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

이원복 대표 [사진=황기현 기자]
이원복 대표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2019년 대한민국에서 ‘동물 보호의 필요성’은 많은 국민에게 공감을 얻는 주제다. 대부분의 국민이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학대에 반대하며, 학대나 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분노와 비판을 쏟아낸다. 이는 우리 국민의 인식이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아직까지 ‘반려동물’에 한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돼지나 닭, 소 등 가축으로 키워지는 농장 동물은 여전히 ‘음식’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모든 종류의 육식에 반대하는 ‘비건’(VEGUN) 채식주의자의 경우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동물의 권리와 함께 비건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동물들,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에서 온갖 고문에 시달리고 있어”
“불가피하게 동물 이용하더라도 인도적·윤리적 방법으로 다뤄야”

-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어떤 단체인가?

▲ 동물보호연합은 2000년도에 탄생했다. 주로 동물 복지와 동물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캠페인이라든지 홍보, 계몽, 법률 개정, 제도 개선에 특화돼 활동하는 단체다.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농장동물과 실험동물, 전시동물 쪽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30년 전부터 비건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친구들하고 밥 먹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고기도 원래는 살아있는 생명이었는데, 그게 조금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동물 권리를 위한 채식 철학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먹는 것에서만 그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지금에 이르렀다. 온라인 회원 수는 약 8000명 정도 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 동물보호연합은 조그만 단체다. 재정 등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회비와 사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원을 받으면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거나, 기관이나 정부에 종속된다는 우려가 있다. 다른 동물보호단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20여 년에 가까운 활동 기간 동안 가장 기억나는 사건은?

▲ 동물보호법 개정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성과도 많았다. 초창기 동물실험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때, 동물실험의 문제점과 실험동물의 복지 등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정부나 지자체에 의견서도 많이 전달했다.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농장동물 같은 경우에는 동물복지축산제도라든가 농장동물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또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많은 동물들을 살처분 하지 않느냐. 과거에는 이 동물들을 그냥 땅에다가 묻는 생매장 살처분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이러한 생매장 살처분을 고발하고, 불법이라는 것을 알리고, 정부와 지자체에 많이 항의해서 최근에는 대놓고 생매장 살처분하는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된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도 생매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계속 노력은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개·고양이 도살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 살처분 관련해서 문제점은?

▲ 과거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350만 마리에 달하는 돼지를 살처분 했다. 당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해서 이후 구제역 예방백신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이후 구제역으로 인한 대량 살처분 사태는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달 경기도 파주에서 돼지열병이 발병했다. 돼지열병은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파주와 연천, 김포, 강화도에서 약 11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 하고 있다. 현장 몇 곳을 찾아 확인해봤다. 긴급행동지침에는 가스라든가, 약물, 전기 등을 이용해 돼지를 의식이 없는 상태로 만든 뒤 고통을 최소화해 매립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가스의 농도 등이 지켜지지 않아 상당수의 돼지들이 의식이 있는 채로 매립되고 있었다. 심지어 연천과 강화도에서는 살아 있는 돼지를 포크레인으로 짓이겨 죽이는 장면도 확인했다. 이후 지자체와 농식품부에다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살처분을 할 경우에는 법과 매뉴얼에 따라 안락사 살처분을 해 달라는 것이다. 이걸 10년 전부터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 방역정책국까지 생겼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방역이 이루어지겠구나 했지만 그대로다.

-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동물은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이 건강하고, 동물이 행복해야 인간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병행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유영철이나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범은 처음에 동물을 대상으로 학대나 살해 행위를 한 뒤 사람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외국에서는 많이 입증된 문제다. 동물도 하나의 생명체임을 인정하고, 불가피하게 동물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본다. 처음 동물 운동을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국민의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 동물 보호에 대한 목소리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도 윤리적으로 대우하고,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증가할 것이다.

- 보람됐던 기억은? 목표가 있다면?

▲ 동물보호법이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 A4용지 3장 분량이었다. 지금은 A4용지 25장 정도로 분량이 늘어났다. 내용을 보면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 또 반려동물 생산업, 번식업, 판매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복지가 향상되도록 법이 많이 개정됐다. 동물실험의 경우에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심의와 승인을 받도록 바뀌었다. 농장동물의 경우에는 사육과정에 관한 규정을 강화했다. 동물의 사육틀의 크기라든가. 그런 과정에 참여한 것이 보람되다. 저는 동물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싶다. 죽을 때까지 동물 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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