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브랜드 개성 살리자더니...‘2001아울렛’ 복제판?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행복한 백화점이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행복한 백화점이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중소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쇼핑센터 ‘행복한 백화점’이 본연의 목적과 달리 중소기업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대기업 입점업체에는 낮은 수수료를 책정해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행복한 백화점의 내부 모습이 이랜드 계열사인 ‘2001아울렛’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은 행복한 백화점이 이랜드 계열사가 아니냐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대기업 브랜드 수수료 ‘낮고’ 중소기업 브랜드 수수료 ‘높아’

“백화점 매출에 집중해 중소기업 판로 지원은 뒷전” 비판도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행복한백화점’은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판매장 제공 및 Test-Bed 역할을 수행키 위해 설립됐으나 애초 취지와 다르게 정책매장을 제외한 일반매장의 경우 소규모 중소기업보다 자본 규모가 크고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들이 상당수 입점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자산 50억 원 이상의 입점비율이 2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치열한 시장 환경 속에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수한 중소기업제품의 판로 확대와 신제품 개발, 품질 향상 등 상품력 강화 및 중소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 1995년 12월 설립된 중소기업 종합 판로지원 기관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기타공공기관이며 홈쇼핑 방송국인 ‘공영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센터인 ‘행복한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판매장 제공 및 인큐베이팅 역할 

행복한백화점은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으로 백화점 4층에는 ‘IM Shopping’을 만들어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돕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에 밀려 입점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판매장 제공 및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

김 의원은 “특히 화장품의 경우 대기업 계열의 브랜드들이 입점돼 있고 의류·잡화의 경우 이랜드 계열의 입점 비중이 크다며” “고객 유입을 위해서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입점업체만 놓고 본다면 ‘2001아울렛’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 1층에는 이랜드 계열의 대형마트가 있고 5층 식당가에는 이랜드 계열의 음식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이랜드리테일 브랜드 '슈펜'이다. 좌: 행복한백화점 우: 2001아울렛​
사진은 이랜드리테일 브랜드 '슈펜'이다. 좌: 행복한백화점, 우: 2001아울렛​

 

행복한 백화점과 2001아울렛의 모습은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에 있는 ‘행복한 백화점’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2001아울렛’을 방문했다. 취재결과 행복한 백화점과 2001아울렛은 매장의 위치와 구조, 브랜드 매장이 겹치는 곳이 많았다. 행복한백화점의 1층에는 대기업 계열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돼 있었다.

2001아울렛과 겹치는 브랜드 매장은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더샘’, ‘이자녹스’, ‘수려한’ 등 총 5곳이었다. 특히 행복한백화점 1층에는 다른 브랜드 매장보다 규모가 큰 매장이 있었다.

이랜드리테일 신발 SPA브랜드 ‘슈펜’이었다. 슈펜은 이랜드리테일이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는 브랜드로 2001아울렛에도 역시 타 매장보다 규모가 컸다. 1층 슈펜뿐만이 아니었다. 행복한백화점 지하 1층에는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식품 전문 중대형 할인매장 ‘킴스클럽’이 있었다. 2001아울렛 지하 1층에도 역시 킴스클럽이 있었다.

사진은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킴스클럽'이다. 좌: 행복한백화점, 우: 2001아울렛
사진은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킴스클럽'이다. 좌: 행복한백화점, 우: 2001아울렛

 

2층에 위치한 캐주얼 브랜드 매장도 ‘ab.plus’, ‘KL’, ‘ANSICH’ 등 겹치는 브랜드가 있었다. 행복한백화점 4층에 위치한 ‘아임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을 위한 공간으로 신기술·신디자인·창업·벤처 등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한적했다. 아임쇼핑의 매장 벽면에는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을 홍보하는 VCR 영상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에는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 문재인 대통령, 축구선수 박지성의 모습이 있었다.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비싼 가격…소비자 발길 ‘뚝’ 

행복한백화점 4층에
사진은 행복한백화점 4층이다.

 

‘아임쇼핑’ 매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행복한백화점이 중소기업 제품 촉진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몰랐다”며 “1층부터 3층에서 쇼핑을 많이 하지만 4층에서는 물건을 거의 산적이 없다. 4층이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파는 곳이지만 가격은 1층 대기업 화장품 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만든 브랜드 중 화장품 에센스 가격은 9만원대였다. 크림 종류 또한 1층에 있는 대기업 계열의 브랜드 화장품보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행복한백화점이 이랜드 계열사인 줄 알았다”며 “2001아울렛과 느낌이 비슷해 당연하게 이랜드(계열사)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복한 백화점은 이랜드 계열사 브랜드의 대거 입점뿐 아니라 입점 수수료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에게 “입점 수수료의 경우 ‘기준 수수료+ 입점업체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해 책정되는데 ‘2019년 매장평균수수료(21.4%)를 초과하는 매장이 101개(전체 매장의 55%)로 절반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 중 11개 업체를 제외하면 다른 매장은 자본규모가 50억 원 이하다. 행복한백화점은 자본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게 대기업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수료 하위 기업에는 이랜드 계열의 의류매장 등을 비롯해 LF패션, 삼성 물산 등 대기업 업체가 많았다. 중소기업 입점업체에는 높은 수수료를, 대기업 입점업체에는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한백화점의 설립 취지에 맞게 간다면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위해서 오히려 중소기업에게 낮은 수수료를 받아야 했다.

행복한백화점에 이랜드 계열사가 많은 이유와 입점업체의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이랜드 계열사 문제는 중소기업제품 판로 확대를 위해 불가피하게 백화점 집객 및 매장 구색 갖춤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며 “이랜드 외의 대형 유명 식품업체 및 유명 브랜드 업체들이 입점 관련해 의지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가 29.7%(최대 39%)다. 당점평균 수수료는 21.3%로 민간평균 대비 30~40%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행복한백화점은 판로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판매장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백화점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유통센터는 백화점 매출에만 집중해 중소기업 판로 지원에 소극적이다”라며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비싼 입점수수료 및 임대료로 매장을 찾지 못해 판매부진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소비자에게 가성비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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