던 것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지방선거 전후로 한국당 의원들과 유승민 의원이 개별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졌다. 특히 같은 대구 지역 의원들과도 서로 교감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방선거 전 유 의원은 친분이 있는 한국당 대구지역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비공개 회동에서 한국당 대구 의원들은 보수통합론을 거론하며 유 의원의 한국당 복당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유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얘기를 전해 들은 한국당 한 의원은 “한국당 복당, 이른바 보수통합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도 “‘한국당 복당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지역구인 대구동을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며 의원들이 수도권 출마를 권유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지역구 대구동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고, 대권 행보를 위해서는 수도권 출마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참석자들은 유 의원이 수도권 출마에 부정적이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 출마를 전제로 한국당 복당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현재까지도 유 의원 지역구 내에서는 ‘수도권 출마설’이 끊이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배신자 이미지가 아직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김규환 의원과 유승민 의원 간 대결에서 김 의원이 앞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에서도 이를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구 동을 지역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 한 인사는 “김규환 의원이 한국당 대구 동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어, 유 의원과는 체급이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역에서 배신자 프레임이 너무 강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 의원이 대구 동을에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 의원이 한국당 복당한 뒤 수도권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얘기는 지금 현재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유 의원이 복당할 경우 한국당 친박 의원들이 ‘복당 불가’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고, 유 의원과 친박 핵심인 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인 추경호 의원을 만났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바른미래당 내분 일촉즉발 하태경 징계 철회가 변수

이런 와중에 하태경 의원에 대한 징계를 둘러싸고 바른미래당 내분 상황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부당한 징계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며 “손 대표가 부당한 징계를 끝내 고수해 당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상황으로 몰고 간다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거나 서명으로 동참한 의원은 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오신환·유승민·유의동·이동섭·이태규·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등이다.

이들은 “당권유지를 위해 손 대표가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반대파를 제거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손학규 대표는 당 지지율 10% 미만 시 사퇴한다는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내에선 비당권파가 예고한 ‘중대 결단’이 탈당을 예고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련의 과정이 모두 맞아떨어지면서 유 의원의 행보에 이 같은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연동형, 조국 임명 신당 부추기는 환경 조성돼야

이와는 반대로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얘기도 만만찮다. 심지어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국당 복당 대신에 신당 창당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한다. 보수통합에 대한 논의도 진척이 없고, 한국당 대다수 의원들도 “유 의원의 복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당권파 관계자는 “한국당 지도부도, 유승민 의원도 지금껏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지 않느냐. 물밑 논의는 되레 ‘조국 정국’ 이전이 더욱 활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당 내에서도 보수통합에 부정적 견해가 많다. 보수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당내 인사들이 일정 지분을 유 의원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한국당 한 의원의 견해다. 여기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로 인해 보수통합은 더더욱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신당 창당을 부추기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무당층의 증가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지난 9일~11일 성인 102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지지정당이 없다’거나 ‘모르겠다’ 응답자 비율은 3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14~15일 같은 기관이 실시한 조사 결과(33.7%) 보다 5% 오른 수치다.

특히 20대와 수도권에서 무당층이 두드러졌다. 20대는 61.8%로 7월 조사(54.2%)보다 7.6%, 수도권은 39%로 이전(37.4%)보다 1.6% 늘었다. 즉 20대·수도권 등으로 대표되는 무당층이 ‘조국 정국’을 거치며 늘었지만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른미래당 역시 무당층을 흡수하지 못한 형국이다. (여론조사는 유·무선 전화면접조사(RDD, 유선 20%·무선 80%)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1.1%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기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이 제도가 적용될 경우 제3지대 신당이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바른정당계, 탈당에 마음 굳혀 신당 창당 후 보수통합?

그래서일까. 유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의원이 최근 정치권 A 인사와 독대한 자리에서 신당 창당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A씨는 유 의원과 독대한 후 주변인들에게 “신당 창당하려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 의원이 과거 국민의당과 합당한 것을 후회한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 국민의당 출신들이 합당 후 좌클릭을 주도하면서 바른미래당에서 개혁보수 이미지가 점차 지워지자 유 의원이 합당을 후회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수 성향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유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이 각자 계파를 이끌고 따로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 창당에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 한 의원은 “최근 들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의중을 들어보면 당에서 나와 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며 “손 대표가 당권을 놓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으니 이들끼리 힘을 모아 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유 의원이 A인사와 독대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신당 창당’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빠르면 10월 탈당을 결행할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비당권파 15명 중 옛 국민의당 출신은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이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자진 탈당 시엔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미니 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당 창당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에 따라 보수대통합에 대한 논의가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상황에서 과연 유 의원은 어떤 선택을 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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