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10일 자유한국당을 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준비된 내년도 정부 예산 수정안이 문턱을 넘은 것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내비치며 날을 세우고 있다.

먼저 제외된 한국당은 이날 예산안 처리를 ‘날치기’, ‘세금도둑질’이라고 규정하면서 4+1 예산 수정안을 상정한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적했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예산안이 통과돼 안도하면서도 한국당의 ‘날치기’ 주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예산안 처리 후 항의 차 국회의장실을 찾은 심재철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유감”이라며 “원래 부수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다음에 예산안을 처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완전히 순서를 바꿔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과정은 분명 날치기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원내대표는 “이것은 국민들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행위다. 세금 도둑질에 국회의장이 동조하고 나선 것은 매우 잘못됐다. 동조를 넘어 선두에 섰다. 민심이 심판할 수밖에 없다”며 문 의장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4+1 협의체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성도 전혀 없는 그야말로 예산 도둑질의 무리들”이라며 “이런 예산 편성은 일찍이 유례를 알 수 없는 참으로 참혹한 심정이 드는 불법의 결정판이다. 국민이 두렵지 않냐”고 반문했다.

반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통과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이 통과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당은 예산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상정을 막기 위한 도구로 시간을 끌어놓고 이제 와서 날치기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는 정기국회 안에 예산안이 처리되고 부수법안이 만들어져야지만 내년 1월1일부터 제대로 된 예산 집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 생떼쓰기, 버티기, 시간끌기를 계속 했는데 이제 와서 (날치기 주장은) 낯 두껍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딴소리”라며 “날치기라는 말은 불쾌하다. 이렇게 천천히 하는 날치기가 어디 있냐”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당의 본심은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라고 부연했다.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이자 예산안 3당 합의 처리를 주장한 비당권파 소속인 지상욱 의원은 “더 이상 국회는 국회법도 관례도 예의도 없는 오늘로 전락했다”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4+1 협의체’의 예산안 수정안은 무효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당권파인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예산안 법정통과 기한을 일주일 이상 넘겨가며 제1야당의 협의를 촉구했지만 한국당은 제대로 임하지 않았다”며 “국민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선거법 개정 등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위한 법안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며 “한국당은 이제라도 법안들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게 대화에 나서달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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