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지난 21일 별세하면서 현대산업개발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정 명예회장의 별세가 회사 경영에는 별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정 명예회장은 지난 99년 현대차에서 현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미 장남인 정몽규 회장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넘겨줬기 때문. 정 회장은 현재 현산의 주식 12%(904만6,320주)를 보유,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문제는 정 회장의 여동생인 유경씨가 회사 경영에 참여할 것이냐 하는 부분. 유경씨는 지난 18일 고 정 명예회장이 주식을 처분하던 때에 현산 주식 50만주(0.66%)를 매입했다.

유경씨는 이전까지 회사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회사 주식을 대거 매입하자 재계의 시선이 여기에 쏠려있다. 실제로 유경씨는 지난 99년 고 정 명예회장이 처음 현산의 경영을 맡았을 때, 회사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다. 현산 관계자에 따르면 유경씨는 결혼과 동시에 회사 일에서 손을 뗐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그가 언젠가는 컴백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재벌가 여인들이 속속 호텔 사업에 진출해, 유경씨 역시 현산이 새롭게 지은 호텔 경영에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많다. 한편 ‘한국 자동차 사업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지난 21일 별세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1일 정 명예회장이 최근 폐렴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 날 오후 2시경 현대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그의 나이 77세.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지난 99년부터 현대산업개발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그는 정작 외부에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사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포니 정’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그의 직접적인 사인은 폐렴.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폐암을 선고받고, 한 차례 수술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그동안 그의 건강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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