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전망만 긍정적…디플레이션 수반 현상 잇따라

[컨슈머인사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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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한국경제에 ‘D(디플레이션, 지속적 물가 하락)의 공포’는 현실이 되고 있을까? 소비자들의 체감경제, 즉 경제심리 측면에서는 이미 디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9년 1월 시작한 ‘주례 소비자체감경제조사’(매주 1000명, 1월~9월 3만8000명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는 국내경기와 개인경제가 향후 6개월간 어떨 것인지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1~3분기 동안 점점 더 비관적으로 변해 왔음을 보여준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소비자는 이미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을 체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문항 중 디플레이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7개 항목의 전망지수를 분기 별로 정리했다[그림1]. 100보다 크면 긍정적, 작으면 부정적임을 나타내는 전망지수를 보면 7개 지수 모두 60에서 90사이다. 전반적으로 체감경제 전역에 대해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경기의 전망지수는 1분기 70.0에서 3분기 63.7로 크게 하락(-6.3p)해 비관적 전망이 대폭 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일자리 전망도 65.8에서 63.2로 부정적 방향으로 이동(-2.6p)하고 있다.

이런 전망은 ▲수입감소 전망(75.3→72.5 ; -2.8p)과 ▲저축여력 감소 전망(71.8→66.7 ; -5.1p)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지출의 위축을 일으키게 되어있다. 대표적인 지출억제는 ▲내구재 구입의향의 격감(85.2→78.4 ; -6.8p)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제조업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고 기업의 운영은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반면 ▲물가전망은 유일하게 덜 비관적인 방향(58.2→60.5 ; +2.3p)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부정적인 경기순환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소비자가 물가의 하락을 체감하는 단계까지 왔음을 보여준다.

유일한 예외는 ▲부동산이다. 가족/친구가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할 때 ‘권유하겠다’는 쪽으로의 이동이 지난 3분기 동안 큰 폭(80.3→88.7 ; +8.4p)으로 증가했다. 증가, 감소를 포함해 모든 지수 변동 중 가장 큰 폭이다.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져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부동산만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 조사 이후에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자사고 폐지 계획 발표 등이 이어지고, 관련지역에 가격폭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부동산 열풍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체감하고 있는 경제를 보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 ▲일자리 감소 ▲수입 감소 ▲지출 억제 ▲생산 감소에 이어 ▲물가 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때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하나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자 체감 디플레이션은 이미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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