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치명적 단점, 공허한 메시지…감동도 내용도 없어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당내 고위 관계자 A씨에 따르면 황 대표가 비록 원외 인사 출신이라는 약점을 안고 출발했지만, 10개월 동안 적응기를 거치며 혹독하게 단련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수십 년에 걸친 관료 생활에서 느껴지는 여유보다는 최고 당료로서의 긴장이 묻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평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법. 앞서 언급한 평가에 이어 치명적 단점들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바로 야당 대표로서의 비전과 책임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선까지 코앞에 둔 상황이라 조바심에 당내에서는 여러 가지 잡음까지 새어나오고 있다. 이에 ‘황교안 리더십’의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지난해 2월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후보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2월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후보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 황, 옮아간 안철수식 ‘새정치’…‘구체성’ 떨어져 한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1월15일 한국당에 입당, 다음 달인 2월27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입당한지 불과 43일 만에 당대표가 됐다. 이후 10개월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투쟁을 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강경 투쟁을 의연히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앞서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부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특별감찰반 논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이 드러나는 가운데, 황 전 대표는 조 전 수석에 대한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며 지난해 9월16일 삭발식을 거행했다. 그해 11월에는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공수처법·공직선거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11월2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결국 농성 8일차에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이같은 대여 투쟁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지율은 지지부진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이틀 간 정당 지지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41.9%, 한국당은 32.9%로 집계됐다. 양당 격차는 9%포인트를 기록했다. 중도층에서 민주당(39.0%→42.2%)이 40%대를, 한국당(29.0%→33.6%)이 30%대로 진입했지만, 한국당 지지율을 40%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악재도 겹쳤다. 각종 투쟁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총력 저지하려던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끝내 통과됐다. 온갖 진통 끝에 필리버스터를 강행했지만 ‘쪼개기 임시회’로 무력화되면서 그간의 총력 저지 투쟁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를 두고 황교안 리더십을 재점검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해 9월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해 9월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국민 메시지는 황 대표의 치명적 단점

작은 철 조각이 사람을 해할 수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 ‘촌철살인(寸鐵殺人)’이 있지만, 정치인들의 SNS에는 ‘촌철댓글’이 연일 달린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촌철댓글은 그들의 글에 단칼로 무 자르듯 반박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또한 촌철댓글을 피하지 못했다. 바로 대국민 메시지가 아직도 공허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27일 오후6시 전후로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한국당의 표결 없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만18세 이상 선거권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켰다. 지난 4월부터 공수처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서 육탄 투쟁까지 하는 등 당의 사활을 걸었다. 결국 검찰조사 결과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충돌사태로 여야 의원 수십 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등 사법 처리됐다. 이는 당시 대규모 충돌 사태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이 같은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습니다. 2019년 12월 27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라면서 “그러나, 다시 살려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그의 글에는 비판성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아이디 ‘D***’는 “오바하시지 마세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라며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할 시기에 이런 유치한 감성에 젖은 선언은 뭡니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른 아이디 ‘Y***’도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는 “번번이 이런 말로 지난 10개월간 이룬 게 뭡니까?”라며 “정치의 기본은 책임이다. 무책임한 정치는 구차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안도 없고 성과도 없으며 무의미한 외침과 무기력한 호소만 남은 초라한 10개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앞장서겠다는 외침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니 앞장서서 반드시 막겠다는 그 말 그대로 정치는 결과책임이다. 국민들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야말로 ‘촌철댓글’이다.

