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대 NC의 경기. 3회초 1사 1, 2루에서 NC 3번타자 나성범이 1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뉴시스>
나성범 <뉴시스>

기아 타이거스에서 활약했던 투수 윤석민을 기억하는가. 
그는 2014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60억 원의 보장금액에 최대 141억 원을 거머쥘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한 뒤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때 그는 고작 28세였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곧장 올라가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투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5점 대의 평균 자책점을 찍는 데 그쳤다. 볼티모어는 실망했다. 윤석민을 아예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한 뒤 마이너리그에 이관하는 초강수를 뒀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급기야 스프링캠프 초청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윤석민은 화가 치밀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기아의 러브콜도 있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기아와 4년간 90억 원에 계약하며 KBO로 복귀했다. 볼티모어와 2년의 계약이 남았음에도 말이다. 결국 그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고작 1년만 뛴 후 한국으로 유턴하고 말았다. 계산해보니 볼티모어에 남아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뛰는 게 금전적으로 남는 장사였다. 또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싶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설사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을 더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끝까지 메이저리그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야 했다. 부상이 있다면 거기서 치료를 받고 재활을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KBO 복귀를 선택했다. 그러니까 그는 처음부터 미국에서 어떻게 되든 자신의 꿈을 이루어보겠다고 떠난 게 아니라 여차하면 돌아오겠다고 마음먹고 간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니 미국에서 성공할 리 없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한국에 돌아왔으면 90억 원짜리 몸값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잦은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채 지금은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선수가 됐다. 
이런 케이스가 어디 윤석민 뿐이겠는가. 
김현수, 박병호, 이대호, 황재균 등도 윤석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윤석민의 전철을 밟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KBO에 복귀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나 메이저리그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논란 끝에 결국 2년 차 시즌 중간에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시 불러줄 구단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그는 미련 없이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LG 트윈스와 4년 115억 원에 계약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박병호도 마찬가지.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했으나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도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하자 미련 없이 마이너리그 생활을 포기했다. 그리고는 친정팀인 넥센(현 키움)으로 돌아갔다. 
이대호는 미국에서 야구생활 하기에는 나이가 다소 많았다. 스펙 쌓기용 메이저리그 진출이었다. 결국 시애틀 매리너스로부터 버림을 받은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로 거액을 받고 복귀했다.
황재균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용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KBO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그는 예상대로 KT와 거액의 돈을 받고 계약했다.
이대호를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은 한국에서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메이저리그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프로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다만, 이들의 이 같은 ‘유턴 전술’이 자칫 다른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NC 다이노스의 나성범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다고 한다. 
나성범의 도전 정신에 태클을 거는 게 아니다. 위에 열거한 선수들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스콧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했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재고해야 한다. 그의 꼬임에 빠지면 안 된다. 
나성범은 본인만 노력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니 메이저리그에서 1, 2년 한 뒤 돌아올 생각이라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고 그냥 KBO에 남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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