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주최 측에서는 100만이 모였다고도 하고 200만이 모였다고도 하는데, 박근혜 퇴진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날의 집회를 두고 우리사회에서는 다양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야당에서는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고, 진보진영에서는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는 별개의 것이라는 논리로 이 날의 집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문재인 정권하에서 공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거슬렀다고 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집회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이날 집회의 본질은 검찰개혁, 조국 수호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의 심각성이라 보고 있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개혁이라는 화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였을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을 임명했을 때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했을 때도 검찰에게 강력하게 개혁을 주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신의 뜻을 가장 잘 헤아릴 검찰 내부인사라고 봤던 사람들이 연이어 자신의 뜻을 거스르니 대통령의 고민의 깊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검찰개혁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할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이 그 정답일까? 물론 지속가능한 개혁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다. 그래도 역시 사람의 문제가 남는다. 2012년 이래 문재인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사람이 먼저다’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 가까운 시기에 대통령의 결단이 있지 않을까?

최근 일련의 정치상황은 검찰이 주도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서 여당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대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정부여당이 일체가 되어 검찰을 앞세워 정국을 주도하던 과거의 공안정국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검찰이 우리사회의 독버섯과도 같은 진영논리를 첨예하게 대립시켜 자신들의 힘의 우위를 과시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경찰의 능력이 못미더워 수사권 조정은 안 된다고 주장하던 학자들마저 조국을 살려야 한다며 서명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집단광기에 빠져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검찰이 바라는 대로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해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려하기 위함이라고 믿고 싶다. 이른바 ‘성역 없는 수사’로서 검찰역사에 길이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 당신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적이어서도 안 되고, 정치적 고려를 해서도 안 된다.

검찰청법 제4조 2항에서는 검사의 직무에 대해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비단 필자가 사시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시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 ‘검찰개혁’ 이 중요한 선거이슈가 되어 여야당 간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그때까지 검찰은 자중자애하면서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빨리 마무리하기 바란다. 당신들이 주도하는 정치는 후진정치다. 당신들은 개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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