남정욱 숭실대학교 교수는 지난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이슈파이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SNS 메시지는 대중에게 알맹이를 간결하게 전할 수 있는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활용한다”면서 “그의 SNS를 누가 보는지 상관없이 보는 사람은 누구나 다 와닿게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깃을 정하고 듣는 순간 ‘나에게 말한다’라는 느낌을 주어야 하는데 황 대표의 SNS 글은 그런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막연한 ‘국민 여러분’ 때문에 전달력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공허한, 알맹이 없는 구호가 됐다”면서 “대상을 구체적으로 겨냥해 정확한 이슈를 지목한다면 연설의 호소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등장...황교안 ‘대체론’ 솔솔

황교안 리더십으로 출범한 한국당 호가 위기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는 바로 ‘비전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당 안팎의 목소리다. 한국당 내 고위 관계자 B씨에 따르면 한국당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 전면에 나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여론을 대거 흡수할 만큼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촌철살인’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게다가 지난 2일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은 5년 전 안 전 의원이 줄기차게 내세웠던 ‘새정치’와 오버랩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갯속 비전, 혹은 비전 자체가 부재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안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면서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선언을 볼 때 ‘구 정치 타파’를 강조하며 정계 복귀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어 안 전 의원은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운을 떼었다. 그는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함께 내놓으며 재차 구정치 타파를 내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8년 전 그가 전면에 내세웠던 새정치 담론의 재탕 아니냐는 질문도 함께 쏟아졌다.

새정치는 이미 안 전 의원이 2010년 등장할 당시 내세웠던 슬로건이다. 양당 대결 구도에 신물이 난 여론은 당시 혜성같이 등장한 안 전 의원에 대해 열렬한 기대와 관심을 보냈고 그는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했지만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하차했다.

이듬해 원내 진입한 그는 본격적으로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하면서 새정치를 강조했지만 결국 ‘컨텐츠가 전혀 없다’는 뼈아픈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당시 언론은 안 전 의원의 새정치가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면서 그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비판했다.

앞서 등장했던 새정치에 대한 여론의 기대와 실망이 지금의 황교안 리더십으로까지 옮아간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국민중심경제론(민부론)과 국민중심평화론(민평론) 등을 제시했지만 여론의 시선을 휘어잡지 못했다. 앞서 제기된 공허한 대국민 메시지라는 치명적 단점과 연동되면서 도리어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데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전략적 모호성 아니냐며 조롱거리로 작용하기도 했다. 결국 안 전 의원이 줄기차게 강조했던 새정치의 한국당 버전 아니냐는 혹평까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자아 비판까지 쏟아졌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연말 자신의 SNS를 통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 보니 우리 당은 안락사(安樂死) 당할 것 같다”며 자조 섞인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날에도 홍 전 대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비굴하지 말고 몸부림이라도 쳐야지, 대안 없다고 혼자서는 대안도 되지 않는 사람 붙잡고 계속 끌려갈 것인가”라고 격분했다.

또한 “의원직 총사퇴서 내지 말고 그럴 바엔 내년 총선에 모두 불출마하시라”며 “무능, 무기력에 쇼만 하는 야당으로는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니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이 나온다”며 “정치는 결과 책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비록 황 대표가 원외 인사 출신 당대표라는 약점을 차치하고서라도, 한국당이 약 8개월가량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 투쟁을 해 왔는데 지난해 연말 허망하게 이를 막지 못한 것을 두고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론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김영우 의원 역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며 “당대표는 추운 겨울 노천에 몸 던져 단식까지 했다.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절박함’을 국민들께 호소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모두가 공감하듯이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얻을 수 없다”면서 “국민과 하나되고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면 포퓰리즘과 선동,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저들을 막아낼 수가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즉 김 의원 역시 당이 여론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청와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발표 이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1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뒤로 긴급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발표 이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1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뒤로 긴급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총선까지 4개월 남짓 남았다. 이번에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야당이 총선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그 여세를 몰아 정권 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워 전진할 것이다.

반면 야당 심판론을 앞세운 여당이 총선에서 칼자루를 쥔다면,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야당의 목을 치려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론되고 있는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 이번 총선의 향방이 걸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文정권 선거농단, 감찰농단, 금융농단등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관련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文정권 선거농단, 감찰농단, 금융농단등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관련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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