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광풍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붉은 물결로 휩싸이고 국민들은 붉은 전사로 무장하고 있다. 그 선봉에는 3개 지상파 방송이 앞장서고 있다. 한국전은 그렇다치더라도 다른 국가 조별리그를 3개방송이 동시에 방송하는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전파낭비다. 덕분에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한미FTA는 축구처럼 와일드하지 않지만 협상에 진다면 국가적 손실은 무지막지하다. 90년대 NAFTA(미국-멕시코 협정)로 멕시코의 양극화 심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밖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문제,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DJ 6·15방북 무산을 가져온 북측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위협은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문제다. 이로인해 북·미간 긴장상태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드컵은 삶의 전부가 아닌 일부다. 그러나 그 속에 묻히는 이슈들은 우리들의 삶을 피곤하게도 즐겁게도 할 수 있다. 눈과 귀를 열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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