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의문점 든다” 법원서 진술 배척

윤지오 [뉴시스]
윤지오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지난 3월, 故 장자연 씨의 성추행 피해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는 배우 윤지오(32)씨가 ‘증언자’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전까지 익명으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오던 윤 씨는 당시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증언을 한 이후로는 일상생활 자체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 했다”면서도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윤 씨는 “(언론 관심 때문에) 이사도 많이 했다. 경찰 조사도 늦은 시각 새벽까지 받았다”면서 “모든 조사를 짧게는 5시간, (길게는) 8시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장자연 사건 관련 증언으로) 몇 년 후에는 캐스팅 안 되는 상황을 체감했다”며 “감독님으로부터 ‘사건에 증언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캐스팅 불가하다’고 실질적으로 들으면서 몇 년 후에 깨닫게 됐다”고 피해를 입었다고도 털어놨다. 윤 씨는 장 씨가 눈을 감은 2009년부터 검찰과 경찰 등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 왔다. 자칫 본인에게 해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세상에 모습을 공개한 윤 씨의 행동에 국민들은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그런데 이후 윤 씨의 행보는 어딘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경찰, 사기 등 혐의로 체포영장 신청
윤지오 “귀국 의사 없다”

윤 씨의 등장 직후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그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청원자 수는 순식간에 30만 명을 돌파했고, 윤 씨는 경찰의 신변보호 아래 거처를 옮기며 식비와 생필품, 경찰 호출용 스마트 워치 등을 지급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씨는 증언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만들었다. 윤 씨는 후원 계좌를 공개하며 1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얼마 뒤 윤 씨 증언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불거졌다. 윤 씨의 자서전이자 故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책 ‘13번째 증언’ 출판 작업을 돕던 김수민 작가가 “그동안 윤지오가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김 작가 측은 “윤지오가 유일하게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장자연 리스트’를 어떻게 봤는지, 김수민 작가의 글이 조작인지 아닌지 정면으로 다투어 보고자 한다”며 윤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윤 씨는 “(김 작가는) 한 번 밖에 본 적 없고 늘 인세며 돈에 관해 궁금해 했던 사람”이라며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맞고소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는 “허위사실유포 및 모욕죄,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죗값을 본인이 반드시 치르셔야 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윤 씨는 김 작가의 폭로 이후 캐나다로 출국했다. 윤 씨가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故 장자연 씨를 성추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기자 조모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일한 목격자’ 윤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2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윤지오씨 진술만으로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을 만큼 혐의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 윤 씨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후원금 모금’부터 ‘자서전’ 출판까지…

김 작가의 폭로로 윤 씨를 응원하던 국민은 혼란을 겪었다. 현재까지 윤 씨에게 제기된 고소·고발 건은 모두 5건에 달한다. 앞서 김 작가의 고소 건이 가장 처음이며, 이후 김 작가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가 윤 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윤 씨가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언급했다는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으로 지목된 홍준표 전 의원 측 강연재 변호사가 윤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윤 씨에게 후원금을 보냈던 후원자들도 집단소송을 통해 후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보호기금법’을 만든 박민식 전 국회의원도 “윤씨가 피해자인 양 속여 피해자보호기금을 지원받았다”며 사기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윤 씨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시민단체 ‘정의연대’와 함께 ‘맞소송’에 나섰다. 윤 씨는 자신의 증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노컷뉴스 김대오 기자를 가장 먼저 고소했다. 그는 지난 26일에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늘 자극적인 기사가 난무하고, ‘뇌피셜’(뇌+오피셜·사실 없이 생각대로 쓴 글)만 있는 허위 사실 유포하는 가계정들과 악플러들은 고발조치 된다”며 “언론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이렇게 입과 귀를 막아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제 거주지는 캐나다에 있어서 집으로 돌아온 것 뿐인데 ‘도망’간다며 무례한 질문을 공항에서 일삼고, 개인 거주지와 불법으로 제 동선을 파악한 범죄는 반드시 처벌되고 개선돼야 할 것”이라면서 “3차례 건강이 악화돼 (한국에) 가지 못한다고 상황을 전화와 카톡과 문서로 전달해 드렸는데도 ‘강제수사’가 돼야 하며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논리인가”라고 덧붙였다. 윤 씨는 앞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가 현재 한국에 갈 수 없는 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일주일에 2~4차례 물리치료, 왁스테라피 치료, 마사지 치료, 심리상담치료, 정신의학과 약물과 정신의학과 상담치료, 캐나다 현지 경찰팀과 형사팀에서는 수시로 저의 상황을 체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 윤지오 ‘강제수사’ 돌입

윤 씨가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경찰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윤 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윤 씨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 역시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은 맞고 검찰과 협의 중인 단계”라며 청구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지난 7월 23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정식 출석 요구서 작성 후 윤 씨에게 세 차례 카카오톡을 보냈다. 출석요구서는 일반적으로 우편으로 발송하지만 전화나 팩스 등도 사용할 수 있다. 경찰은 캐나다에 거주 중인 윤 씨에게 출석 요구서를 사진으로 촬영,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보통 3회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해 강제수사 절차를 밟게 된다. 윤 씨처럼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경우에는 절차를 통해 강제송환하게 된다. 다만 윤 씨의 경우 빠른 시일 내의 송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강제송환 절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인터폴 적색 수배서를 이용, 캐나다 정부에 송환 의사를 확인한 뒤 데려오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로는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 송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윤 씨가 귀국 거부 소송을 내면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윤 씨는 캐나다 영주권자로 알려져 있어 캐나다 당국이 송환이나 추방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과연 윤 씨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윤 씨는 ‘피의자’로서 법정에 서게 될까.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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