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직대통령의 가재도구가 경매에 부쳐진 날, 전씨 집 주변에는 4백여명의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직대통령의 물건이 경매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우리 역사의 ‘아이러니컬’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도자기, TV, 에어컨, 소파 등 전씨 집에 있는 모든 ‘살림살이’가 일반 시민들에게 팔려 나갔다. 경매물품은 시가보다 10배 이상으로 팔려 나갔지만, 전씨가 반납해야 할 돈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는’ 금액이다. 경매가 열리던 날, 민주노동당은 전씨의 은닉재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전직대통령의 재산이 경매에 부쳐지는 ‘진풍경’을 보면서 어두웠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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