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앵커 교체’ 결단에 기자들 반발 내막

손석희 JTBC 대표이사 [뉴시스]
손석희 JTBC 대표이사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앵커 손석희’는 종편 뉴스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무려 6년 4개월 여간 JTBC 뉴스룸의 메인 앵커로 활동하며 ‘팩트체크’나 ‘앵커 브리핑’ 같은 신선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물론 여러 가지 논란도 있었지만 손석희 앵커가 종편 뉴스사(社)에 끼친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손석희 앵커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차가 본인의 결정이 아닌 경영진의 결단이라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 아닌데…교체 왜?
손석희 “나는 레거시 미디어 유산, 물러날 때 됐어”

JTBC는 지난 23일 “메인뉴스를 이끌어왔던 손석희 앵커가 앵커직에서 물러나 대표이사직만 수행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 앵커의 하차는 지난 2013년 9월 16일 JTBC ‘뉴스룸’을 진행하기 시작한 지 6년 4개월 만이다. 손 앵커 역시 이날 사내 회의에서 “다음달 2일 신년 토론까지만 진행하고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손 앵커는 오는 2020년 1월 1일과 2일 뉴스룸과 함께 진행되는 ‘신년특집 대토론’이 끝나면 역할을 마친다. 손 앵커의 후임으로는 서복현 기자와 안나경 아나운서가 투톱 체제를 이뤄 활약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 뉴스룸은 지난 1년간 뉴스룸 주말 진행을 맡아온 한민용 기자가 단독 진행한다.

‘JTBC 간판’ 하차에 기자들 “갑작스러운 하차 반대”

손 앵커는 명실상부한 JTBC의 ‘간판’이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와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태블릿 PC’ 보도 등을 지휘해 대중적 신뢰를 얻었다. 종편 채널인 JTBC가 지금의 영향력을 가지게 된 데는 손 앵커의 영향력이 컸다. 이처럼 JTBC의 선장 역할을 하던 손 앵커의 하차가 공식화되자 소속 기자들은 사측에 “(하차) 결정 배경을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JTBC 보도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온 앵커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게시했다. 지회 측은 “이번 앵커 하차는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다”면서 “이에 우리는 보도 자율성의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영진이 손 앵커 하차에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손 앵커는 24일 “중요한 것은 사측이 앵커 하차를 제안했지만 동의한 것은 나라는 것”이라고 덤덤하게 설명했다. 그는 보도국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앵커 하차 문제는 1년 전 사측과 얘기한 바 있다”며 “경영과 보도를 동시에 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은 회사나 나나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렇게 이해했다”고 전했다. 손 앵커는 타사 이적설에 대해 “나는 제안 받은 바 없다”면서 “‘지라시’는 지금도 열심히 돌고 있지만 대부분 음해용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랜 레거시 미디어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이제 카메라 앞에서는 물러설 때가 됐다. 누가 뭐래도 JTBC는 새해 새 전망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