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中 공무원은 퇴직할 수 없어’…전전긍긍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뉴시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1962년 대전광역시에서 출생한 ‘토박이’다. 대전산성초등학교, 대전동산중학교, 서대전고등학교 등 초·중·고를 모두 대전에서 졸업했다. 황 청장은 경찰대학에 1기로 입학하며 대전을 잠시 떠났다. 경찰 대학 졸업 후인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청와대 대통령경호실(현 대통령경호처)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대전중부경찰서장으로 발령 받으며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당시 황 청장은 대전광역시 중구 유천동 홍등가에서 11명의 성매매 종사 여성이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 업소 단속을 벌어 업주 상당수를 잡아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대전에서 황 청장의 인지도와 입지가 상당히 탄탄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총선 출마 위해 경찰직 사퇴 헌법 소원 제기하나
과거 “조직 과제 해결보다 퇴임 후 다른 자리 욕심에 급급” 비판

경찰로서의 업무와는 별개로, 황 청장은 과거부터 상관·검찰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2007년 그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폭행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이택순 당시 경찰청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글을 경찰 내부 게시망에 올린 것이다. 이에 이 전 청장은 황 청장을 징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를 두고 전·현직 하위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은 “황 총경(당시 직책)에 대한 보복성 징계는 구시대 유물”이라고 맹비난했고, 황 청장이 소속돼 있던 경찰대 총동문회 역시 동문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입장을 밝혔다. 황 청장 역시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징계가 결정되면 법적 대응 방안을 강구 하겠다”며 불복 의사를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결국 황 청장에 대한 처벌은 감봉 3개월의 경징계로 마무리됐다.
황 청장은 이후에도 ‘저격수’의 면모를 이어갔다. 지난 2016년 그는 경찰대학 후배이자 첫 졸업생 출신 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을 공개 비판했다. 당시 황 청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신뢰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던 경찰대학 졸업생 출신 첫 청장이 지나치게 정권의 눈치를 보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의 과제에 대한 해결보단 자리보전 또는 퇴임 후 다른 자리 욕심에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강 청장을 비롯한 경찰 출신들이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정치에 입성하는 상황을 함께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윤재옥과 이만희, 김석기 의원 등이 모두 치안정감 출신으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한 케이스다.
황 청장은 이 같은 사례 외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을 빚어왔다. 치안감으로 진급하기 직전에는 수사권 독립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는 부서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의 단장으로 있을 정도였다. 이 당시 황 청장은 국회에서 주관하는 수사구조 관련 토론이 개최될 때마다 꾸준히 참석, 검찰의 수사권 독점으로 인한 폐해 및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했다.

‘저격수’ 황운하 청장, 총선 출마의사 내비쳤지만…

‘저격수’로서의 인지도와 ‘대전 토박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황 청장은 오는 2020년 총선에서 대전 중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토록 대립각을 세웠던 검찰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이 황 청장을 울산지방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이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황 청장을 ‘선거를 앞두고 정치수사를 벌인다’는 이유도 고발했다. 황 청장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비위 수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파문은 최근 검찰이 울산경찰청의 수사가 청와대 첩보로부터 시작됐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며 커졌다. 자연스레 황 청장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야당 후보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김 전 시장은 선거에서 낙선했고, 송철호 현 시장이 당선됐다. 이 수사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이 개입했다면 월권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첩보의 생산 경위가 어떠한지 알지 못한다”며 “수사 첩보는 경찰청 본청에서 하달 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고발 2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수사 답보’ 상태로 남아있다. 황 청장이 “검찰에서 단 한 차례 출석 요구는커녕 서면질의 조차 없었다”고 답답함을 내비칠 정도다.
이 사건은 황 청장의 총선 출마도 가로막고 있다. 황 청장은 최근 총선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등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해 조사나 수사를 받는 공무원의 경우 명예퇴직은 물론 사표 수리도 제한된다. 경찰청은 수사가 지연되는 이유 등을 포함한 사건 처리 상황을 검찰 측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검찰 측에서 수사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황 청장의 퇴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 청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공무원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는 2020년 1월 16일까지 경찰직을 그만둬야 한다. 그동안 ‘검찰 저격수’로 이름을 날려 온 황 청장의 운명이 검찰에 달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검찰, 상식과 순리에 따라 일 처리할 것”

황 청장은 지난 19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과 관련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입법의 영역에서 검찰 개혁을 위한 나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정치에 참여하려는 이유 중 하나”라며 “검찰이 하필 이 사건을 갖고 출마를 막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만약 그런 의도라면 국가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치졸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이 만약 불순한 의도를 갖고 출마를 막을 의도라면 저로서는 이겨낼 방법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검찰이 상식과 순리에 입각해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 청장은 또 “퇴직 처리 관련 권한을 가진 기관 등의 입장에서는 검찰의 답변을 일단 기다려보고, 그걸 토대로 해석을 시작하지 않겠느냐”며 “1년여 전 접수돼서 진행도 없는 사건인데, 저를 ‘수사를 받고 있는 자’로 볼 수 있는가. 저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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