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전국세청장이 1년3개월만에 급작스럽게 사퇴를 해 뒷소문이 무성하다. 정치권 및 국세청 관계자들도 국세청장이라는 막강한 권력의 수장이 임기(2년)를 다 채우지 않고 나간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내부권력 암투설’, ‘청와대 갈등설’, ‘건강 악화설’, ‘개인비리 포착’ 등 다양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후진 양성’을 위해 사퇴했다는 이 전총장이 이임식날 눈물까지 흘린 사연을 알아봤다.



이주성 전국세청장이 지난 27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다음날인 28일 사표를 신속히 처리했다. 청와대와 이 전국세청장은 입을 맞추듯 ‘건강문제’와 ‘후진양성’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임기 2년을 못채우고 가는 아쉬움이 컸겠지만 이 전청장 부부가 이임식날 눈물까지 흘리면서 떠날 이유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출신 놓고 ‘힘겨루기’

국세청은 검찰, 경찰, 감사원, 공정위, 재정경제부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기관 중 몇 안되는 막강 파워조직이다. 이런 집단일수록 내부 결속력이 강하고 조직원들간 인맥, 학연, 지연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정설이다.이번 이 전청장의 깜짝 사퇴 원인도 여기서 찾는 이들이 많았다. 16, 17대 내내 재경위를 맡아 국세청을 감사한 한 여당 관계자는 “국세청은 자기 식구 챙기는데 타 정부기관에 비해 결속력이 강하다”며 “그러면서도 내부에 고시출신이냐 아니냐 지역, 학연, 세무대, 비세무대냐 심지어 상고 출신이냐 아니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는 국세청 정기 인사를 맞이해 내부 파벌싸움이 이 전청장의 사퇴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사실 이 전청장이 27일 사퇴하고 29일 4대 지방국세청장(대구, 대전, 광주, 부산)을 비롯해 국장, 과장 등 국세청 인사가 단행됐다. 특히 이 전청장이 인사를 위한 평가가 진행될 당시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청와대뿐만 아니라 재경부에 투서와 진정서를 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왔다. 이에 지방국세청장 인선을 두고 국세청 내부 파워게임에다 청와대와 재경부까지 얽히면서 희생자가 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 전청장이 청와대의 지방국세청장 인사에 항명해 사퇴당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론스타, 부동산 세금’

한편 청와대 인책설도 나왔다. 김병준 전청와대정책실장 사퇴 배경으로도 지적됐던 5·31지방 선거 패배로 인한 책임론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과 세금정책은 건교부와 재경부가 주무부처로 공감대를 크게 얻지는 못하고 있다.오히려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사태와 부동산 세금정책으로 인한 안팎의 반대 여론이 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재경위에 10년 이상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파벌 싸움은 예전에 비해 많이 없어진 편이다”며 “오히려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이나 부동산 세금부과관련 내부에서도 찬반이 분분해 압력이 장난이 아닌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 전청장이 이에 대한 압력을 감내하기 어려워 사퇴를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전형수 전서울청장 인터뷰‘내부 파벌 어느 집단이나 있다’

전형수 전서울국세청장은 이주성 전국세청장과 행시 16회 동기다. 또 지난 2005년 3월에는 이용섭 국세청장 후임으로 이 전청장과 경쟁자 관계였다. 전 전청장은 이번에도 차기 청장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자신이 청장으로 가는 데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후배들이 진출해야 조직 숨통이 트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청장이 그만둔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민감한 태도를 보였다. 내부 파벌 다툼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현재 김&장 법률 사무소 상임고문으로 있는 그는 차기 청장 인선과 관련, ‘내부 승진이 돼야 한다는 게 평소 확고한 소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전형수 전서울지방국세청장과의 일문일답.
- 이주성 국세청장 사퇴로 말들이 많다.
▲옛날에 더 짧게 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갑작스럽게 그만둔 게 특이하다.

- 행시 16회 동기에 서울대 행정대학원도 같이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말 들은 것은 없나.▲이런 얘기는 상의 안한다. 만나면 항상 반갑게 인사만 한다. 내용 가지고는 말을 잘 안한다.

- 후임 청장으로 거론되는 데 연락받은 바 있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가 간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조직이 잘 되고 국세청 잘 되려면 후배들이 돼야 한다고 본다. 세대교체가 돼야 조직이 잘 돌아간다.

- 전군표 국세청 차장이 차기 청장으로 유력하다고 보는가.
▲특정인을 거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내부 승진이 바람직하다는 게 개인적으로 확고한 소신이다. 그래야 조직의 숨통이 트인다.

- 국세청 기수나 지연, 학연 등 내부 파벌이 심하다는데….
▲어느 부처나 공통적이다. 더 이상 얘기하기 곤란하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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