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발로 30여 개국, 40여 개 정원 소개
- 초판 2500부 중 약 1500권 예약, 돌풍 예상

[일요서울ㅣ진주 이형균 기자] 최근 정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날로 늘고 있는 가운데 세계 명소 정원들을 선별해 소개한 책이 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강호철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의 명품 정원 책 표지 @ 경남과기대 제공
강호철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의 명품 정원 책 표지 @ 경남과기대 제공

화제의 책은 이번달 8일, 출간된 ‘강호철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의 명품 정원’이다.

경남과기대 조경학과 강호철 교수는 2015년 발간된 ‘교토의 정원’ 이후에 4년 만에 이번 책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강 교수가 발로 뛰며 다닌 30여 개국, 40여 개 명소 정원을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다.

강 교수는 1990년대부터 ‘세계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경관’이라는 주제로 오늘날까지 30년 가까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세계적인 명품 숲과 정원을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보다 역사가 오래되고 발전한 선진도시를 담았다. 답사를 통해 기록한 사진은 슬라이드 5만 장을 비롯해 30만 장이 넘는다. 이들 자료 중에서 정원 관련 1400여 장을 선별해 이번 책에 담았다. 책은 380페이지 분량에 양장 제본(225×300mm)이다.

책 내용은 제1장 식물원을 비롯해 궁궐과 황실정원, 뮤지움과 조각정원, 꽃과 원예 및 정원박람회, 정원도시, 그 밖의 정원 등 6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정원들은 일반적인 해외여행에서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명소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학술 가치를 높였고, 볼거리를 증폭시켰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에딘버러왕립식물원, 각양각색의 향기로운 난초들로 조성된 싱가포르의 오키드 가든,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 식물학자 린네의 열정이 스며있는 린네 가든, 섬세하고 신비로운 이슬람 건축물과 정원으로 유명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일본식 정원의 자존심으로 평가되는 교토의 황실정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미라벨 정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코펜하겐 근교의 루지에나 미술관, 국립공원 숲의 품에 자리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눈길을 끈다.

한편 정원도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일본 정원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교토, 중국이 자랑하는 매력적인 정원도시 소주,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사계절 휴양지 발리의 풀 빌라와 열대 정원이 소개됐다.

또 버려진 채석장을 관광식물원으로 둔갑시킨 밴쿠버의 부차드 가든,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척박하고 메마른 사막에 조성한 두바이의 기적 미라클 가든, 세계 으뜸으로 평가되는 관광 식물농원 파타야 농놋빌리지, 신록의 숲과 화사한 튤립꽃이 어우러져 천상의 정원을 방불케 하는 암스테르담 근교의 쾨켄호프 정원, 천재건축가 가우디의 혼이 살아 숨쉬는 바르셀로나의 구엘파크 등 페이지마다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강 교수는 “선진도시의 녹색환경을 살펴 잘 활용한다면 삭막하고 열악한 우리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된 해외 답사는 이제 평생의 과제이자 생활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답사가 거듭되면서 많은 자료가 쌓였고, 이들 자료는 교재 활용은 물론, 공무원이나 사회교육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세월과 정성으로 빚은 숙성된 정원에서 나오는 깊고 은은한 향기를 많은 분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장은 추천의 글에서 “강호철 교수는 진정한 정원의 전도사요. 포교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원을 살피고 기록하며 정리한 정성의 부피를 생각하면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현 경남과기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 듯 저자는 정원의 세계사를 정립했다”며, “한 사람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정원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평소 승용차 없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환경실천가로도 유명하다. 해외 답사에서도 주로 걸어서 도시의 내밀한 구석구석을 살피고 기록하는 경관 수집가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3만보 이상 걸으며 기록하는 강행군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 시간과 돈을 동시에 절약하기 위해 점심은 주로 주먹밥으로 해결하는 열정도 녹아 있다.

출판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공 서적은 판매가 저조해 초판 500권 출판해 2~3년 이내 팔리면 다행이라 할 정도”라며, “그러나 강 교수의 이번 책은 초판 2500부 중 약 1500권이 이미 예약됐을 정로도 많은 이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출간한 그의 저서 3권 모두 조경분야 서적 판매 상위 10위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 교수의 책이 전공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받는 비결은 땀과 발품으로 만들고 시대가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라”며 “공간을 읽고 기록하는 그의 탁월한 심미안이라 평가된다. 그래서 그의 책은 대학 전공 학생들과 관련 공무원,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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