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최고의 공신으로서 그동안 KBS 한국방송 <인물현대사> 진행자를 맡아오던 문성근씨가 갑작스럽게 방송을 그만두고 열린우리당의 <국민참여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애초 문성근씨가 한국방송의 <인물현대사> 진행을 맡을 때에도 특정 정당과 권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이 공영방송의 민감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성근씨는 작고한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기에 더욱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모든 비난을 무릅쓰고 정치 전면에 나선 문성근 본부장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로 한다. 인터뷰는 11일 오후 6시 열린우리당 <국민참여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는가.▲어쩔 수 없었다. 나라고 이런 비난을 받는 이유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현재 국회는 그야말로 엉망이다. 70~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통해 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후 양김의 분열과 더불어 지역감정 구도가 고착화되었고, 보스정치, 금권정치, 부패정치가 계속되었다. 군사정권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권위주의가 해소되지 않았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노무현이라고 믿었다. 그의 10여 년의 삶이 이런 권위주의 청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를 돕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

- 그래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나도 생활인이다. 경제적 수입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약속을 어기고 한국방송을 떠났기 때문에 다시 방송으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고심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전환기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더 컸다. 지금은 역사 발전 과정에서 막바지 단계이다. 물론 87년에 민주화의 법 제도는 이루어졌지만 실질적으로 지금이 중요한 것이다. 대선 기간 중에는 자유롭고 즐겁게 했다. 그때는 언론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 왜 그렇게 급작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는가.▲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이 작년 8월부터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12월부터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들고 나왔다. 실제 내각제 개헌까지 밀어붙이려 하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야당이 숫자로 서청원 의원 석방까지 가결시키는 것을 보고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헌정중단까지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결정하고 참여한 것이다.

- 내각제는 왜 안되는가.▲내각제를 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영호남 지역감정 같은 것이 없어야 하고, 둘째 영국 독일처럼 시민의 정치 참여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둘 다 부족하지 않은가. 그런 상태에서 내각제로 가면 이번 서청원 석방 결의나 대통령 탄핵 발의 같은 폭력으로 나타난다. 서청원 의원은 최돈웅 의원과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었다. 최돈웅 의원은 받은 돈을 당에 입급시켰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은 그 돈을 사위에게 준 ‘혐의’가 있었다. 그런데 야당은 아무 명분도 없이 그를 압도적으로 석방 결의했다. 이런 의원들의 수준으로 볼 때 내각제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그래서 백지장도 같이 들자는 심정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 이런 결정에 대해 돌아가신 문익환 목사님이 살아계셨다면 허락하실 것 같은가.▲그 분은 생물학적으로 내 아버지지만 그 분과 나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그 분은 여섯 번이나 감옥에 들어가서 결국 그 때문에 감옥에서 돌아가신 분이다. 반면 나는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 그 분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짓이다.

- 어렵게 국민참여운동본부에 참여해서 일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때문에 지금 문 본부장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과연 열린우리당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결과는 알지 못한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방송을 그만두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잘못했다.

- 노무현 대통령의 단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그 점에 대해서 지난 1년 동안 언론이 (대통령의)말꼬리나 잡아가면서 수없이 지적했다. 따라서 내가 더 이상 말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노무현의 ‘본질’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나는 이 점을 국민에게 직접 말하고 싶은 것이다.

- 그게 무엇인가.▲노무현 대통령의 애초 선거 공약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치개혁이고 또 하나는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었다.정치개혁이 왜 문제가 되는 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20,000 불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 부패와 남북관계 장애 때문이다. 국가의 번영을 위해 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 정치개혁의 요체는 무엇인가. ▲지역구도완화와 금권 부정 부패 청산,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이다. 노 대통령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진행했다.과거 민주당은 제왕적 총재가 지구당위원장을 임명했고, 그리고 그들이 총선에 출마했다. 정당민주화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상향적 경선을 통해 철저하게 내부민주화를 진행하고 있다. 제왕적 총재도 없다.또한 노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검찰과의 대화를 통해 검찰을 독립시켰다. 자기 자신이 다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검찰을 풀어주었다. 검찰은 야당 수사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노 대통령 측근들을 사정없이 수사했다. 그러니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했다. 그 와중에서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것이다. 민주당에 잔류파가 많았던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자신들에게 다시 흡수되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 정치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하여간 정당개혁의 기회는 많았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수의 우위를 빌려 개혁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당개혁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고 있고, 역사적인 전국정당이 될 것이다.

- 노 대통령의 업적은 무어라 생각하나.▲권위주의 청산은 노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이다. 노 대통령은 가장 핵심적인 통치 수단인 검찰과 국정원과 국세청을 포기했다. 그것을 국민에게 돌려주었다.그러니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깜짝 놀라서 헷갈린 것이다. 대통령이 그런 권력기관을 포기하는 것이 그네들 상식으로 이해되겠는가. 그런데도 그들은 노 대통령을 옆집 강아지처럼 취급했다. 언론들도 그런 노 대통령의 권위주의 청산노력이라는 ‘본질’은 인정하지 않고 말꼬리만 잡고 늘어졌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은 자신은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공약대로 권위주의 청산을 실천했던 것이다.동북아 중심 국가라는 공약도 실천하고 있다. 지금 애초 부시의 강경 발언과 달리 6자 회담이 열리고 있지 않은가. 2002년 가을만 해도 부시는 북한에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다녔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미국이 북한을 치면 당장 남한에서 수백만이 죽어나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년 3월부터 부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선회했던 것이다. 이런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이라크 파병도 바라볼 수 있다.

- 경제상황은 좋지 않은데.▲아직 경제가 어려운 것은 정치 때문이다. 불완전한 정치 개혁을 철저하게 이루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경제 발목을 잡는 것은 정치 아닌가. 바로 이것을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고 싶다.

-연기자로서 끼가 있다는 소문이 많은데.▲그런 것 없다.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정말 끼가 있는 배우는 최민수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89년도인가에 찍은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이다. 96년의 <꽃잎>도 기억에 남는다. <꽃잎>은 상업 영화로서 최초로 광주를 다룬 작품이다. 그것을 찍을 때 참 신났다. 광주의 금남로를 막고 촬영했고, 시민들이 무료로 자원봉사해 주었다.

- 정치 참여 목적이 개헌저지선 확보라고 했는데, 실제 투표에서 경상도에서의 지역감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그러지 말자고 ‘호소’할 작정이다. 경상도 주민들도 우리들의 충정을 이해해 주리라고 믿는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얘기는.▲정치는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고 외면하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경멸하면서도 선망하는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 대선의 경험이 중요하다. 참여해서 조금이라도 바꾸지 않았던가.그럼 왜 노무현은 상대적으로 깨끗했는가?예전에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쓰기를 “한나라당은 돈에 중독되었다”고 했다. 맞다. 그들에게는 자원봉사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니 지역구 230개에 한 명당 일당 십 만원만 써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에게 노사모와 같이 헌신적으로 자원봉사하는 시민들이 이해될 리 없다. 그것이 한나라당과 노무현의 차이이다. 그래서 노무현은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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