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유재수·조국 ‘대통령 측근 3인방’ 정조준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청와대와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벌인 기싸움은 조 전 장관이 사임하면서 승기가 검찰 손에 쥐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소기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파죽지세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세 명의 인사에 대해 잇따라 수사를 벌이는 등 연일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초 조 전 장관 사태 때 언급됐던 ‘문재인 정부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시스]

-靑-尹 ‘신경전’ 잠잠해지나 했더니…검찰 수사 파죽지세(破竹之勢)
-‘文의 남자’ 조국, 모든 논란 중심에…親文 의혹에 靑 ‘곤혹’

검찰과 청와대가 아직 ‘조국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과 검찰 개혁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 적임자’라며 임명을 강행하자 검찰은 조 전 장관과 가족이 연루된 의혹에 대한 고강도 수사로 맞섰다. 

송철호 당선 내막, 靑 표적수사 때문?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삼면(三面)에서 포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불거졌다는 점을 들며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이 연루된 의혹이지만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포함되면서 민정수석실을 넘어 청와대까지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논란 중 하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당시 울산경찰청장)이 자신의 측근 비리 수사를 통해 정치에 개입했고, 이것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첩보 하달로 이뤄졌다며 ‘청와대 배후설’을 내세웠다.

김 전 울산시장은 이날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한 의혹에 관한 사항으로서 참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작태”라며 “이런 짓을 일개 지방경찰청장 혼자 독자적으로 판단해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게 일반상식에 부합한다. 분명히 황 청장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발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이라며 “조 전 장관은 울산 남구을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인 2014년 7월26일 송철호 당시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지원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가졌고, 당시 후원회장도 맡았던 특수 관계”라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은 앞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무렵 김 전 시장의 측근이 울산 소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김 전 시장은 수사 시기가 수상쩍다며 자신을 낙마시키기 위한 ‘표적 수사’였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검찰에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비리 첩보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박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지방선거를 전후해 현직 선출직 공직자와 관련한 비리 첩보가 이런 경로로 전달된 것은 김 전 시장의 사례가 유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튿날인 지난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이첩받은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면 된다”며 “우리는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며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의혹 확산을 저지했다.

이와 함께 백 부원장은 최근 검찰의 행보에 정치적인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백 부원장은 “이 사건으로 황 청장이 고발된 것은 벌써 1년 전”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지난 1년간 단 한 차례의 참고인,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 황 청장의 총선 출마, 그리고 조 전 장관의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초 첩보 이첩과정과 최초 수사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어떤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들고 엉뚱한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백 부원장에 수습에도 불구, 검찰이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별도로 ‘백원우 감찰팀’이 운용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파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요서울은 박 비서관의 진술에 대한 입장과 앞서 밝힌 ‘정치적인 의도’라는 표현이 검찰을 겨냥한 것인지 등을 묻기 위해 백 부원장에게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에 대한 회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뉴시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뉴시스]

‘유재수 감찰 무마’ ‘윗선’ 누구?…‘3철’까지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수사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김영란법)등으로 지난 27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이 무마됐다는 의혹도 살피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2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다. 앞서 김 전 수사관은 지난 2월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유 전 부시장의 비리 의혹이 무마됐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 왔다.

당시 그는 조사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이 부당한 압력 행사 등 3건의 비위 행위를 자행한 사실과 공무원 급여로는 과분한 생활 등 비리 정황이 포착됐지만 청와대 ‘윗선’의 지시로 무마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유 전 부시장을 수사한 특감반원이 음해성 투서를 받거나 원대 복귀하라는 통보를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역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불거진 사건이어서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당시 청와대 특감반의 보고 라인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박형철 반부패비서관-조국 전 민정수석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 전 장관 역시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이럴 경우 조 전 장관은 자신에 대한 의혹 수사 및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련 수사 등 총 세 가지 사안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자 청와대도 진땀을 빼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 “당시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조사한 후 일정 정도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인사 조치한 수준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국, ‘엎친 데 덮친 격’…文정부, ‘레임덕’ 오나

검찰 수사망에 포위된 이들은 모두 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이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2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권력형 비리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도 최측근 권력형 비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손 대표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조 전 장관과 백 부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최측근”이라면서 “문제는 정권의 레임덕이 몰아치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무소불위 권력이 명을 다해 가고 있어서 비리 실상이 파헤쳐지는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레임덕을 언급했다.

당초 레임덕 논란은 ‘文의 남자’로 불리던 조 전 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비리 의혹에 휩싸일 당시 처음으로 거론됐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입시 비리 의혹 등 ‘조국 사태’가 불거지면서 ‘공정성’은 사회 화두로 급부상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문 정부의 기치와 전면 배치되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격히 내려갔다. 이 때문에 ‘조국 사태로 문정권의 레임덕이 초래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후 조 전 장관이 사임하면서 문 정부 레임덕 논란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송철호 울산시장과 유 전 부시장 등이 연루된 의혹이 줄줄이 나오며 다시 부채질을 하고 있다.

먼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송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인권변호사로 함께 활동한 전력이 있다. 문 대통령은 송 시장이 보궐선거를 치를 당시인 지난 2014년 현장을 찾아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밝힐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유 전 부시장 역시 ‘친문’ 인사들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유 전 부시장 사태에 관련해서는 ‘3철’ 가운데 한 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8일 유 전 부시장 임명 배경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다는 의혹을 내비쳤다. 3철은 이 전 민정수석을 비롯해 전해철 민주당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이르는 말로, 친문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들이다.

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유재수 농단과 관련해 ‘감찰을 무마한 게 누구냐’ 하는 게 주된 포인트인데 이와 관련해 (유 전 부시장을) 영전시켜 부산으로 데려간 사람, 왜 데려갔는지 조그만 단서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부시장이 부산시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추진했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 시장도 유치를 추진했으나 부산시에 유치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며 “3철 중 한 분인 이모씨의 영향력이 더 센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지목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29일 발표한 11월4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 내려간 38%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한국당은 2%포인트 오른 23%로 반등했다(응답률은 14%,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지지도는 5주가량 40%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김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등 최근 제기된 일련의 의혹으로 중도층이 다소 이탈하면서 지지율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논란들이 ‘민주당’보다는 ‘청와대’를 향해 있음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여론 흐름이라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이에 청와대와 검찰 사이 지난한 샅바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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