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2조 원 인수...역사상 최대 규모 

[CJ제일제당 홈페이지]
[CJ제일제당 홈페이지]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개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미국 기업을 인수한 CJ제일제당에 대해 알아본다. 

美 보호무역주의 정책...CJ제일제당 “추가 투자•프로젝트 확대할 것”

제조원가 상승, 인건비 절감 이유...기업들 해외기업 M&A 추진도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국내 기업 등 해외직접투자액이 올 1분기 기준 141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97억4000만 달러) 대비 44.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1년 4분기 이후 38년 만의 최고치다. 반면 올 1분기 국내 총투자 금액은 131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외 기업 등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액은 15.9% 감소해 26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 증가가 곧 국내투자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설비투자는 17.4%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9년 1분기 이후 10년 만의 최대 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국내투자 대신 해외 투자 확대에 나선 데는 해외시장이 국내보다 더 큰 경영 인프라가 구축된 데다가, 정부의 지원 규모도 크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 눈길을 돌려, 인수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미국 냉동식품 기업인 ‘쉬안스컴퍼니(Schwan`s Company)’를 16억7800만 달러(약 1조9500억 원)에 인수했다. 쉬안스컴퍼니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기업으로, 냉동 피자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미국 내 17개 생산 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 5개 R&D센터 등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국내시장은 ‘한계’...대안은 글로벌 진출

쉬안스컴퍼니 인수합병은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이 미국 기업을 인수한 이유를 두고 국내 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만큼 글로벌 시장 진출은 당연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 대신 몸집이 더 큰 세계 시장으로의 개척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물론 국내 생산시설 확충을 뒤로한 채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기업의 수익 전략인 만큼 해외 진출을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해외 이전 한국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경제원이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1000대 제조업체 중 해외사업장을 둔 기업의 96%는 ‘국내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두고 ‘제조원가 상승’과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우세하.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됐고, 비교적 물류비용이 적은 미국에서의 생산은 기업들이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낮춘 반면, 국내의 경우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바 있다.

부지 제공 및 세금 감면 등으로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선 미국 주정부와 달리, 국내 지방자치단체는 환경 보호를 이유로 기업의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선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다수의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M&A(기업의 매수·합병)와 공장 설립에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기업들의 해외 이전 이유 중 하나다. 높은 인건비 부담은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업들의 ‘탈 한국화’를 두고 노동시장의 경직성, 기업 규제에 따른 부담, 규제개혁 체감 미흡 등을 원인으로 손꼽았다.

프로젝트 투자•확대...“한-미 시너지 기대”

미국에 안착한 CJ제일제당은 사업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앞으로 미국의 식품·유통 사업에 최소 10억 달러(1조1555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무 효율화 시스템인 ‘e-카운팅’ 등 국내 프로젝트를 해외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고 출력 비용을 절감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개선한 바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쉬안스컴퍼니 인수합병과 미국사업 관련해 “현지제품과 한식을 업그레이드 해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등 퓨전스타일의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술과 마케팅 활동에 공 들이는 만큼 쉬안스컴퍼니와의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 축소에 대한 말은 사실 무근으로, 국내외를 오가며 폭 넓은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