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도로 국민의당’ 비판 불식 위해 ‘당대당’ 통합 아닌 ‘개별 입당’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내년 총선의 돌파구를 찾는 데 골몰하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현재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은 창당기획단을 꾸리며 신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렇다면 바른미래 당권파의 비책은 무엇일까. 이들은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안신당 등과의 소통합 연대를 통해 ‘제3지대’를 구축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판’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로만 재정비할 경우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김한길·홍석현·김종인·반기문…새 인물 찾아 ‘제3지대 돌풍’ 만드나
-손 측, “우리 당의 큰 자산인 安 그대로 있다…孫 정치 연륜과 시너지”


바른미래당이 총선을 120일가량 앞두고 묘수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 갈등으로 내상을 입었다. 당 재정비는커녕 두 정파(政派)는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각개전투 양상에 접어들었다.

이후 비당권파는 ‘변화와 혁신’(이하 변혁)을 꾸려 신당 창당 채비에 분주하고, 당권파는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이들을 향해 ‘당원권 정지’ 등 징계라는 철퇴를 휘두르고 있다.

비례대표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 때문에 변혁에는 아직 바른미래당 신분을 유지하는 의원이 대다수다. 앞서 당에서는 박선숙 의원과 장정숙 의원이 그 선례를 밟았다. 이들 역시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신분이지만 각각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 윤리위는 지난 5일에는 이 밖의 변혁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 11명과 김철근 대변인에게 전체회의 출석을 통보했다. 아울러 지난 1일 유승민·오신환·권은희·유의동 의원 등 변혁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들에게 해당 행위를 사유로 당원권 1년 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리는 등 징계 절차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대당, 개별 입당? 물밑 ‘밀고 당기기’

당권파가 징계 절차 등에 가속도를 내는 이유는 내년 총선 준비 절차라고도 볼 수 있다. 비당권파가 신당 창당 등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하는 것과 달리, 당은 공천룰도 세우지 못한 채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최근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행보는 서둘러 이 문제를 봉합하고 본격적인 총선 대비에 들어가기 위한 제스처로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내년 총선 대비 전략이 ‘제3지대론’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10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제3지대를 열어 통합 개혁 정당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3지대론은 현재 거대 양당제를 격파하고 제3지대를 구축해 정치 개편을 일궈낸다는 시나리오로, 손 대표뿐만 아니라 유성엽·박지원 의원 등 대안신당에서도 강력히 주장해 온 주제다. 이에 이들이 서로 규합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이들의 정치 주무대가 호남인 점을 감안했을 때 내년 총선 호남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막기 위해서라도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나아가 민주평화당까지 뭉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 ‘제3지대 소통합설’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호남은 이들의 구심점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다. 이들 사이 소통합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도로 국민의당 아니냐’, ‘호남 지역 정당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남에서 “(바른미래당이) 대안신당, 민주평화당과 (합친다는) 말은 계속 나오고 있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그들과만 함께하는 건 아니다”라며 “바른미래당이 제일 경계하는 건 ‘도로 국민의당’으로 가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즉,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도로 국민의당’ 관련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확산을 막고자 숙고하고 있다는 의미다.

손 대표 역시 ‘제3지대론’을 공표한 뒤 정당 형태에 관한 질문에 “연대건, 새로운 정당이건 논의해야 하지만 새로운 제3지대의 새로운 정당체제가 단일체제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대안신당, 민주평화당과 접촉에 관해서는 ‘또 하나의 호남정당’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거리를 뒀다. 

관계자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손 대표와) 대안신당 간 물밑접촉은 없다”며 “불필요한 오해 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인했다. 
다만 “손 대표는 아니어도 당권파 소속 의원 가운데서는 대안신당 쪽에서 만남을 요구할 경우 만나는 경우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안신당과 접촉에 있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그들과의 대화 창구를 완전히 봉쇄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대안신당에서 바른미래당에 오고 싶어 하는 이들은 분명 있다”면서도 “다만 바른미래당은 이들에 대해 개별 입당을 원칙으로 하나, 이들은 개별 입당보다는 당대당 통합을 생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남 지역에만 매몰되면 사실 국민의당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당대당 통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 부분에서 양 세력 간 이견을 보여) 보이지 않는 ‘밀고 당기기’ 등의 논리가 작용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간판’ 없는 손학규黨…외부 인사 영입 촉각

결국 ‘도로 국민의당’을 탈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당의 ‘간판’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12년 총선 때 정치 혁신을 견인할 새로운 인물로 급부상하며 ‘녹색열풍’을 불러온 바 있다. 이만한 파급력을 가진 인물을 선제적으로 보유했을 때라야 이들의 소통합도 유의미해진다.

당을 재정비한다 해도 마땅한 간판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당권파 관계자는 “손 대표 역시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손 대표의 강점은 진보 혹은 호남에만 매몰되지 않고 합리적인 보수 인사와도 폭 넓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손 대표는) 이전에 한국당에 몸담은 바도 있기 때문에, 물밑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외연 확대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거론됐다. 관계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에 당적을 두며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 당의 큰 자산인 안 대표가 그대로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즉, ‘안철수’라는 상징성과 손 대표의 정치 연륜, 새 인재 영입 등 여러 요소를 합한다면 당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다. 

손 대표는 ‘제3지대론’을 발표한 이후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과 접촉하는 등 폭 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한길 전 대표와의 만남이 눈길을 끌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유능한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당 산파’ 역할에 능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이 때문에 여의도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이후 김한길 전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비쳤다.

이에 관해 당권파 관계자는 유선 인터뷰를 통해 “손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가 만난 건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만난 건 맞지만 비대위원장 논의 등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의혹 확산을 경계했다.

김한길 전 대표 역시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지난번에 (손 대표와) 만났을 때 정치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면서 “내가 아팠다가 건강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손 대표가) 듣고 위로하기 위해 만난 자리”라고 당시 모임의 성격을 설명했다.
아울러 “내가 (그동안) 아팠기 때문에 지금 정치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며 “정치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손 대표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홍 회장은 지난 10월께 동교동계 민주평화당·대안신당 관계자들과 접촉해 ‘제3지대 신당 창당’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손 대표 역시 그를 만나면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간 소통합 시나리오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손 대표와 접촉한 이들 모두가 정계 합류 여부에 별다른 대답 없이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홍 회장은 ‘제3지대 구축’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아직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위원장 역시 국회에서 지난달 19일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이후 정계 복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생각은 절대 없다”며 일축했다.

박지원, 소통합 있어 ‘주머니 삐져나온 돌’?

한편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과의 소통합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현재 박 의원의 합류를 두고 당내 여러 의견이 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 당시 분당 과정에서 안 전 대표와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당권파 관계자는 “(박 의원의 합류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은 맞다”며 “소통합에 있어 사람을 가리는 건 지엽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박 의원을 받아들인다면 이곳에 남은 사람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 등을 고려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거론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변혁 탈당 이후 당의 안정화, 총선기획단 출범, 외부 인재와 비대위원장 영입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박 의원 합류 여부에는 방점을 찍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