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산시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권철현 의원의 부산사랑이 뜨겁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일요서울>과 인터뷰에서 권 의원은 “대한민국 두 번째 도시인 부산이 인천에도 뒤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잠들어 있는 부산을 흔들어 깨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그는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으로서 차기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회창 전총재든 누구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선 총결집을 해야 한다며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론)을 주장해 눈길을 모았다. 정치인으로 ‘꿈’을 묻는 질문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며 ‘하늘이 기회를 주시면 더 큰일을 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차기대선 승리 위해 나섰다

권 의원은 부산 사랑이 두 번째 가라면 서럽다며 부산 전문가임을 자처했다. 그는 MBC 부산 라디오 ‘지방시대 부산 권철현입니다’를 3년7개월 진행한 경험을 우선적으로 들고 있다.권 의원은 “부산이 점점 인구가 줄고 있는 반면 수원, 인천, 부천 등의 도시는 활성화되고 있다”며 “특히 인천의 경우 인구 200만에서 260만으로 늘어나 자칫 부산이 제3의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이에 부산 오피니언 리더들이 중앙정치에서 10년 경험을 토대로 고향을 위해 봉사해달라는 요구가 부산시장 경선 출마를 결정하는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또 그는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 높은 투표율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권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 이회창 전총재가 패배한 것은 영남에서 중심세력이 뭉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산이 중심이 돼서 경남 울산을 하나로 묶어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권 의원은 “작은나라 큰 도시를 컨셉으로 부산경영에 중앙정부만 쳐다보는 것이 아닌 글로벌 도시 부산, 21세기 중심사업인 문화, 관광, 지식산업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고 게임랜드’ 구상

나아가 그는 “잠들어 있는 부산을 흔들어 깨울만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며 부산 자갈치 시장 풍경속에 부산발전의 청사진이 있다고 전했다.그는 “자갈지 시장에 가보면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고 외친다”며 “부산발전을 위해서도 볼거리 놀거리 살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실제적으로 하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그는 잠들어 있는 부산을 흔들어 깨울 아이템중에서 부산 해변가에 40만평에 이르는 테마공원 조성을 한 예로 들었다. 그는 “6개의 테마 파크중 7만평 가량에 아시아 최고의 게임랜드를 만들겠다”며 “서울사람, 중국사람, 일본사람 등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산에 와야 한다. 나아가 바다밑에 잠수함을 타고 들어가 수중 카지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회창 전총재도 대권 후보”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전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권 의원은 차기 대권에서 이 전총재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그는 2002년 대선 패인과 관련해 “노무현 후보에게 진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졌다”며 “우리는 젊은층을 장식용으로만 여기고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또 2:8이라는 소외계층, 서민들을 끌어안지 못한 채 한나라당끼리만 선거를 치른 게 잘못”이라고 분석했다.권 의원은 “차기 대선에서도 지역구도는 여전할 것”이라며 “호남표는 안온다고 봐야 하고 충청표, 서울표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로 관측했다.결국 그는 “나라를 걱정하는 세력, 중도좌파세력을 포함해 보수세력이 총결집해야 한다”며 “보수진영의 좌장격인 이회창 전총재가 대선정국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등소평 주석이 흑묘백묘론을 주장했듯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이 전총재가 다시 대권에 도전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되더라도 이 전총재의 지원을 적극 받아 내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향후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자신이 이 전총재와 한나라당을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할 것도 분명히 했다.이 전총재는 지난 1일 신년 인사차 방문한 권 의원에게 중앙당에서 중심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만류도 했지만 이왕 나선 김에 당선돼서 2007년 대선에서 중심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해 주었다고 권 의원은 전했다.

‘YS 인연으로 정치 입문’

김영삼 전대통령(이하 YS)과 경남중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인 권 의원은 YS의 권유로 95년 부산 사상갑 지구당 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권 의원은 도시문제 전문가로 부산에 도시발전 연구소를 만들고 저서 ‘부산 대개조론’을 저술할 만큼 부산문제 전문가를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학자출신으로 관료의 벽에 막혀 ‘이대론 안되겠다’는 판단이 정치권 입문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10년간 정치생활을 해오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2002년 대선 패배를 꼽았다. 권 의원은 “요즘도 농담삼아 59개월 이기다 한달만에 졌다고 우스갯 소리를 한다”며 “당시 정계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고 고백했다. 외국 원수들까지 이 전총재를 국빈대접할 정도였으니 그에게 패배의 충격은 남달랐을 것이다.하지만 17대 총선때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부산지역 후보들이 똘똘 뭉쳐 다수가 당선됐을 때와 2000년부터 2년간 당 대변인을 맡아 ‘국민의 대변인’으로 대리만족 시킨 경험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부산시장 출마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보니 가정일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도 전했다. 그러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깨끗한 정치, 열린 정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 만큼 가족들이 이해해주길 바랐다.

# 미공개 2002년 대선 비화“대선 3일전, 박근혜에게 삭발을 부탁했다”

2002년 대선때 57만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회창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이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권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이 후보가 승리할 수도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바로 선거를 3일 앞둔 순간 패배를 감지한 그는 급히 울산에 있던 박근혜 선대위원장을 국회에서 만나 ‘삭발령’을 내린 것이다. 12월19일 선거 3일전 일이다.당시 권 비서실장은 “개인적으로 선거에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박 대표에게 선거에서 진다고 하니 박 대표도 깜짝놀라며 정말이냐고 반문했다”며 “그래서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한나라당 핵심 지지층인 40대 여성이 떠나고 서민대중도 떠나고 보수세력은 당연히 이기겠지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대로 가면 진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당시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고 권 비서실장은 ‘삭발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연히 박 대표는 깜짝놀라며 그 이유를 물었다.

권 비서실장은 “다른 사람이 삭발을 하면 쇼가 되지만 반공을 국시로 하고 조국 근대화를 내걸었던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인 당신이 삭발하면 쇼가 아니고 진정성이 확보된다”며 “지금 대한민국 전역에서 온 좌파들이 전부 궐기하고 반미를 외치고 있다. 보수세력은 안이하게 이길 줄 알고 있는데 당신이 삭발을 하며 삭둑삭둑 머리카락이 잘려 나갈 때 얼마나 피눈물이 나겠느냐. 또 이대로 가면 이상한 나라가 된다. 정신차려라 외치면 나라도 살고 당도 사는 길이다”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박 위원장은 “삭발말고 다른 방법은 없느냐”고 반문하다 결국 “도저히 안되겠다”고 포기해 ‘박근혜 삭발’은 성사되지 않았다.권 의원은 “이 전총재는 모르고 있었다가 추후에 말씀드리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구만’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당시 박 대표가 삭발을 했으면 2002년 대선에서 이 전총재가 승리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57만표 차이로 졌으니 한나라당으로선 비화중의 비화로 기록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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