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나만 살면 돼”...기업 경영악화는 ‘모르쇠’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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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2019년에는 유독 ‘노사대립’ ‘노사갈등’ 등의 수식어가 화두를 이뤘다. 기업과 노조 간의 갈등 폭이 좁지 않았던 만큼 어떤 이들은 기업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이 도리어 생산량 저하, 이미지 실추 등을 통해 경영 환경 악화를 부추긴다고도 입을 모았다. 새해를 맞이한 시점에서 공기업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 흘러나오는 내부 잡음은 여전히 시끄러운 모양새다. 과연 2020년에는 한국경제에 파고든 ‘파업공화국’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걸까.


노조 측 과도한 요구와 무분별한 파업...곱지 않은 여론의 시선
내부 잡음은 여전히 ‘시끌’...“포용적 노사관계로의 전환이 필요”


노동조합은 당초 노동 조건과 생활조건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정립된 단체의 개념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로서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동리더의 역할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노조가 최근에는 당초 목적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심심찮다. 어쩌면 과도한 권익 요구는 노동 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닌 사익편취로 이어져 도리어 노동시장 혼란과 기업 경영환경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다.

“권익대변? 사익편취!”
애꿎은 소비자만 ‘불편’


노사갈등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이미 노사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고찰도 장시간 꾸준히 이뤄져 왔다. 실례로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노동자의 자살이나 주5일 근무제 도입 당시 일었던 갈등과 대립은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 과정에서 다수가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분명 이를 통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변화의 기틀은 다듬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당시만 하더라도 초점은 기업의 책임론에 맞춰졌다. 다수의 기업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경영 방침의 변화를 추진했고, 정부 역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노동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조 측의 과도한 요구와 무분별한 파업 등의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다. 올해 적지 않은 기업의 노조가 파업 소식을 알렸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은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다수는 ‘파업의 남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올해 한국경제를 두고 ‘파업공화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입금협상과 인력증원 등의 이유로 올해 11월 발생한 철도파업 당시 많은 이들은 이 같은 노조 파업이 오롯이 국민들의 불편으로 직결됐다고 꼬집었다. 노동자의 편에 설 것이라는 예측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A씨는 “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정부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 파업에 나선 것과 같다”며 “파업을 할 만큼 적지 않은 연봉과 근로환경이 주어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의 입장을 되도록 이해하려 했음에도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지나치게 파업에 나서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요구와 노사 간의 협의가 필요한 문제이지 ‘국민의 발’과도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 도리어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비단 공기업만의 사례는 아니다. 기업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 크다. 일례로 소비자가 구매한 가전제품을 고장 등의 이유로 A/S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노조가 파업 중이라는 이유로 소비자가 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웅진코웨이 수리기사들은 회사에 고용문제를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고, 이 때문에 웅진코웨이 측은 “한 달 정도는 기다려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역시 올해 8월 노조파업으로 인해 A/S를 중단해야 했고, 불편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노-노 갈등’까지 확대
車업계 양극화 칼바람


국내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노사갈등의 기로에 서있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5개 완성차업체 중 2019년 임금교섭을 마무리한 곳은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뿐이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 기아자동차 노사는 여전히 올해 임금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노사 갈등은 조합원 사이의 갈등, 이른바 ‘노-노 갈등’으로까지 확대됐다. ‘명분 없는 파업’에 노조원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참고로 과거 하나의 사업장에는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할 수 있었지만, 2011년 7월부터는 복수의 노조 설립이 가능하게 된 상태다. 이로 인해 사업장 내 조직된 다수 노조 간에 상호 의결충돌, 분쟁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금교섭 문제로 이미 올해에만 두 차례 파업이 이뤄졌다. 지난해 임금 협상 과정에서 뜻이 갈렸고, 지난 6월까지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임금 교섭을 두고 양측이 입장 차를 보이면서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절반가량은 노조 집행부의 파업지침을 거부하고 정상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집행부는 전면파업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회사 경영위기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본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기침체와 기업 경영악화 등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런 노조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따가운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만 하더라도 생산량이 전년 21만 대에 비해 15만 대로 크게 감소한 데다가, 다가올 위탁생산 종료와 새로운 물량 확보 어려움에 다른 공장 폐쇄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노조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조합원들은 언론을 통해 “민주노총 출신 집행부가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으면서 꼭두각시 역할만 한다”며 “고용안정을 위해 신차 배정이 절실한 상황에서도 파업만 일삼으며 회사와 근로자의 앞길을 망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노 갈등이 기업 경영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차는 노-노갈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줄이어 발생한 소비자들의 예약 취소를 겪어야 했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계약 9만 대를 넘어섰지만 2만여 명의 소비자, 즉 4명 중 1명꼴이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사측은 생산량 확대를 추진했음에도 단체협약에 따라 필요한 노조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노조원들이 다른 공장과 일감을 나눌 경우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한 이유에서다. 이후 해당 차량 증산을 확정하는 등 노-노갈등이 봉합하는 양상을 띠었지만,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되찾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노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회‧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사실상 이를 예방하고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립한다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과 원활한 경영을 위해 노사 간의 의기투합이 필요해 보인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자는 장기 노사갈등 사업장의 합의타결 사례와 시사점을 통해 “노동존중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포용적 노사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회사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특히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노동조합은 회사가 어려울 때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노조 모두가 마음에 새겨 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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