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정국 후폭풍 나경원 이어 황교안 리더십 ‘타깃’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이 심상치 않다. 단식투쟁을 통해 흔들리는 리더십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선거법 개정안·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을 거치면서 계파를 떠나 당 전반에 ‘황교안 비토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황 대표가 극우세력과의 강경 투쟁을 고집하고, 구성원들에게는 이를 군말 없이 따르라고 주문하면서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황 대표의 투쟁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정치력은 ‘초짜’에 불과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당 원외 인사는 물론 원로까지도 황교안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패스트트랙 정국을 기점으로 ‘황교안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황 대표는 리더십 논란 등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된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황교안 대표 사퇴→비대위 체제’로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비황계, 친황체제로 ‘총선불가론’ 확산…비박·친박 ‘의기투합’  
-‘포스트 황교안’ 비대위 체제 ‘부상’, 당내 인사보다 외부영입 인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되지 않겠느냐.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정국에 대한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황 대표의 투쟁력은 인정하지만 정치력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심 원내대표도 패스트트랙 정국에 대한 해법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하는 등 무능함을 보여줬다”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한국당은 그동안 패스트트랙 법안은 반드시 막겠다고 호소했지만 실질적으로 법안 저지를 위한 마땅한 전략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에 맞서 ‘쪼개기’ 임시국회를 통해 대응하겠다며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차단했다. 민주당의 전략에 따라 27일 선거법이 통과됐다. 

또 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과 함께 또 다른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인 유치원3법(유아교육법 개정안·사립학교법 개정안·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선다 해도 실질적인 저지 방안은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협상보다는 ‘무기한 국회 농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농성 카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구호를 외치는 정도에 불과했다. 

패스트트랙 책임론 심재철보다 황교안 책임져야

한국당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심 원내대표보다 황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당 관계자는 “사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심 원내대표 간에 물밑접촉이 있었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 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비례대표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을 비롯해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합의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심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을 통해 ‘얻을 건 얻어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황 대표가 완강해 거부해 민주당과의 합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원내전략은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처사이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당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이례적이다.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무기한 농성을 벌이는 등 심 원내대표가 협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은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에서 협상해야 했지만 황 대표의 ‘무기한 국회 농성’, ‘국회 규탄대회’로 한국당 스스로 패싱 위기에 처하게 된 것과 동시에 전략 부재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의원들은 “도대체 얻은 것이 뭐냐”며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저지에 올인했으니 결과에 대한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만큼 황 대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은 “황 대표가 공직에만 있다가 정가에 왔기 때문에 공무원 사회와 정당 사회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모를 거다”며 “공무원 사회는 위에서 말하면 말한 대로 물이 흘러가지만, 정치권은 공감이 있고 이해관계가 맞아야 (위에 사람) 말을 듣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밖에서 볼 때는 황 대표가 선언적 의미로 대여투쟁을 하고 이런 건 열심히 하신다. 장외투쟁, 단식도 하고 농성도 하지만 정국을 풀어갈 대안을, 국민들이 공감할 대안을 여당 쪽에 제시하는 것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라며 “싸움만 잘한다고 야당 대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황 대표에 대한 불만은 한국당 당직자들에서도 감지된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년 안 되는 시간 동안 장외 집회로 진정 지지율을 올리고, 나라를 바로 잡고, 총선 승리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냐”며 “이게 과연 시대정신에 맞는 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등 돌린 민심을 얻기 위해선 중도층의 지지율이 중요하다”며 “제1야당의 총선 준비 전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구도, 인물, 정책 뭐 하나 없이 극우화된 모습만으로 한 표라도 가지고 올 수 있단 말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나아가 “지금의 당은 마치 검사동일체 조직인 것처럼 굴러가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의사결정 과정이 뭐냐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며 “당은 우리의 것도, 대표의 것도, 의원의 것도 아닌 국민의 것이고, 존재 그 자체인 것이다. 이제 브레이크를 걸 때가 됐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직자가 황 대표 리더십을 정면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책임회피 꺼내 든 보수통합, 황체제 유지 ‘목적’

‘패스트트랙 책임론’ 등 리더십 논란이 야기되자 황 대표는 다시 보수대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보수와 진보가 갈라진 상황에서 보수대통합을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는 패스트트랙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도 비춰진다. 

황 대표는 지난 26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는데 당의 울타리가 무슨 소용인가. 다 걷어내고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특히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배현진 한국당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신 대국민 호소를 읽으면서 통합 모양새를 갖췄다. 지난달 초 ‘공관병 갑질 논란’의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이 불거질 당시 황 대표는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이번에도 보수통합을 패스트트랙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 한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정국을 반문재인 세력의 연대 고리로 삼고, 내부적으론 비상대책위원회 도입 등 지도부 책임론도 비켜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향후 보수대통합 여부 등에 따라 황 대표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 26일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며 통합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다. 홍 전 대표는 “나를 버리고 나라의 장래를 보자. 진정 반역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가”라며 “모두 내려 놓고 통합의 길로 가자”고 말했다. 황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보수통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황 대표가 체제를 유지하려 할 경우 범보수 진영도 각자도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황 대표가 얼마나 내려놓으냐에 따라 각자도생의 길을 갈지, 보수소통합이 될지, 보수중통합이 될지가 결정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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