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박종진] ‘단식’ 황교안 대표의 지시사항은?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당 해체 요구가 여의도 정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는 김 의원의 불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단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파기 철회와 공수처법·연동형 비례대표제 철회를 요구하며å 단식을 시작한 황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는 해당 이슈들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유재일 “황교안, 인물·카리스마 리더십 배운 적 없다”

이준석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식 모습과 다르다”

 

‘주간 박종진’ 119회는 지난 21일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일요서울신문 본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는 고정 패널인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조대원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 유재일 정치평론가가 출연했다.

 

김세연 의원은 골든리트리버

‘성질 나면 사고 나’

 

방송 첫 주제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후폭풍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 다 함께 물러나자”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좀비’로 비유하며 ‘당해체’를 주장했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 제목 ‘누가 골든리트리버를 화나게 했는가’를 거론하며 김 의원을 골든리트리버에 비유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골든리트리버는 때리고 밟고 해도 화를 안 낸다”라며 “김세원 의원의 성격이 딱 골든리트리버 같은 사람이다. 어지간하게 갈구고 화 나게 해 가지고는 화를 안 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지금까지 김세연 의원이 다른 사람한테 욕하고 비난하는 걸 본게 딱 한 번이다. 바른정당 시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거친 말을 할 때 나한테 갑자기 흥분해서 말하더라. ‘아니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저렇게 몰상식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그 사람이 지금까지 한 최강 비난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종진 앵커는 출연자들에게 김 의원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잘했다고 평했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골든리트리버를 한번 검색해 봤다. 미국에서 사고치는 개 순위 5위 안에 든다. 왜 그러냐고 봤더니 사람들이 골든리트리버가 순한 걸 아니까 계속 깐죽깐죽 하는 거다. 그러다 골든리트리버가 성질이 나면 사고가 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은 동물훈련사 강형욱 씨의 말을 전하며 “마음속에 100개의 옐로카드를 갖고 있고, 자고 일어나면 풀어진다”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에 당 해체 요구까지 했겠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김 의원이 대중적인 이미지를 얻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했다. 그동안 김 의원은 3선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박 앵커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누가 부산시장에 출마하려고 한다며 비아냥거린다”라고 말하며 패널들의 의견을 물었다.

조대원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은 “김세연 의원이 다른 포석을 두고 저렇게 했다 더 한 단계 정치적으로 도약하려고 정치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다른 포석은 없다. 전혀 없는데 그걸 갖고 자꾸 친박 쪽에서 하는 얘기 민주당 쪽에서 하는 얘기들은 어쨌든 김세연을 깎아내리려고 하는데 그건 대단히 그분을 모욕하는 거고 잘못됐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분노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 앵커는 “김세연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살리는 계기를 만드는 거 아닌가하는 촉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으로의 관심을 유도하는 계기가 됐는 뜻이다.

유 평론가는 “포석을 두고 문제를 삼으면 어떡 하나”라며 “정치인이 출마를 염두에 두거나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걸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아니다. 그걸 갖고 왜 시비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 당협위원장은 “다른 사람들은 그것도 못한다. 해도 저 정도 파급효과도 없다”라며 말을 보탰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과 황교안 당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과 황교안 당대표 [뉴시스]

‘황제단식’ 논란 부른

천막 근무자 배정표

 

이날 방송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황교안 대표 단식과 관련해 비공개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단식 투쟁 천막 근무자 배정표’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한 언론사 기자를 통해 이 문건을 입수했다고 말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의 주야간 인력 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문서 맨 밑에 붙은 ‘당대표 지시사항’이라는 표시였다. 실제 황 대표의 지시였는지는 확인 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중요하다는 표징이었다.

황 대표의 단식 이후 사무처 직원들은 정해진 장소에 근무하며 30분마다 황 대표의 건강상태 체크, 거동수상자 접근 제어, 대표 기상시간(오전 3시30분) 근무 철저, 취침에 방해 안 되도록 소음 제어, 미근무 시 불이익 등의 지키도록 했다.

배정표가 외부에 알려지자 황 대표 단식에 대해 ‘황제단식’ 논란이 일었다. 황 대표는 과거 국무총리 시절에도 과도한 의전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기 명단을 보면 조직국, 홍보국, 청년국, 기획조정국 다 들어가 있다. 애초 당대표 수행에는 당대표 비서실이 따로 있다. 그 안에도 직원이 우리당 기준으로는 한 6명, 과거 제가 새누리당에 있을 때는 8명씩 있었다. 그런데 그 8명에 추가로 또 불침번을 세운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식의 모습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단식을 하면서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나 약간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라고 진단했다.

유 평론가는 “황교안 대표는 제도적 리더십의 보호를 받고 살아 왔다. 부장, 검사장, 법무부장관, 총리 이런 직위가 주는 리더십은 우리사회에서 존중이 된다.”라며 “문제는 대통령제하에서 대선주자는 제도적 리더십이 아닌 인물 리더십, 카리스마적 리더십인데 이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본인 스스로 인생 경력에서 확보해 본 적이 없는 거다. 인물 리더십을 확보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배운 게 단식하고 삭발밖에 없다”며 당내 조력자, 참모 부재를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유 평론가는 “리더십 복귀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며 “또 다른 문제는 혼돈 상황에서 결국은 출중한 인물이 나와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지금 자유한국당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는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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