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어겼다"는 SK, 소송 끝까지 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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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전쟁이 진흙땅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그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만나 `접점`을 모색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면서 분쟁이 점차 악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두 회사가 소송하지 않기로 합의한 문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합의 내용과는 다르게 어느 한쪽이 약속을 어기고 무리수를 둔 소송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현재도 두 회사는 이 합의서 내용을 두고 해석의 차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며 날카로운 칼날을 드러내고 있다.

[SK이노] 권영수 부회장 대표이사 시절 합의서 어기고 소송 제기 `부당`
[LG화학] 합의서는 한국 특허, 이번에 제소한 것은 미국 특허, 별개다 `반박`


우선 논란이 된 합의서부터 살펴보자. 일요서울이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2014년 10월 맺은 합의 조항 4항에는 "LG와 SK는 대상 특허와 관련하여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국외에서 상호 간에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서로 송사로 다툼)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합의서 5항에는 "본 합의서는 체결일로부터 10년간 유효하다"고 적시했다. 

LG화학, 합의 어기고 SK에 특허소송 제기

합의서 체결 날짜는 2014년 10월 29일이다. 이 합의서에는 당시 두 회사의 대표였던 권영수 사장(현 LG그룹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홍대 사장(현 퇴사)의 날인이 찍혀 있다. 하지만 불과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두 회사가 맞붙었다. 어느 한쪽이 합의를 어김으로써 소송의 당위성은 물론 기업의 도덕성에 치명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회사는 현재 이 합의서 내용을 두고 팽팽하게 맞선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합의 파기라고 주장하고 LG화학은 별개의 특허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이번 특허침해 추가 소송과 관련해 2011년 `부제소합의` 대상이었던 특허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부제소 합의란 상호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을 의미한다.

US7662517특허와 한국특허 775310이 동일한 특허라는 근거를 든 ITC소장 일부
US7662517특허와 한국특허 775310이 동일한 특허라는 근거를 든 ITC소장 일부

SK이노베이션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낸 소장에서 LG화학이 제기한 특허 중 2차전지 핵심 소재인 SRS® 원천개념특허는 2011년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특허와 같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KR775,310특허를 대상으로 2011년 12월에 제기해 2014년 10월 합의까지 진행된 특허권침해금지와 특허무효주장 등 모든 소송에서 LG화학이 패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13년 4월 특허법원은 LG화학이 원고인 특허무효 소송에 대해 "LG화학의 주장 모두 신규성이 부정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서 열린 특허권침해금지소송에서도 LG화학을 상대로 "원고의 특허발명은 통상의 기술자가 공지의 기술인 비교 대상 발명들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어 진보성이 부정되어 무효이므로 원고 특허발명을 근거로 한 원고의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추가 소송에는 과거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합의한 특허도 포함됐다"며 "LG화학이 제기한 특허 중 SRS® 원천개념특허로 제시한 US7,662,517는 SK이노베이션에 2011년 특허침해를 주장해 패소했던 특허 KR775,310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간의 정정당당하고 협력적인 경쟁을 통한 선순환 창출이라는 국민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소송 남발"이라고 비난하며 "소송을 당한 뒤 반복적이고 명확하게 밝혀 온 바와 같이 모든 법적인 대응을 다 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업 간 경쟁은 불가피하겠으나 경쟁은 정정당당하게 할 때 의미가 있고, 경쟁 당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SK는 소송은 소송대로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면서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묵묵히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박에 재반박…격화되는 배터리戰

반면 LG화학 측은 "2011년 특허침해 소송에서 1심에서 청구기각(원고 패소)되어 고등법원에서 항소 후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소취하 한 것"이라며 당사가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정정심판이 인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이 정정무효심판을 제기했으나 청구 기각되어 해당 심판 사건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 후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LG화학은  "(당사가) 이번에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과거 한국에서 걸었던 특허와 권리 범위부터가 다른 별개의 특허다"라며 "이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라고 밝혔다.

또한 "당시 합의서상 대상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다.  실제로 이번에 제소한 미국특허는 ITC 에서 ATL이라는 유명 전지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소송에서도 사용되어 라이센스 계약 등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특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고 했다.

LG화학 측은 "LG화학은 한국 및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SRS®기술 관련해 약 8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는 등 아주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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