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 사건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에서 한국 정부 패소가 확정됐다. 패소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영국 고등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21일 금융위원회의 보도참고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영국고등법원은 ‘이란 다얀 가문 대(對) 대한민국’ 사건의 중재 판정 취소소송에서 중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는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이란 가전업체 소유주인 ‘다야니’ 가문에 계약 보증금과 보증금 반환 지연 이자 등 약 73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2010년 다야니는 자회사 D&A를 통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매수하려다 실패했고 당시 다야니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투자확약서(LOC)가 불충분(총 필요자금 대비 1545억 원 부족한 LOC 제출)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다야니는 계약 보증금 578억 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대우일렉 채권단은 계약 해지의 책임은 다야니에 있다며 거절했다.

2015년 다야니는 보증금과 보증금 이자 등 935억 원을 반환하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고 중재 판정부는 다야니 측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첫 사례가 됐다.

이후 정부는 다야니의 중재 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이라며 ISD 대상이 아니라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번 사건의 계약 당사자는 D&A이며 D&A의 주주인 다야니가 ISD를 제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20일 영국 고등법원은 판결을 통해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투자’와 ‘투자자’의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다야니 가문을 대한민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날 정부는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부, 금융위 등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채권단과 다야니 측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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