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고부가 가치 창출 전략…“국내외 점유율 확대 나설 것”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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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이번 호는 해외에서 활발한 계약과 함께 온라인 시장에 무서운 속도로 진입하는 신세계에 대해 알아본다.

스타필드 레저시설 ‘아쿠아필드’ 베트남 진출...'빈그룹' 러브콜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 ‘자주(JAJU)' 호치민에 2호점 오픈

신세계 스타필드의 대표적 휴양 레저시설인 ‘아쿠아필드’가 베트남에 진출한다. 신세계건설이 베트남 리조트 회사인 빈펄(VINPEARL)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오는 2020년 베트남의 대표 휴양지인 나트랑과 푸꾸옥에 아쿠아필드를 선보이기로 했다.

지난 9일 하노이에서 서화영 신세계건설 상무와 빈펄사 팜 띠 딴 흐엉(Phan Thi Thanh Huong) 부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계약 체결식을 열었다. 빈펄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인 빈(VIN) 그룹의 리조트 회사로 신세계건설은 이번 계약을 향후 빈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호텔 및 쇼핑몰 등에도 아쿠아필드를 입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세계건설은 설계 및 시공자문, 운영 매뉴얼, 직원 교육, 영업 및 마케팅을 지원하고 빈펄은 시공 및 감리, 인허가, 전산개발 등을 맡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베트남 진출은 휴양 레저 시설 신규 도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물색하던 빈 그룹의 러브콜로 진행됐다. 빈 그룹은 유럽, 일본 등의 다양한 레저 시설을 둘러보던 중 수준 높은 컨텐츠와 시설, 운영 노하우를 가진 아쿠아필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일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가 베트남 호치민에 2호점을 오픈했다. 올해 6월 자주는 호치민 이온몰 탄푸점에 첫 매장을 열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에 문을 연 매장은 호치민 최고 상권인 동커이(Dong Khoi) 중심에 위치한 빈컴 센터(Vincom Center) 지하 2층에 120평 규모로 자리했다.

이 곳은 베트남의 대표 백화점으로 외국인과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 명소다. 1호점의 경우 방문객수는 평일 500명, 주말 평균 1000명 수준으로 목표 대비 120% 이상 실적이라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작된 고품질 상품과 현지 특화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인정받은 이명희 회장의 경영 능력 

그동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은 인정받아 왔다. 2004년 이 회장은 한 임원의 제안으로 허허벌판인 부산의 땅을 수천억 원에 샀다. 당시 그 땅을 이 회장은 선뜻 사기 힘들었지만 경영진의 결정을 전적으로 믿으며 사업을 진행했다. 2009년 그 땅은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가 됐다. 다른 백화점을 압도하는 크기는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그 결과 부진한 다른 백화점과 다르게 3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이 회장의 ‘대형화 전략’이 통한 것이다.

올해 신세계 3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1조602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3% 늘어난 것으로 영업이익은 36.6% 증가한 959억 원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인천점을 롯데에 넘긴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0.9% 매출이 감소했지만 인천점을 제외하면 매출은 4.6% 늘었다. 영업이익 또한 660억 원으로 12.2%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와 현대백화점은 매출이 감소했다. 이런 실적 역시 업계에서는 대형화 전략을 꼽았다. 이마트가 1위로 자리 잡은 후 신세계그룹은 2000년대 중반 백화점 사업 전략을 바꾼 후 문을 연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대구점, 광주점 등의 매장은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 난항 

하지만 신세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신세계는 ‘한국판 아마존’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첨단 온라인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외국계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 ‘블루런벤처스 BRV'에서 유치한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온라인 사업부 핵심 시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정 부회장은 신세계 채용박람회장에서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 센터를 만들겠다”며 “아파트 30층 높이로 지어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예술성을 갖춘 건물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하남시 미사지구에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단순 물류센터를 넘어 그룹 온라인 사업본부의 핵심기지로 육성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세계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물류센터 건립 부지를 약 970억 원에 낙찰 받아 본 계약 직전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하남시 주민들은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미사지구 일대가 교통이 혼잡해질 수 있다고 반대했다. 또한 대형트럭이 도로를 점령하며 발생하는 안전 문제의 이유를 들며 반대에 나섰다. 결국 하남시는 ‘물류센터 전면 보류’라는 결정을 발표했고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LH로부터 계약금을 모두 돌려받으며 하남시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은 결국 무산됐다.

신세계는 주민들의 반발로 물류센터 건립에 난항을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서울 장안동에서 인근 주거지 및 초등학교와 인접한 곳에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다 주민 반발로 무산됐으며 지난해 경기도 구리 갈매지구에서 추진한 물류센터 건립사업 역시 지역주민과의 마찰로 4개월 만에 철회됐다.

한편 김포에 위치한 SSG닷컴의 세 번째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3’이 지난 20일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가동 돌입과 함께 새벽배송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네오003이 문을 열면서 하루에 3만5000건의 주문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네오001과 네오002는 하루에 4만4000건 주문을 소화했다. 네오003이 합류하면 일일 주문건수가 8만 건에 육박하게 된다.

새벽배송은 기존 5000건에서 내년 초까지 1만 건으로 확대되며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내년 중 2만 건까지 늘릴 계획이다. 상품의 입고부터 출고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은 더 완벽해졌다. 상품 입출고가 이뤄지는 1층 작업공간까지도 계절과 관계없이 365일 영상 10도 이하로 운영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또한 네오003은 직접 상품을 생산하는 기능도 갖췄다. 330m²(100평) 규모 베이킹 센터(Baking Center)는 매일 40개 종류 빵 8500개를 생산하게 된다. 베이킹 센터가 들어오면서 오전 5시에 갓 구운 빵을 오전 9시면 받을 수 있다. 신선한 상품을 고객에게 바로 배송하겠다는 의미다. 올해 초부터 SSG닷컴은 ‘당일 착유 당일 생산’ 우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SSG닷컴은 “단순 물류센터가 아닌 온라인 스토어 기능도 하겠다”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삶이 조금 더 편리하고 윤택해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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