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52) 의원은 지난해 대선때 대선후보만큼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회창 전후보를 비판하며 탈당, “남자 정치인들보다 낫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여성대통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사실 여의도 정가의 남녀정치인을 통틀어 박의원 만큼 인지도가 높은 의원도 드물다. 30대가 넘으면 박근혜라는 인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박 의원은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이라는 ‘덤’도 지니고 있다. 박 의원은 배를 곯던 60·70년대를 풍미한 박정희 전대통령의 맏딸답게 항상 걱정이 많은 ‘어머니형’ 정치인이다. 특히 육영수 여사 피격 후 ‘국모’격인 영부인 역할을 맡았던 것도 그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대선 직후 “우리 모두 죄인”이라며 대중적 행보를 자제해온 박 의원은 한동안 경제안보 분야 공부에 주력해 왔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 최근에는 트레이드마크인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커리어우먼식으로 바꾸고 청바지 차림의 파격 패션을 선보이는 등 다시 대중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박의원은 지난연말 공천심사위원장에 내정됐다 이재오·김문수 의원등의 반대로 낙마, 심기가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감사 문건 유출파동으로 불거진 당 내홍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의원들을 아우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연초부터는 총선 채비를 위해 출마 예정 지역구 다지기에 한창이다. 박 의원이 출마할 대구 달성 지역구는 손희정 의원(비례대표)이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태.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지구당 위원장 자리가 넘어갔기 때문에 이번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손 의원측은 “박 의원은 고향인 구미에 출마해도 되지 않느냐”며 박 의원과의 공천 경쟁을 은근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지만 박 의원은 지역구 탈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대구 지역인사들에게 “정치를 재개한 이상 달성에서 정치도 마감할 것”이라며 입장을 굳혔다. 박 의원은 이런 흐름이 추미애 의원, 강금실 법무장관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분들이 지도자 반열에 오르면 나도 덩달아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해 트로이카 구도를 내심 즐기는 눈치다.

추미애(46) 의원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서 조순형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 예상치 못한 저력을 과시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지난 대선 막바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파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른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경선흥행에 성공한 추의원은 ‘추다르크’라는 별명답게 당찬 이미지를 바탕으로 여성 대통령의 꿈을 착실히 키워나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해 ‘NO 무현’ 식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12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노 후보 선거 운동에 앞장선 것에 염치없고 죄송스럽다고 노 대통령과의 줄긋기에 나선 것.추의원은 연초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권도전여부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 꿈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되려면 우리 정치가 희망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 의사 표시를 삼가겠다.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을 보여줌으로써 저의 리더십을 구축하고 그런 연후 의사표시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만약 추 의원이 대표로 당선됐더라면 ‘여성 대통령 후보’의 기대감이 훨씬 더 증폭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한다. 추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인 서울 광진 을의 경우 다른 수도권 지역구에 비해 신인들의 도전이 약한 편이다.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인 유준상 전의원 정도가 경쟁 상대로 평가받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구애를 받고 있는 김대중 전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민주당 새 지도부가 동교동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 추 의원을 “여성계의 독보적 존재”라고 격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구 출신으로 판사 경력의 여성 재선의원 추미애. 우리 정치에 대한 그녀의 도전사가 조용히 펼쳐지고 있다. 강금실(47) 법무장관 역시 ‘차기 대권 주자’로 손색이 없다.강 장관은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이라는 ‘파격’으로 눈길을 모았고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때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이후 거침없는 소신 행보로 아무런 당내 정치적 기반이 없는데도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다. 강장관의 솔직담백한 화술도 세간의 화제다.‘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머리로 생각한다’고 답하는 것처럼 강장관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별 생각 없는 듯한 화술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장관은 (어떠어떠한 사실을) 들어봤느냐”고 묻자 “지금 들었다”고 답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낸 경우도 있다.

이런 모습은 ‘유머를 즐기는’ 신세대 젊은이들과 잘 통하는 코드라는 분석이 많다.지난 연말 열린우리당의 잇따른 출마 제의를 거절했지만 지난해 ‘강효리’ 신드롬을 낳은 대중적 인기가 ‘정치인 강금실’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 장관에 대해서는 이미 추미애·박근혜 의원과 함께 첫 여성 대통령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트리오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선 강 장관에 대한 ‘거품론’도 적지 않다. 강 장관이 과연 정치력을 갖춘 인물인가에 대한 회의론과 검증되지 않은 상징적 인물을 띄워 포퓰리즘에 또 기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선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의 적절한 고언이 있다. “강 장관의 출마설과 함께 개혁장관들의 출마가 연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노 대통령의 인기와 맞물려 있다. 노 대통령의 인기가 상한가일 때는 출마설에 부담을 갖지 않았던 개혁장관들이 최근 노 대통령의 인기도가 하락하면서 출마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개혁장관들의 출마설이 요즘 들어서는 힘을 못받는 것 아니냐.” 강 장관은 1월 말~2월 초로 예상되는 청와대의 수석보좌관 교체와 맞물려 ‘총선 막차 티켓’이 쥐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인이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열린우리당에서는 ‘총선 간판’으로 강 장관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당의장으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도 지난 대선 기간 돼지 저금통 모금에 함께 앞장섰던 추미애 의원을 대신할 ‘돼지 엄마’ 후보 1순위로 강 장관을 꼽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박근혜·추미애 의원이 총선의 전면에 나설 경우 ‘강금실 효과’로 맞바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높다. 이번 총선에서 ‘강(금실) 추(미애) 대결’이라는 빅 매치가 이뤄질 수 있느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총선에 ‘올인’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내각개편 때 강 장관의 ‘총선 징발’은 살아있는 변수라는 관측이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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