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청와대는 한글날인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된 보수 단체의 ‘조국 퇴진’ 집회에 대해 별도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찬반 여론이 극명히 갈리는 가운데 더 이상 갈등을 격화하지 않고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된다.

조 장관이 휩싸인 논란이 두 달 째 들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안팎으로 고초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청와대는 경제 행보를 통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청와대 경내에서 국정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퇴진’ 집회의 진행 상황도 보고됐을 것으란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글날 메시지를 올렸으나 집회에 대한 별다른 메시지는 게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찬반 집회와 관련해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는 광장에서 나온 비판 여론을 경청하되, 불필요한 발언으로 사회 갈등을 확산하지 않겠단 방침이다. 다만 민생·경제 행보를 통해 지지 여론을 회복하겠다는 의견이다.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세계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기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데 특별히 역점을 두고 신성장 동력 창출과 경제 활력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동적인 경제로 가려면 무엇보다 민간에 활력이 생겨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주52시간제 확대 적용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언급하며 탄력근로제 입법 등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아울러 데이터3법 등 규제 혁신에도 가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 지난 4일 주요 경제단체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재계의 건의 사항을 수렴한 뒤 나흘만에 관련 지시 등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도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제 활성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활력이 함께 요구된다는 견해다.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기업 기살리기’ 발언을 내놓기 시작한 배경으로 여겨진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역동적 경제’를 위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전자산업 60주년 기념행사’와 ‘한국전자산업대전(KES) 2019’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 총리는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갤럭시폴드를 직접 체험하고 219인치의 초대형 스크린인 ‘더 월(The Wall)’에 대해 호평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52시간제와 관련,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당정 협의와 대국회 설득 등을 통해 조속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 입법이 안 될 경우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의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치권의 대립으로 기업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안 처리가 더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는 22일 국회에서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 역시 역동적 경제와 일본 수출규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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