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영입 대상 줄줄이 불출마, 들끓는 TK 민심에 與 후보자들 눈치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슈를 끝까지 붙잡고 해결할 수 있는 인재 찾기에 나섰지만 정부·청와대 출신을 제외하면 영입 성과가 없다. 특히 ‘동진전략’으로 TK(대구·경북) 지역 인재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지역의 민심이 악화되며 고전을 겪고 있다. 영입 1순위로 공들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구윤철 기재부 2차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등이 출마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의 동진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조국 법무부장관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뉴시스]

-김부겸-홍의락 ‘초긴장’... TK 이어 PK까지 민심 악화

-대구지역 與 관계자 “민심 야당 쪽으로 기울어... 조국 임명 후 부정 여론 격화”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 발표 이후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국회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20대 국회 막바지에 가장 여야가 격렬하게 부딪쳤던 사법·선거제 개혁마저 조 장관 의혹에 묻혔다. 여야는 조 장관의 사퇴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20대 정기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마저 ‘조국 국감’으로 얼룩졌다. 광화문광장에서는 대규모 보수집회가 열리며 조 장관 사퇴 목소리가 커졌다.

‘조국 사태’로 보수 세력 결집

지난 3일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들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며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당 측은 집회의 참석인원을 국민과 당원을 포함해 총 300만 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총선이 6개월여 앞에 남았음에도 ‘조국 사태’가 지속되자 민주당의 TK 지역 민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0일 tbs의 의뢰로 실시한 10월 2주차 주중 집계(7~8)일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월 1주차 주간집계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42.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2.7%포인트 상승한 55%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이러한 하락세는 ‘인사청문회 당일 차명폰 통화’, ‘5촌 조카 검찰 공소장 내용’, ‘동생 영장청구 및 강제구인’ 등 조국 장관 가족의 의혹 및 검찰수사와 관련한 일련의 언론보도 확산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지역별로 대구·경북은 29.8%에서 5.3%포인트 하락한 24.5%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72.4%로 조사돼 70%대를 돌파했다. 정당 지지도 또한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37.5%로 34.1%를 기록한 한국당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민주당은 특히 중도층과 보수층, 대구·경북과 충청권, 서울 등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리얼미터는 19세 이상 유권자 3만450명에게 통화를 시도한 결과 최종 1502명이 응답을 완료해 4.9%의 응답률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초 민주당은 선거전략을 세우기 위해 일찌감치 공천룰 확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1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여성과 청년, 정치 신인 등에는 가산점을 확대하는 총선 공천룰을 확정했다. 현역의원은 전원 경선을 치르게 해 정치 신인의 참여와 인적쇄신을 예고했다.

또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 공천심사 때 가산점을 최고 25%로 상향했고 청년, 장애인, 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최대 20%에서 25%로 늘렸다. 민주당은 또 정치 신인에 대해 공천심사 때 10~20% 범위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민주당의 공천룰은 언뜻 보기에는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대폭 부여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경선 방식을 권리당원 50%와 일반 국민 안심번호 50%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국민참여방식’으로 진행해 지역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 유리한 실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해찬표’ 인재영입 성과 無, 전략 수정 들어가

민주당은 당 인재영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지 않은 채 이해찬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이해찬표’ 인재영입에 대한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당초 이 대표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TK 지역에 공천하려 했지만 김 전 실장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으로부터 구미 또는 대구 지역 출마를 강하게 권유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심을 거듭했지만 제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이 경제 전문가 영입 1순위로 꼽았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 체제의 인재영입은 한계가 있다며 인재영입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8일 인재영입과 관련해 일요서울에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인재영입 상황을) 공개하는 일이 늦어지고 있다. 인재영입위원회가 실질적 구조를 갖추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은 국감이 끝난 후로 예정돼 있다. 현재 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총선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치 않아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인재영입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정부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마를 선언했다. 권혁기 전 춘추관장·한병도 전 정무수석·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김영배 전 민정비서관·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복기왕 전 정무비서관 등이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앞서 언급한 김수현 전 실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도 정부와 청와대 출신이지만 이 대표가 직접 영입한 것과 본인이 원해 출마한 것은 당 내부에서 바라보는 리더십에 차이가 있다.

靑·정부 출신 예비출마자 TK 나서는 인물 없어

총선 출마를 위해 많은 인사들이 청와대를 나왔지만 이 중 선뜻 TK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없다. TK 지역 선거를 치르기 위해 영입 최우선으로 생각한 김수현 전 실장이 출마를 고사하자 새 인물로 TK 선거 전략을 세우려는 민주당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앞서 민주당의 영입 대상자로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노태강 문체부 2차관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져 김 전 실장을 시작으로 민주당의 영입 대상자들이 줄지어 출마를 고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의 출마 고사 이유는 TK 지역 민심이 ‘조국 사태’로 악화되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정치 신인이거나 오랜만에 정계에 복귀하는 이들의 민주당의 험지 중 험지인 TK 지역 도전은 당선 가능성이 낮아 당을 위해 희생하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현재 대구 민심은 야당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조 장관 임명 후에 부정 여론이 격화됐다. 아직 조국 정국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심이 더 나빠지기 전에 조국 정국이 끝나야 한다고 우려했다.

반면 대구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탄핵 전 만큼은 아니지만 지역 민심이 많이 회복된 상태”라며 “당원 가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출마자들뿐만 아니라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부겸·홍의락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연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8월 동대구역 부근에 ‘보수진영의 텃밭 TK 지역에서 빨갱이 정권의 앞잽이 김부겸(홍의락)을 몰아내자!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본부’라고 적힌 벽보가 붙었다.

이 같은 벽보는 최근 수도권에까지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 벽보는 대구시당과는 관계없다”며 “우리는 대구시당, 경북도당 이런 식으로 표기되지 대구경북본부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당 대구경북본부라고 적힌 벽보는 한국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찌라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조 장관 이후 끓고 있는 TK 지역의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벽보를 고발하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처음에는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김부겸 의원 측이 이슈가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지역에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여러 가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모든 것을 다 확인할 수 없어 시민의 제보가 들어오면 확인하고 불법이라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TK 지역 민심이 흔들리면서 PK 지역 민심까지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PK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지역에 가면 민주당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다음 총선에서 PK 지역 수성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로 악화되는 영남권 벨트를 필사적으로 지켜야만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향후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영남권 민심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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